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나를 깨워놓고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나가버린 잠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니
창백한 달과
피곤한 가로등이
서로를 바라보며
잠든 동네를 지킵니다
잠시
외출하고
돌아올 줄 알았는데
아주 가버린 듯
소식조차 없는 잠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이
달콤한 데이트를 하고
소나무 주변에는
달 밤에 춤을 추며
숨바꼭질을 한
토끼 발자국이 선명합니다
눈이 쌓인 앞뜰을
비추는 눈부신 달빛
모두가 잠든 밤에
나간 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어제와 내일은 오고 가고
지나간 날들을
그리워하는 밤입니다
나간 잠은
올 생각도 하지 않지만
행여나
돌아올지도 모르는 잠을
조용히 눈을 감고
기다려봅니다
간다고 말이나 하지
멀쩡하게
고이 자는 나를 깨워놓고
말도 없이
가버린 무정한 잠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돌아오지 않는 잠이
혹시나 하고
달려와 줄지도 모르는 밤
멀리서
개 짖는 소리와
응급차 사이렌이 들리고
어두운 밤에
서로를 바라보는
달과 가로등은
변함없이 동네를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