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숲을 걸어봅니다
울긋불긋
익어가는 가을처럼
우리들 마음도 물들어 갑니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지난날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익어가는 가을을
힘껏 포옹합니다
눈이 언제 녹을까
언제
새파란 새싹이
땅을 헤집고 나올까 하며
기다리던 봄이 가고
무더운 여름에 지쳐
여름이
가기를 바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한창입니다
샛노랗게 변해가는
나뭇잎들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찬란하게 비추고
이미 떨어진 이파리들은
가루가 되어
흙으로 돌아갑니다
결코
고개 숙이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던 풀들은
땅으로 누워버리고
어느새
우거졌던
건너편 숲이
훤하게 보입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던 봄도
무섭게 더웠던 여름도
잊힌 과거의 한 페이지
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하게 살고
자연은
자연대로 제 갈길을 갑니다
뒤뜰에 있는
마가목 나무 열매는
빨갛게 익어가고
가을걷이에
바쁜 텃밭에는
잘 익은 토마토가
고추와 함께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매일매일 받는
보석 같은 나날들이
수없이 지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
사라지고 없어지지만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숲은
완연한 가을의 모습으로
날마다 유혹하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가을이 가지 않고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하기를
염원하며
또 다른 계절을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