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지 않아도... 오고 있는 봄

by Chong Sook Lee


햇살 고운 날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산책을 나가본다
눈이 쌓인
꽁꽁 얼은 계곡
바람이 불 때마다
찬 공기가 스쳐 지나간다

봄은
얼씬도 못하게
자리를 지키는 겨울
그래도 오는 봄은
막을 수 없다
무서운 추위에도
할 일을 하는 나무들
어느새
새움이 손톱만큼 자라서
휑 하던 숲을 가린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제 할 일을 하는 나무들이
기특하여
가던 길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본다
더워도
추워도
바람이 불어도
투정 한마디 없이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자연의 모습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사람들은
싸우고 빼앗고
짓밟으며 세상을
지배하려고 안달을 하는데
자연은 자리를 지키며
오는 날들을
다소곳이 맞이한다
앞서고 뒤서며
오는 계절을 맞고 보내며
세월을 따라 준비하는
아름다운 자연이
숲 속의 길을 내준다

마른풀이
하얀 눈을 덮고 누워있고
꺾어진 나뭇가지가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살며시 찾아오는
햇살을 반기며
동쪽하늘을 바라본다
얼은 땅속에서
꿈틀대며 피어나는
생명들이
두 손 들어 땅을
올리는 소리가 들린다

숲 속의 침묵이 깨지고
잠든 겨울을 깨우는 소리
어딘가에서
숨어 지내던 새들이
하늘을 날며
동장군이 길을 막아도
와야 하는 봄
어느새
잃어버린 세월 속에
봄은 다시 피어난다

얼어붙은 계곡
그 어딘가에서 흐르는
물이 얼굴을 내밀며
봄소식을 전하는
숲 속의 속삭임
하늘이 맑고 푸르고
수줍은 눈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름다운 오후
나도 몰래
가슴에는 봄이 찾아온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