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쓰레기다.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 오나가나 쓰레기 때문에 걱정이다. 홍수로 떠밀려온 자연에 쌓여있던 쓰레기와 홍수 때문에 쓰레기가 된 살림살이가 쓰레기가 되어 떠내려오고 쌓인다. 무섭다는 표현이 나온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왔는지 짐작이 안된다. 필요해서 사고, 필요 없어서 버리고, 쓸 것 같아서 놓아두었다가 싫증 나서 버린다. 몇 가지로도 사는데 이상 없어도 여러 가지를 사면 편리하기에 여유로 더 산다. 살 때와 다르게 마음에 안 들어서 버리고, 꼭 있어야 할 것 같아 사서 몇 번 쓰지 않고 버린다. 쓰레기를 만들기 위해 사는 것처럼 수없이 물건을 만들고 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물질이 풍부하지 않았던 시대의 불편했던 삶에 원수를 갚듯이 각양각색으로 만들고, 새로운 모양이 없으면 옛날에 유행하던 복고풍으로 다시 돌아가며 쉴 새 없이 만들어 낸다.
결국 그 많은 것들은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덮는다. 이곳에 쓰레기 수거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녀간다. 둘이 사는데도 야금야금 쓰레기가 나와 일주일에 쓰레기봉투 하나는 꼭 나간다. 음식 버리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안 버린다고 노력하지만 어쩔수없이 버려지는 것도 많다. 그러니 식구가 많은 집은 일주일에 몇 봉투씩 나갈 것이다. 사람이 한평생 사는 동안 나오는 쓰레기를 모으면 몇 개의 산이 될 것인데 낭비가 많은 요즘 세상에는 넘쳐나는 쓰레기를 버릴 데가 없어 세계가 다 몸살을 앓는다. 버려진 쓰레기는 지구를 더럽히고, 지구는 전염병을 유발하며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준다. 지구가 준 것을 잘못 사용하고, 잘못 처리하며 세상을 원망하지만 병들어 앓고 있는 지구가 고통을 호소한다. 수천만 년을 한 군데에 있던 자연을 파헤치고, 깍아내리고 퍼내며, 이리저리 옮겨가니 자연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우리가 며칠간의 여행도 피곤한데 멀쩡하게 잘 있는 산림을 사람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파괴하니 지구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아프다. 예로부터 불이나고, 홍수와 가뭄이 들고, 전염병이 돌 때 사람들은 지나간 삶을 생각하며 자숙해왔다. 평화롭던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인간이 데모를 하고 전쟁을 하는 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듯이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또한 인간의 이익만을 위한다면 자연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고, 자연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인간이 아프면 증상을 의사에게 이야기하고, 의사는 약이나 수술로 환자를 낫게 하듯이 자연이 아프면 자연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송충이와 메뚜기 그리고 나방과 알 수 없는 생물들이 떼로 옮겨 다니며 농작물이나 자연을 훼손시키는 이유가 어딘가 지금 자연이 많이 아프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진:이종숙)
그것을 약으로 죽일 수 없는 것은 일시적으로 우리에게 온 가벼운 훌루가 아니고 중병이 들은 것이다. 지금 코로나 19가 재 확산되고 있는 것도 자연을 다독이며 자연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우리가 먼저 해결해야 한다. 임시방편도 좋고, 지속적인 방법도 좋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 더 악화되고 또 다른 변형의 고질병을 낳는다. 몸에 열이 나고 여기저기 쑤실 때는 가벼운 몸살이기도 하지만 몸안 어딘가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조금 쉬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방심하는 사이에 병은 더욱 커지고 깊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프면 자연식을 먹고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호흡하며 치유를 받는다. 몸도 자연을 닮아 자연과 가까워지고 자연을 받아들이며 자연에 순종할 때 병이 치유가 되는 것이 다.
지금 코로나 19 뿐이 아닌 여러 가지 희귀병으로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자연이 내뿜는 악취로 인하여 생기는 병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이유로 갑자기 이런 전염병이 생겨 인류를 괴롭히는지 그 누구도 모르고 언제 백신이 나올지도 모른다. 설령 백신이 나온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 보장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있는 것이 다행인지 하는 의문이 가기도 한다. 앞으로 어떤 유형의 문제가 생겨 고통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인류 역사상 문제없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우리가 보지 않고 몰라서 그렇지 지구 상에 있는 나라는 문제 투성이다. 서로 죽이고 죽고 빼앗고 전쟁을 하며 살아간다. 그 모든 것들은 살기 위함이 아니고 싸우기 위함 같다. 원수가 친구가 되고, 친구가 원수가 되어 돌아서고 세월이 가면 좋아져야 하는데 좋아질 기미는 없고 나날이 험악해진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가짜가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시대에 희망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인공지능은 나날이 발전하여 사람의 숨통을 막는다. 자유롭고 편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협박과 억압의 모습으로 세상을 돌아다닌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앉은자리에서 손가락 하나면 다 알게 된 세상에 산다. 우리가 원하던 하이택의 세상이 되었지만 인간은 더 외롭고 불안하다. 전염병이 시작된 뒤로 오랜만에 가까운 대형 마트에 한번 가 보았다. 손님을 끌기 위해 만들어졌던 많은 것들은 텅 빈 빌딩 안에서 버티고 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무용지물이 되어간다. 사람이 사람을 꺼려하는 세상처럼 서로 눈치를 보며 비켜가고 피한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지 버텨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아무도 오고 가지 않는 상점을 지키고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못 가서 폐점을 할 것이다. 경제는 악화되고 정부가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사는 게 힘들어지는데 해결점은 없다. 대형마트를 걷는데 마치 유령이 나올 듯 음산하여 무서웠다. 커다란 쇼핑센터가 사람들로 북적대고, 물건을 팔고 사며, 사람들이 만나 웃고 떠들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비록 우리가 물건을 사고, 버리고 하여 쓰레기가 쌓이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살던 때가 그립다. 볼일을 보고 후다닥 나오니 마음이 편하다. 꼭 필요한 사람만 나가는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