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당연히
추운 것인데
왜 이리 춥냐고
불평을 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눈까지 와서
바람이 불 때마다
더 추워 보인다
추우면
집안에 가만히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지만
냉장고는 비어 가고
필요한 것들이
하나둘 나오는데
날씨가 추우니까
갈까 말까 망설여진다
차고에서 차 타고
쇼핑센터 앞에서 내려
몇 발자국 걸어가서
따뜻한 실내에서
장을 보면 되는데
엄살을 피며 미룬다
비가 오면 비가 싫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싫다고
핑계를 대며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살다 보니 습관이 되어
집안에 있는 게
제일 편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거 꺼내먹으면
냉장고 청소도 되고
비워진 냉장고 보면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
쌓아놓고 사는 것도
좋지만
비우며 사는 것도
필요한 세상
없으면 불안하여
마음이 바빠지던 것이
이제는
비울수록 기분이 좋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무들이
땅속으로 오는 봄을
준비하듯이
추운데 나가서
쓸데없이 이것저것
사들이지 말고
비울 때까지 비워보자
날씨 핑계 대고
집안에서
가만히 있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
먹을 것도 많고
입을 것도 많은 세상에
한두 번 장 안 본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