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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l 14. 2020

아픔 안에서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건강하게 아프지 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모두가 원하는 삶이다. 아프고 불행한 것은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다 남의 일이고 절대로 내 인생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저 기쁜 일만 있고 좋은 일만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세상일은 그렇지 않다. 남의 일은 나의 일이다. 남의일은 결코 나를 피해 가지 않는다. 남이 겪는 일은 나도 겪는다.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내게도 칠수 있다는 을 모르고 산다.






사고도, 병도 나를 피해 남에게만 갈 것으로 알고 자신만만하다. 안 걸리면 다행이고 걸려도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 병이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귀가 달린 것도 아니니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남녀노소도, 귀천도 없다. 걸리면 할 수 없고 피해 가면 다행이다. 지병으로 한 평생 고생하다 가는 사람이 있고 늘그막에 치매로 고생하다 죽는 사람이 있다.





아는 지인 중에 어린 나이에 약을 잘못 먹고 중풍으로 고생 고생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 그는 유복하게 살다가 갑자기 반신불수가 되었다. 엄마는 많은 농사를 머슴들과 짓다가 한약방을 하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고 우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뒤 아버지는 새 부인을 얻는 불우한 청년기를 넘겼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해야 하는데 몸이 그러하니 집안 어른들이 먼 시골에서 가난하게 사는 처녀를 데려왔다. 농사채가 많고 부유하다는 이유로  가난한 처녀는 시집을 왔다. 평생을 가난에서 헤어날 수 없었던 그녀는 몸이 불편한 남자라도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았다.









 시어머니를 비롯한 나머지 식구들은 며느리가 아니라 머슴을 대려다 놓은 것처럼 밤낮으로 마구 부려 먹었다. 남자가 하기에도 힘이 벅찬 일을 시키고 날이 갈수록 더 심한 일을 하게 했다. 남편은 그녀가 힘들어하는 줄을 알지만 중풍에 걸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부인의 고통스러운 날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날이면 날마다 견딜 수 없는 노동 속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를 갖게 되었다.






심한 입덧과 노동으로 하루하루 힘든 시간이 지나고 아들을 낳았다. 아기를 낳자마자 산더미 같이 쌓이는 일은 그녀를 밖으로 불러내고야 말았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지옥 같은 삶이 이어지고 집안 식구는 그녀에게 더 많은 양의 일감을 주었다. 아이를 기르고 집안 살림을 하며 농사일까지 하기에는 너무나 고된 나날이었다. 사랑이라고는 하나 없는 집에 남편조차 그녀를 구할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그제야 떠날 마음을 먹고 그녀의 결심을 그 누구도 못했다.







그녀의 몸은 이미 바스러질대로 부서져 조각이 나있었고 마음은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날 그녀는 아들과 남편을 놔두고 우물가로 뛰어간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우물은 조용하다. 그녀는 다 버리고 떠나 자유의 몸이 었다. 이젠 무서운 노동도, 지긋지긋한 가난도 없다. 그녀는 떠났고 세상은 변하지 않고 돌아간다. 아이는 어미 없이 자라고 그녀를 머슴처럼 부려먹던 집안사람들은 그녀가 하던 일을 하며  남편은 여전히 불편한 몸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우연히 길을 가다 만나면 인사를 한다. 슬픔인지 아픔인지 모를 쓸쓸한 미소로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 그의 모습이 안타깝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그리도 잔인할 수 있는지 정답이 없다. 복을 모르고 복을 차 버린 대가는 그렇게 복을 떠나가게 한다. 그녀의 한 맺힌 인생은 그렇게 끝났지만 그녀의 아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세상에 태어난 죄밖에 없는 그 아들대에 가서는 그녀가 원하던 세상을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을 풀며, 눈물을 흘리고, 신세 한탄을 하던 우물가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 바람이 흔들린다. 그녀의 넋이 꽃으로 피어났나 보다. 세상은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한다. 열심히 살다 간 그녀는 떠났어도 그의 가슴에는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


아픔 안에서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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