한 밤중의... 괜한 넋두리

by Chong Sook Lee


잠이 깼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잠은 오지 않는다
더 이상
눈을 감고 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헛수고다


모두들 잠든 시간
나는 왜 잠이 깨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들추고 있을까
목이 말라 물 한잔을 마신다
시계는 여전히
열심히 일을 한다
쉬지 않고 가는 시간에
잠을 기다리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전화를 켜서
유튜브를 보고
뉴스를 보지만
별 재미가 없다
돈벌이를 위해
떠벌리는 쇼에 불과하다
영화도 드라마도
시간만 빼앗을 뿐
지나고 나면
제목조차 생각나지 않고
별로 재미있는 게 없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없는 것인지
내가 무뎌진 것인지
좋은 것도
흥미로운 것도 없이
시간 낭비다
내 시간은 짧아가는데
하루를 멍청하게 보낸다
할 일은 태산인데
할 일을 안 하고
미루며 산다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나의 일인데
왜 안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른다


그러다가
끝나는 종이 울리면
어쩌려고 게으름을 피우는지
생각하면 한심하다
집안 구석구석에
늘어져 있는 물건들
커다란 가구들
돈을 벌어 열심히
사서 모아 놓은 것들이
이제는 발목을 잡는다


사람이 사는 동안
필요에 의해
사들인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잠이 안 오니
괜히 생각이 복잡해지고
쓸데없는 곳에
눈길이 간다


버려야 할 것들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
정리를 해야 하는데
낮에는 놀기 바쁘고
밤에는 잠자기 바빠서
시간을 보낸다
공짜 시간이 아닌데
아까워하지도 않고
그냥 보낸다


잠이 안 오면
뭐라도 해야 하는데
오지 않는
잠타령만 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잠은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가는
계절을 닮았다


할 일을 다하면
가버리는 계절
할 일을 하지 않고
할 일만 남기고 가는 인간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정답을 찾지 못한다
잠을 청해 보자
어쩌면 잠이 올지도 모른다
내일 날이 밝으면
오늘 하지 못한 일을
시작해 보자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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