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가 사이렌 소리를 내고 어디론가 정신없이 급하게 달려간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없어 뒤뜰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어딘가에 큰 불이라도 났는지 아니면 사고가 났는지 한참을 웽웽거리며 시끄럽더니 지금은 조용해졌다. 사이렌 소리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몇 년 전 한밤중에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서 자다가 놀라서 깨었다. 사이렌 소리가 바로 우리 뒷 집에서 멈추며 소방차가 정차를 하며 온 동네가 환해졌다. 깜짝 놀라 뒤뜰로 나가보았더니 골목 저쪽에 있는 뒤집 담에 누군가가 방화를 하고 도망갔는데 동네 사람 하나가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신고를 했던 것이다. 마침 뒷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고 있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차고 옆에 나무로 된 담이 불에 많이 탔다. 그렇게 놀라고 소방 대원을 보니 우리 식당에 오는 손님이었다.
한 밤 중에 불이 나서 놀랐지만 아는 소방 대원을 보니 반가웠던 생각이 난다. 그다음 날 연락을 받고 온 뒷집 주인도 놀라고 동네 사람들도 놀란 사건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불 때문에 놀랄 일이 몇 번 있다. 아주 오래전 곰국을 끓이다가 집에 불이 날 뻔했던 적이 있다. 커다란 솥에 뼈를 넣고 물을 꽉 차게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때가 저녁 8시 반쯤 되었는데 밤새 약한 불에 끓이면 다음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약불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밤에 잠을 자는데 꿈에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고 누군가가 빨리 일어나라고 꿈에 나를 깨우는 데 일어나지 못하고 잠을 계속 잤다. 그런데 냄새가 자꾸 나며 솥 안에 무언가가 새까맣게 된 모습이 꿈에 보이기 시작하며 잠을 깨어 부엌으로 가보니 정말 솥이 까맣게 타고 집안이 연기로 꽉 차 있었다.
아이들 어릴 적 남편은 출장 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꿈에서 영혼이 나를 깨우는데 무엇이 그리 피곤했는지 일어나지 못하다가 다행히 마지막 순간에 깨어나 커다란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살면서 누구나 그런 급박한 상황을 겪고 살아가고 다시는 그런 실수가 없어야 할 텐데 여전히 실수를 하고 사고를 치는 것은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식당 할 때, 하루는 전기로 된 튀김기계 스위치를 끄지 않고 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날 그 손님의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를 듣고 정신을 팔고 있을 때 내 뒤에서 기계에 있는 기름이 지글지글 끓고 연기를 펑펑 내고 있었지만 그 사람의 눈에는 그저 물이 끓는구나 생각하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우연히 뒤돌아보니 연기가 펑펑 나는 것을 보고 남편이 기계를 껐을 때는 이미 열이 과하여 펑하면서 불이 붙었는데 다행히 기계는 폭발 직전에 꺼서 간신히 커다란 화를 면하게 되었다.
호박꽃이 예쁘게 피었다.(사진:이종숙)
아무튼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평소에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사고는 아주 작은 것으로 인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날도 기계를 끄고 손님과 이야기했으면 되었는데 무엇이 그리 급해 불도 안 끄고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사고는 이렇게 사소한 것으로부터 생겨나 큰 사고로 번진다. 그 뒤 한동안 후유증으로 튀김기계를 병적으로 지나치게 확인하느라 한동안 고생했는데 지금은 집을 나가거나 부엌을 떠날 때 항상 불을 보고 확인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산다. 일단 내가 없는 부엌은 불도 없어야 한다는 명목 아래 습관을 들이고 산다. 저렇게 사이렌 소리가 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다시 한번 부엌을 보게 되니 사람이 한번 놀라고 나면 충격이 정말 오래가는 것 같다. 불뿐이 아니고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응급상황이 많이 생긴다.
며칠 전에도 저녁을 먹고 남편과 함께 동네를 산책 하는데 학교 옆에 타운하우스에 소방차가 오고 응급차가 급하게 들어오는데 바로 뒤에는 경찰차가 뒤따라 오는 것이 보였다. 웬일인가 싶어 동네 사람들이 다들 나와있고 그 옆을 지나가던 우리도 한쪽으로 서서 한참을 지켜보았다. 구급요원이 집안으로 들어가서 응급처치를 하는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우리는 그냥 집에 갔지만 무슨 일이 났던 것은 확실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고가 나고 멀리서, 가까이서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누군가의 급박한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는 다치고, 아프고, 숨이 넘어가고 있을 상황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라게 된다. 얼마나 다급하면 구급차가 저렇게 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이종숙)
불이 나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 날아가듯 달려가는 구급차가 나타나면 운전하고 가던 차들이 일제히 길을 내어주기 위해 한쪽으로 정차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고마워서 소름이 돋는다. 세상살이는 각자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 이라는 생각이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되고, 아파서 숨이 넘어가는 사람이 되어 그를 위해 잘되기를 바라고, 아무 일 없기를 희망하는 것이 인간들의 참된 모습이다. 매 순간 태어나고 죽으며 살아가는 이 지구 상의 모든 이들이 다치지 않고 평화 속에 살아가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 이겠지만 저렇게 사이렌 소리는 언제나 겁난다. 특별한 일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날씨가 더워서인지 여기저기 사고가 많이 생긴다. 조심한다고 살아도 사고가 나게 되면 피할 수가 없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음에 감사한다.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지켜주는 창조주의 손길로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간다.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내고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희망을 주며, 우리를 끝없이 사랑으로 이끄심에 매 순간 살아갈 수 있다. 어제 보다는 덜 덥지만 오늘도 더워 가만히 앉아서 땡볕에서 더위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채소가 시들어 가는 것이 보인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일어나서 물이나 주고 이것저것 밀린 일이나 해야겠다. 또 어디선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불가피한 사고가 매 순간 일어나는 현실이다.
수없이 일어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깨우치게 하며 모든 악에서 우리를 구해주시는 보이지 않는 손길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