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천국은... 그들의 것이다

by Chong Sook Lee


빨간 장미가 가을을 맞고 있다. (사진:이종숙)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며칠 사이에 해도 짧아져 응달이 많아졌고 오후에 뒤뜰이 썰렁해짐을 느끼고 괜히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이 높고 맑다. 비 온 뒤에 하늘은 여느 때보다 맑지만 오늘은 유난히 파랗다. 올해도 벌써 8월 중순이 되고 있다. 새해가 왔다고 좋은 해가 되기를 기원하며 새해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생각지 못한 전염병으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세월이 갔다. 이제나 저제나 코로나가 끝나기를 바라며 봄 여름을 보내고 백신을 기다리며 많은 사람들이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사람들은 체념과 절망 속에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속설까지 생겨나고 있다. 어디서부터 왔는지 여러 가지 말도 많지만 지금 와서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다 퍼진 다음에 국경을 봉쇄하고, 검사하고, 치료하며 아직까지도 갈길을 찾지 못하며 세계가 방황한다.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코로나가 세상을 덮고 전염병을 털어내지 못한 채 끙끙 앓고만 있다. 장사가 안되어 문을 닫고 폐업하는 곳이 속출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사람들을 피해 다닌다. 쇼핑센터에서나 산책길에서나 사람을 피해 멀찍이 걷는다. 마스크를 쓰고 표정도, 감정도 알 수 없는 상태로 살아가고, 설령 아는 사람을 우연히 알아차려도 멀리서 손으로 인사하며 살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세상에서 희망이 자꾸 없어지는 것 같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지만 착잡하다. 전염병 때문에 세상은 정지된 채 죽어가고 있는데 여기저기 물난리와 화재 그리고 사고로 정신이 없다.


우리가 영화나 책으로 보던 지옥의 현장에 사는 것 같다. 사람들이 싸우고 죽고 피를 흘리고 서로를 짓밟는 세상은 지옥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세상을 어찌 견뎌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매일 해가 뜨고 지며, 계절이 오고 가는 자연은 변하지 않는데 지구는 병에 걸렸다. 단지 코로나뿐이 아니고 우리가 모르는 깊은 병에 걸려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다. 역사이래 최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지난날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늘을 열어 놓은 것처럼 계속되는 장마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리 바둥대도 해결책이 없다. 사람들은 울부짖고 통탄해도 무심한 자연에 맞설 수 없음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엄청난 자산이지만 한번 화가 나면 인정사정 안 보고 무자비하다. 자연을 더럽히고, 혹사시키고, 짓밟은 우리 인간들이 뿌린 씨를 거두는 것이다.


장마와 홍수 뒤에 사람들의 전재산이 떠내려 간다. 자연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눈앞에서 급류에 휩쓸려서 떠내려가는 재산을 속수무책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다. 자연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권력이 있어도 봐주지 않는다. 강풍에 커다란 빌딩이 무너져 내리고 나무가 뿌리째 빠져 넘어진다. 싸움만 일삼는 인간들 에게 침묵의 충고를 하는 것인지 세상을 다 무너뜨린다. 지옥의 모습이다. 죽어서 이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아 천국에 가기를 사람들은 원한다. 선을 행하고, 남과 나누며, 진실되게 살아가면 천국으로 간다고 믿는다. 이미 우리는 살면서 지옥을 경험하고, 지옥의 모습을 볼만큼 다 보고 겪을 만큼 겪으며 평생을 산다. 더 이상 사후에 지옥에 떨어질 이유가 없다. 이 세상에서 살아본 사람은 이미 지옥을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사후에는 지옥에 갈 이유가 없다.



(사진:이종숙)




몇십 년 전의 삶이나 지금 오늘날의 삶이나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 시대마다 죽겠다고 하고 살며 지금에 이르렀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은 똑같다. 어쩌면 옛날이 좋았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뉴스를 보면 좋은 얘기는 하나도 없고 싸우고 죽고 병들어 힘들게 살아가는 나쁜 뉴스 투성이다. 탓할 것도, 손가락질할 것도 없이 다 내 탓이다.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심하고 잘 살았으면 세상은 달라졌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에 지금 이렇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빼앗고, 짓밟고, 욕하며, 남 잘 되는 것을 못 보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세상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서로 더 가지려고, 서로 이기려고 하기에 아직도 분쟁이 계속된다. 자리를 안 뺏기기 위해 부정부패를 하고, 갈아치우면 더 나아질 듯이 시위를 하지만 더 나빠지기만 한다. 전염병으로 세상이 뒤집혔는데 폭우와 재난으로 갈피를 못 잡고 쩔쩔맨다.


인공섬에 떠밀려온 쓰레기는 또 다른 섬을 만들고도 남는다. 청소하는데 1달이 넘게 걸리는 그 많은 쓰레기는 다 어디서 온 것일까. 나 혼자만 안 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우리 모두가 안 버려야 한다고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깨끗했던 공원이나 해변가가 사람들만 왔다 가면 쓰레기통으로 변하는 나라가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고 현대식으로 살아가도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못 사는 나라에 가보면 다 이유가 있는 것처럼 국민들이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최고의 나라가 될 수 없다. 어느 나라, 어느 곳에 가도 가난한 지역의 모습은 똑같다.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없으니까 되는대로 산다는 사고방식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아이티 강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성은 다 어디로 갔는지 떠내려오는 쓰레기 더미를 보며 무언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재난상황에 그렇지 않은 곳이 없음을 안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상황에 모든 것들은 쓰레기로 변하여 범람한다. 인공섬을 더 예쁘고 아름답게 치장하려는 마음처럼 서로의 쓰레기는 각자가 치우는 마음이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큰 날이었다. 몇 주 동안 열 명의 식구가 한집에서 함께 살아보니 쓰레기 대란을 이해하게 되었다. 돈이 없고 직업이 없는데도 사야 할 것은 사야 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하지만 우리가 당해야 하는 미래의 재난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금씩 자숙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터넷으로 세계정세를 빠른 시간에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시대를 만든 인간들이 그로 인해 고통받고 산다. 차라리 모르면 좋을 텐데 눈뜨면 바로바로 보이는 세상이 이제는 지옥으로 변한다. 그냥 뉴스로 보기만 하는 나도 무서운데 직접 그 고통을 겪으며 슬픔을 이겨내야 하는 당사자들의 아픔은 얼마나 클까?


가족을 잃은 사람은 원망을 하고 책임을 묻지만 답은 없다. 장마가 할퀴고 간 참혹한 흔적이 입을 벌린 채 복구되기를 기다린다. 어느 구름이 비를 안고 있는지 모르지만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산이 무너지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서민들의 한숨이 하늘을 찌른다.


어느 날 세상을 마치면 단연코 천국의 자리에 앉을 것이다.


채송화도 여름을 보낸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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