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해가
구름 뒤에 숨어서
늦잠을 자는 아침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다
바람도 불지 않아
나뭇잎들은
숨죽이고 서 있고
떨어진 낙엽들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나무아래에
앉아 있던 토끼 한 마리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깡충깡충 뛰어간다
놀랄까 봐
옆으로
살짝 지나가려는데
미리 겁먹고
도망가는 토끼
왠지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나쁜 뜻은 없었는데
오해받는 느낌이 든다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받은
사랑도 많지만
의도하지 않은
억울한 오해를 받으면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세월이 가면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구름이 하늘을 덮어
태양이 보이지 않지만
태양은 그곳에 있음에도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태양이 게으름 피운다고
오해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진실이 거짓에 묻혀
볼 수 없을 때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결점과
미워하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장점이
세상을 바꾼다
바람이 불면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비가 오면 비에 젖으며
좋은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나무들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
시절인연이라는 말처럼
세상에는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
바람이 불면 비가 오고
비가 온 뒤애는
맑은 날이 온다
아무리 좋아도
헤어지는 때가 있고
아무리 싫어도
만나야 하는
인연이 있어
세상이
끊임없이 돌고 도는 것
마음속에
천국과
지옥이 있음을 알고
하늘 보고 땅 보며
순응하는 자연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하늘이 내려주는
축복과 평화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