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한 생활에는... 정리가 필요 없다

by Chong Sook Lee


세상의 모든 물건은 돈을 두고 사야 한다. 돈이라는 것이 없을 때는 물물 교환을 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살았다. 살다가 물건이 낡아 못쓰게 되면 버리지만 필요 없게 되면 필요한 사람을 찾아 물건을 공짜로 주거나 바꿔 쓰던 게 요즘에는 중고품 가게가 있어 도네이션을 한다. 집안에는 필요한 물건의 몇 배가 넘는 물건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마음에 들어 돈을 주고 살 때는 보고 또 보며 쓰다듬다가 시간이 지나면 있는지 조차도 잊고 눈길도 주지 않는다.


물건이 모두 그렇게 쌓이면 싫증이 나서 버리고 새 물건을 사는 게 습성이 된다. 결국 물건을 안 쓰고 버리면 돈을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도 여전히 사서 쓰다 버린다. 돈을 은행에 두면 이자라도 생길 텐데 집안 살림은 한번 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가 된다. 시대에 뒤떨어진 물건을 버리지 않으면 집안 전체가 어둡고 칙칙해 보여 도네이션을 하거나 버리게 된다. 물건은 누군가가 다시 사서 쓰기도 하고 소각장으로 가는데 여전히 물건을 만들고 버리기를 반복하며 산다.


나이가 들어 살림을 줄여야 할 때가 오면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물건들이나 낡고 오래된 물건들은 쓰레기통으로 가게 된다. 어쩌다 변덕이 나면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며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좋은 물건은 남겨두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버리게 되는 것이 물건들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소중한 물건도 쓰지 않으면 쓰레기나 다름이 없다. 쓰지 않는 물건을 죽을 때까지 끼고 살 수도 없고 새로운 물건을 살 필요도 없다.


옛날에는 자손들이 걸레까지 물려받아서 썼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안 낳고, 부모도 안 모시고 혼자 사는 세상이다. 물건도 별로 없고 냉장고 에는 음식도 없이 생수 몇 개 놓고 외식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가지 많은 식기도 필요 없고 만들어 놓은 음식을 사다 먹거나 한번 끓여 먹기만 하면 되는 시대에 산다. 비싸고 좋은 물건을 선호하던 시대가 지나고 간편하게 살면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삶을 선호하는 세상이다.


비싼 돈을 들인 물건은 버리기 아까워서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끼고 살다가 나중에는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동네를 걷다 보면 커다란 쓰레기통이 놓여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노인들이 떠나고 자손들이 정리를 하는 것이다. 좋은 것, 나쁜 것 할 것 없이 버려지는 물건을 보면 떠난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평생을 아끼던 살림이 한순간에 버려지는 모습에 허전하기 짝이 없다. 그런 것을 불 때마다 아이들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될 나이에 정리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 모르는 것이지만 조금씩 정리를 하다 보면 떠난 뒤에 저런 쓰레기통에 집어넣을 물건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를 보면 어느 여자분이 40년 된 집안 물건을 48시간에 모두 정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분의 남편이 돌아가시고 2년 동안 손을 대지 않고 쳐다만 보던 물건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씩 치운 시간을 모두 합해 보니 48시간이 되더란다. 지치지 않게 조금씩 하다 보니 그 많던 물건을 정리가 되더라는 말을 하는데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물건에 쌓여 사는지 모른다. 언젠가 지인이 상을 당하여 기도를 하러 간 적이 있다. 집 입구부터 집안 구석구석이 물건으로 꽉 차서 앉을자리도 없어 기도만 하고 바로 나온 적이 있다. 벽에는 몇 달 지난 달력이 먼지를 쓰고 걸려있고, 엄청난 숫자의 신발들은 옷장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모습이 생각난다. 물론 일을 다니며 집안 청소나 정리를 하기는 힘든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정신없이 사들여 쌓여있는 물건은 쓰지도 않은 채 세월이 간다.


나 역시 열심히 쓸고 닦으며 산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지저분하게 보일지도 모르기에 더는 뭐라고 할 수 없다. 깨끗하게 정리 정돈을 잘하며 살 수 없는 상황이 있기도 하다. 물건이 많으면 아무리 정리를 잘해도 복잡해 보인다. 지나치게 미니멀 리스트를 지향하기보다 있어야 할 것만 가지고 살면 좋겠다. 어차피 버려야 할 물건들인데 안 버리려고 이리저리 옮겨놓다가 과감하게 치워버리면 기분이 좋다.


사람들은 오늘에 살면서도 과거로 돌아가 애태워하고, 오지 않은 내일의 걱정으로 물건을 쌓아 놓고 산다. 물론 비상시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엉뚱한 물건에 욕심을 낸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교통수단도 좋아졌고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주문을 해서 하루 사이에 운송을 해주는 세상이다. 쌓아 놓고 사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고, 옛날 물건은 특별한 것이라 할지라도 쓰레기가 된다. 빈티지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값이 오르기 전에 세상을 떠나고, 소중한 물건들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죽고 세상에 만들어진 물건은 결국 쓰레기가 된다. 온갖 멋진 물건들이 한없이 만들어져 나오는 세상에 버린 물건이 갈 곳이 없다. 안 사고 살 수 없고, 안 버리고 살 수도 없다.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 내는 경제 성장은 없어서는 안 되지만 넘쳐나는 쓰레기는 어디로 갈지 모른다. 돈을 버리라고 하면 버릴 사람은 세상에 없는데 돈을 주고 산 물건들은 잘 버리는 세상이다. 결국 물건을 사서 버리는 것은 돈을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번 사면 아무리 새 거라도 값이 떨어지고 중고가 된다. 기분에 사고 기분에 버려지는 물건들이 많아지는 현실에 과연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