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숲 속을걷기 위해 다리 위를 걷는다. 지나가는 차들의 무게로 다리가 울리는 느낌에 난간을 잡고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강물은 무심히 흐르고 강기슭에는 누군가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다.
강으로 내려가는 길이 닫혀 오솔길을 걸어본다. 여러 쌍의 오리가 유유히 수영을 하고 갈매기들도 아침 휴식을 취하는지 강가에 앉아있다. 숲길은 오솔길이라 할 수 없게 넓고 평평하여 아주 걷기가 편하다. 여름이라 숲은 나무들로 꽉 차서 숲 속은 보이지 않는다. 이파리를 잔뜩 달고 서있는 나무들은 할 일을 다 한 듯 편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강 건너 가파른 절벽 위에는 집들이 보인다.
어쩌다 한두 사람 지나갈 뿐 숲은 참으로 평화롭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숲은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다.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아프거나 늙어서 죽는 것처럼 나무들도 혼자서 씨를 뿌리고 자라서 살다가 때가 되면 죽는다. 고요한 강변에 새도 다람쥐도 오늘은 조용하다. 날씨가 더워 어딘가 시원한 곳에서 해가 넘어가기를 기다리나 보다.
(사진:이종숙)
길가에 큰 나무가 쓰러져 있다. 아마도 지난 며칠 사이에 내린 심한 비바람에 뿌리가 뽑혔나 보다. 절벽 위에 서서 내려다보니 수백 년도 넘을듯한 나무가 어디로부터 흘러왔는지 강기슭에 누워있다. 껍질은 다 벗겨지고 굵은 뿌리가 속살을 다 보이며 누워있는 모습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강기슭에는 나무들이 가늘고 키가 작다. 강둑의 허물어짐을 막고 바람막이 노릇을 하다 보니 힘이 겨워 키가 자라지 못했을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해 본다.
자연 속에 있으니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웅장한 자연은 그들의 소리를 듣고 산다. 시키는 이도 간섭하는 이도 없는데 숲은 질서 정연하다. 이 거대하고 위대한 자연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나무들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서 있고 나름대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이종숙)
무심히 지나친 나무에 귀한 버섯이 붙어서 나무와 함께 산다. 마치도 잘 구워진 빵같이 생긴 버섯이 나무에 붙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끝이 없이 변함에 있지 않을까? 이쪽으로 안보이던 것이 저쪽에서 보인다. 지나가며 보이지 않던 것이 돌아서 보면 보인다. 가까운 곳에 걷는 사람들을 위해 놓인 의자가 보여 잠시 가서 쉬었다 가려고 보니 누군가가 도네이션을 한 의자였다. 젊은 나이에 떠난 이를 기억하기 위해 가족들이 설치해 놓은 것이다.
(사진:이종숙)
만나지 못한 이를 위해 잠시 묵념으로 명복을 빌고 앉아서 강을 바라본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의자는 숲에서 강을 보며 나무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오르고 내리는 사이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다. 다리를 건너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지나온 길을 건너다보니 오늘도 꽤 멀리 걸었다. 집에 있으면 앉았다 누웠다 하며 텔레비전이나 보며 하루를 보냈을 텐데 이렇게 밖으로 나와 자연을 보니 한없이 좋다. 희열 바로 희열이다.
자연을 보고 자연 속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은 참 행복이다. 인간은 행복을 찾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그 행복을 찾으려 동분서주하며 안간힘을 쓰느라 평생을 보내지만 끝내 그 행복을 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행복은 마음속에 욕심을 버릴 때 우리를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우리는 참 행복을 만날 수 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주 작은 것에서도 가슴이 뛰는 참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자연 속에서 느끼며 산행을 마치고 집을 향해 한 걸음씩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