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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l 13. 2020

보통사람이 ...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다


최고의 모습을 자랑하는 꽃들(사진:이종숙)



경찰차가 앞으로 다가온다. 아이들 셋이 경찰관에게 손을 흔들며 가까이 다가선다. 한 아이가 반갑게 "어제 본 아저씨  맞지요?" 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뭐를 했느냐? 오늘 뭐하고 지낼 거냐?" 하며 안부를 묻고 계획을 이야기한다. 경찰관은 여러 가지 경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한참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조금 지나니까 경찰차 사이렌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실지로 소리도 내 보여준다. 지나가면서 본 경찰과 아이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단지 범죄와 관련되지 않은 단순한 친구의 모습으로 아저씨와 동네 꼬마일 뿐 아무런 두려움도 경계심도 없는 순수한 관계이다. 경찰을 보면 내일이든 남의 일이든 왠지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어디서나 마찬가지이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나타나는 사람들이기에 그런가 보다.


도움이 필요할 때 경찰을 찾고 길을 잃었거나 도둑을 맞았거나 경찰을 찾는다. 거의가 나쁜 일이 생긴 이유로 경찰을 만나기 때문에 경찰을 멀리서 보기만 해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결혼 전  한동안 나는 치안본부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범인의 지문을 연구하는 일을 하였는데 특별히 범인과의 접촉이나 조사를 함께 하지 않아도 치안본부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괜히 나를 두려워했던 기억이 난다. 단지 직업일 뿐 인데도 거리를 두었던 것 같다. 이곳에 이민 온 후에 요양원에서, 일을 할 때였다. 성질이 고약하여 요양 보호사를 괴롭히며 고통을 주는 환자가 있었다. 처음 들어가서 그 환자가 내 담당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별의별 이야기를 하며 겁을 주었다. 나도 처음 하는 일이고 무서운 환자라고 하기에 겁을 잔뜩 먹고 환자와의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이름을 말하고 그에게 접근했더니 그는 웃으며 나의 신상과 이력을 물어왔다.


나는 한국에서 왔고 오기 전에 치안본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대충 나의 이력을 이야기해주었다  모든 것이 사실이었고 그를 겁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뒤부터 그는 잔뜩 겁을 먹으며 나에게 순한 양이 되어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사람들은 도저히 그 상황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처음 들어온 사람이나 오래 일한 사람이나 할 것 없이 다들 싫어하고 회피하려고 하는 사람인데 무섭고 두려운 사람이 유독 나에게만은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었다. 오직 나한테만 잘할 뿐 다른 사람한테는 여전히 심술궂은 악질이었다. 아무도 그가 왜  나한테 잘하는지 몰랐지만 나는 그가 왜 나를 두려워하는 것을 알았다. 나의 지난 경력이 그를 얌전하게 만들었다. 그가 사람들의 말처럼 정말 악질이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는 하나의 선량한 환자였다.


그를 다른 사람과 차별하지 않고 대했는데 다행히 그가 나를 좋아해서 힘들지 않게 일했고 가끔 이렇게 생각도 난다. 요양원을 그만두고  같이 일했던 동료를 만나서 안부를 물어보면 그는 여전히 악질이고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존재였다. 특별히 한 얘기도 없는데 사람이 그렇게 변하는 것을 보고 직업을 대하는 사람마다의 생각이 다름을 느꼈다. 그 뒤 세월이 흘러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 경찰이 오고 지문 검사원이 왔었다. 그에게  옛날이야기를 하며 옛날에 나도 지문에 관한 일을 했다고 이야기하였더니 그도 무척 반가워했다. 이민 와서 사는 동양 여자가 그런 일에 종사했던 이력 때문은 아니겠지만 솔선수범하며 도둑을 맞고 황당해하는 나를 위로하며 특별한 친절을 베풀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한밤중에 경찰관이 우리 집에 와서 깜짝 놀랐던 사건은 있었지만 경찰관은 사회를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데 이유 없이 여러모로 두려워하고 죄가 있던 없던 사람을 움츠리게 하는 직업임은 확실한 것 같다.




눈부신 모습으로 새상을 밝힌다.(사진:이종숙)




오래전 어느 날 우리 집 옆에 있는 전선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전선 박스에 여러 사람이 둘러서서 고치고 있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을 하고 장을 보러 돌아다녀서 피곤하여 무심코 지나쳐 집으로 들어왔다. 어서 집으로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저녁을 만들어 먹고 대충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 소파에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하루의 피로가 밀려오는 순간에 누군가 벨을 울린다. 이런 시간에 올 사람도 없는데 하며 창문을 열고 보니 여자 경찰관이 문에 서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가슴이 뛴다. 경찰을 보면 왠지 놀라게 된다. 무슨 일인가. 몇 초 사이에 나는 병의 별 생각을 다 하고 문가로 다가서서 문을 열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경찰관미소를 지며 이름을 밝히고 잠깐 집에 들어오겠다고 한다. 아마도 심각한 일인 것 같아  내 가슴은 방망이질 친다.

경찰관은 오늘 사고가 났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면허증이 없는 어느 어린 학생이  우리 담을 받고 갔다며 함께 보자고 나오라고 해서 쫓아 나갔다. 큰 사고는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담은 옆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우리와 사고 낸 사람과 보험이 같다 보니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신고만 하고 며칠을 기다렸다. 손재주 있는 사람이 못질 몇 번만 하면 고칠 수 있는 정도이지만 우리는 그런 재주가 없거니와 그래도 보험을 들었으니 보험 혜택을 받려고 사람을 불렀다  견적서를 내달라고 했더고칠 것도 새로 할 필요도 없다며  그냥 고쳐주겠다고  차에서 망치와 못을 몇 개 가져다 순식간에 고쳐 주었다.  비가 얼마냐고 했더니 그냥 해주겠다 해서  마침 식당을 운영할 때라서 점심을 대접하며 늦은 밤에 경찰이 찾아와 놀랬던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깜깜한 밤에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집 앞에서 벨을 누르던 그때의 가슴 떨리던 그 순간이 스쳐 지나간다. 사람들은 순간순간 생각의 강을 따라 잘도 흘러간다. 좋은 생각은 희망이고, 나쁜 생각은 걱정과 근심을 안은 절망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두려워하고 미리 겁먹으며 살아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경찰관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니 참으로 정겹다. 어느 날 그 아이들이 오늘 만난 경찰관의 친절한 모습을 기억하고 경찰관의 꿈을 꾸며 자랄지도 모른다. 훌륭한 경찰관이 되어 왜 경찰관이 되었느냐는 인터뷰에 오늘 만난 경찰관의 친절 덕분이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일로 우연으로 또는 필연으로 만나고 헤어진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꿈을 꾸는 이유도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찾으면 그것이 바로 성공한 인생이다.


공권력이 너무 약해 시민들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는 나라가 있고, 너무 강해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나라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을 한다. 아까 보았던 경찰관의 모습은 어른인 나도 호감이 간다. 아이들이 길 건너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망설임 없이 다가와 말을 하는 경찰은 그 어느 것에도 굽히지 않는 정의로운 경찰관일 것이다. 그런 경찰관이 있는 사회는 밤낮으로 평화로울 것이다. 전쟁과 싸움과 혐오가 넘치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서로를 믿고 아끌어주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간다.


보통사람이...평화로운 세상을 만든다.




꽃봉우리가 화사한 모습으로 수줍어 한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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