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태우며... 세월도 태우는 오후

by Chong Sook Lee


세월이 흐른 것인가
아니면 세월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인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 덕분에
벽난로에 장작을 땐다
불씨 하나로
불이 붙어 피어나는
불꽃 모양을 바라본다
나뭇가지에
불이 붙어 저마다의
모습을 자랑하며
춤을 추듯 흔들리는 불꽃들
가늘고 길고
높고 낮게
붉게 타오르는 불길
노랗게
빨갛게 흔들리다
꺼질 듯 말 듯
다시 살아나
정렬적으로 타오른다
피어나는 불꽃 속에
그리움과 추억이
오고 가고
체념과 절망과
희망과 기대가
기웃거리는 오후에
꺼질 것 같지 않은 불길이
수줍은 듯 꺼져가고
색을 잃은 재만남아
자리를 지킨다
세월이 가져다주는 선물
화려한 것도
초라한 것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망각하며 살아야 하는 것
장작을 태우며
세월도 태워본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