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by Chong Sook Lee



쇼핑센터에 가면 한 군데에서 세상 구경을 다한다. 멋진 옷들과 아름다운 가구들, 맛있게 만들어놓은 음식들과 쇼윈도에 있는 화려한 장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스위치 하나로 해결되는 가전제품들과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조차도 알려주는 기가 막힌 신제품들이 유혹하며 보이는 것이 전부처럼 세상이 돌아간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모르는 사람이나 써 본 적이 없는 생소한 물건도 화려한 겉모습으로 점수를 준다. 첫눈에 혹하는 모습에 갖고 싶어서 산 물건이 며칠 안 가서 싫증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고 첫눈에 괜찮은 사람도 알수록 단점이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어쨌든 현대는 눈으로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시대다.

몸이 아플 때 응급실에 가면 정말 아우성이다. 부러진 사람, 찢어진 사람, 피가 나고, 다리가 퉁퉁 부어서 절뚝거리고 울면서 들어오는 사람 등 천차만별이다. 보기에는 모두 위급해 보인다. 하지만 상처는 없어도 구석에 앉아서 말도 못 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보다 피를 흘리고 어딘가 다친 사람을 먼저 응급치료를 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예외도 있다. 과다출혈로 생명이 위급하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몸속의 내장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 또한 더욱더 위험하다.

몇 년 전에 남편이 밤새 앓고 새벽에 응급실로 갔는데 벌써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순서대로 이름을 부르겠지만 급한 마음이라 그런지 눈으로 보기에 부상이 심한듯한 사람들을 먼저 치료를 하는 것 같았다. 아파서 괴로워하는 남편이 4시간을 넘게 기다리다 고열과 통증으로 견딜 수 없어 접수실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여전히 더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얼마 후 남편의 갈색 소변을 보여주니 심상치 않은지 서둘러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고 피를 빼며 여러 가지 검사를 하더니 담관에 모래 같은 돌이 막혀 쓸개와 간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검사를 하는 동안 남편은 견딜 수 없는 엄청 난 통증 때문에 모르핀을 두 번이나 맞으며 고통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몸안의 내장 한 부분이 막혀 있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후에 모든 검사를 맞히고 급하게 수술을 하여 위기를 넘겼지만 만일 겉으로 보이는 응급상황이 아니라고 마냥 기다리다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듯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는 정말 많다.

지난여름에 남편과 쇼핑을 나가 걷고 있는데 뱃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무심코 배를 만지며 “배가 왜 이러지?” 하며 집으로 돌아온 후 저녁을 먹고 앉아 있는데 왼쪽 배와 등이 묵지근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꼬집어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통증이 밤새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혀 잠을 설쳤는데 통증은 아침이 되어도 여전히 계속되었다. 쑤시거나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아니고 무언가 에 짓눌리고 비틀어 짜는둣한 아픔이어서 응급실로 향했 다. 마침 기다리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바로 검사를 할 수 있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어쩌면 대장에 가벼운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변을 묽게 하는 약을 사서 지속적으로 복용해 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약을 사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왔다.

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그 기분 나쁜 통증은 계속되었다. 누웠다 앉았다 하며 통증을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등판 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나오는 듯한 느낌이 있어 손으로 만져보니 좁쌀만 한 발진이 등판을 새빨갛게 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다시 응급실로 달려가 의사를 만나보니 대상포진이란다. 손바닥만큼 이 포진으로 덮여 있는데 말로 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가렵고 따끔거리고 쑤시는데 물집을 만질 수도 긁을 수도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데 더 견딜 수 없는 통증은 보이지 않는 뱃속에서의 통증이었다. 날카로운 칼로 난도질을 하듯 왼쪽 등과 허리 그리고 배를 돌아가며 쑤셔대는 바람에 어찌할 줄 모르며 안절부절못했다. 물집을 머금은 등에 난 상처가 아파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배 속을 휘젓고 다니는 통증은 더 심해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다. 약을 먹고 통증에 시달리며 포진이 없어지길 기다리며 세상 일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물론 보이는 것으로 얼마만큼의 상황 판단을 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속 사정은 아무도 모른다.

그처럼 알고 보면 세상살이에 보이지 않는 고통이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이나 마음의 병 또는 피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괴로워하며 산다. 남모르는 고질병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평생을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가난 때문에 허덕이며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듯 늘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나름대로 말 못 할 사연을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멋진 남편과 걱정 없이 사는듯한 한 친구는 남편의 난폭한 성격 때문에 매순 간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산다는 하소연을 들으니 그야말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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