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여름... 그래도 가을이 온다

by Chong Sook Lee


밤새 내린 비로
한층 젊어진 세상
온통 푸르다
시들하던 나뭇잎
더위에 지쳐
허리를 구부렸던 풀들이
꼿꼿하게 서서
파란 하늘을 본다

아직은
안 가겠다고 버티는
여름이
서두를 것 없다고
오기를 부리며
세상을 올려다본다

게으름 피우던 호박이
예쁜 노란 꽃을 피우고
꽃샘추위에
얼어서 죽을 것 같던
여름 장미가
이제는 살 것 같다며
마구잡이로 피어난다

죽은 줄 알고
잘라버리려다
한번 봐줬더니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듯
예쁜 빨간색 꽃을 피운다
잘라버렸으면
영영
보지 못할 꽃이었는데
기다리고
기회를 주니 보답을 한다

세상살이도
인생살이도 마찬가지
못한다고
잘못한다고
잘라버리고 묻어버리면
피어나지 못하는 것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고 참으면
어쩌면 더 커다란 행운이
찾아올지 모르는 것

지금 눈에 보이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다가오는 행운을
알아보는
재능이 필요한 세상
보이지 않는 봄에도
봄이 있고
차가운 겨울에도
마음속에 꽃은 피어난다

정원을 점령하던
노란 금잔화는
꽃마다 새카만 씨를 물고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
더 나은 날을 위해
더 많은 번식을 향해
땅에 떨어져 묻히 죽는다

작렬하는 태양은
서서히 열을 식히고
하늘은 더 높이 오르고
빨간 고추잠자리는
앉을 곳을 찾아
바쁘게 날아다니는 한 낮
여름이 가지 않아도
가을은 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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