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ong Sook Lee Aug 22. 2020
김밥을 싼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애들이 잘 먹으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냉장고를 보니
단무지와 계란
그리고 소시지와 당근이 있다.
아이들은 채소를 안 먹으니
굳이 시금치나 오이를 넣지 않아도
하얀 밥에 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섞어
이것저것 집어넣고 김밥을 만든다.
이곳에 온 뒤에
특별한 준비 없이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
우리 집 김밥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만들어 주었던 방식이라
아이들은 내 김밥이
정통 김밥으로 알고 있다.
당근이 없으면 오이를 넣고
소시지가 없으면 불고기를 넣는다.
꼭 넣을 필요가 없는 시금치는
아예 넣을 생각도 안 한다.
그냥 참기름과 소금을 넣은
밥만도 맛있는데
손이 너무 가는 재료는 안 넣는
나의 엉터리 김밥이
아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단다.
한 번은, 아이들이 어릴 때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 엄마가 정성 들여 김밥을 싸주었다.
비싼 재료로 최고의 맛으로
만들어진 김밥에는
시금치가 들어 있었다.
생전 시금치 들어간 김밥을
안 먹어본 우리 아이들은
그 아줌마 김밥은 이상하다며
너무 맛이 없어서 몇 개 먹다 말았다는
말을 해서 한바탕 웃었다.
어릴 때부터 먹어온
익숙한 음식을 선호하는데
재료가 딱 정해지지 않은 김밥이
요즘엔 자기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들어 먹는다.
무지개 김밥
꽁치김밥
계란말이 김밥
수많은 김밥 다 싫고
시시한 내 김밥을 좋아한다
참치 김밥
어묵 김밥
연어 김밥
세상에는 맛있는 김밥이 많지만
시금치도 넣지 않고
대충 만든 김밥이
최고로 맛있다는 아이들
아이들이 맛있게 먹으며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