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순간도 모르는데 내일의 모습을 알 수는 없다. 사람들은 내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오늘을 산다. 오늘은 피곤하니 내일 하자고 만사를 내일로 미루며 산다. 내일은 내일의 계획이 있는데 내일을 내 계획에 맞춰놓고 산다. 내일이 올지 안 올진 내일에 달려있는데 한치의 의심도 없이 내일을 내 인생에 포함시킨다. 내일이라는 것은 오늘도 내일이었고 어제도, 그제도 내일이었다. 지나간 세월 모두가 내일이었는데 어제가 되고 그제가 되고 옛날이 되었다. 내일이었던 오늘이 내일이면 어제가 된다. 오늘은 어제로 되고, 내일은 오늘이 되며 또 다른 내일이 우리에게 온다는 희망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오늘이 없는 내일은 없다. 내일은 오늘 뒤에 오는 날이기에 오늘을 잘 살지 않으면 내일도 오지 않는다.
어제의 내일은 오늘인데 오늘이 올지 안 올지 나는 몰랐다. 어제가 가니까 오늘이 왔고, 오늘이 가기 전에 내일을 맞을 수 없다. 오늘이 어제가 되어 내일이 들어서면 내게도 내일이 있지만, 오늘이 내일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나에게 내일은 없다. 영혼은 육체를 따라다니며 잠시도 경계를 풀지 않는다. 영혼 없이 육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혼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사람의 육체는 밤에 잠을 잔다. 육체가 자는 동안 영혼은 사람의 몸을 빠져나와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것이 꿈으로 전달되어 사람들은 꿈을 꾸며 기억을 한다. 사람이 눈을 감고 잠을 자는 시간은 대체적으로 7시간 에서 8시간 정도인데 그 시간 동안 영혼은 육체를 떠나 제 할 일을 하러 다닌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도 가고, 옛날에 살던 곳에도 간다. 엉뚱한 사람도 만나서 생각지 못한 일을 하기도 하고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높은 데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한다. 생시에 못하던 수영을 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진 강연을 하기도 한다. 생시에 몸이 영혼을 데리고 다니듯이 꿈에서는 영혼이 나를 끌고 여기저기 다닌다. 꿈도 생시처럼 감정도 있고, 느낌도 있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사랑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육신은 잠을 자고 영혼은 잠자고 있는 사람을 데리고 영혼이 원하는 것을 하고 다니며 낮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밤새 만끽하고 아침에 몸으로 들어온다. 영혼이 들어온 육체는 서서히 정신이 들고 깨어나며 새로운 하루를 맞고 시작한다.
(사진:이종숙)
이제 어제는 가고 오늘이 왔다. 내일이었던 시간이 오늘이 되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영혼은 그렇게 육체를 드나든다. 사람의 운명은 누구도 모른다. 어느 날 몸을 빠져나간 영혼이 돌아오지 않을 때 사람은 세상을 떠난다. 영혼이 어딘가에서 방황하며 돌아가야 할 육체를 찾지 못하고 해메이면 의식 불명이고, 아주 떠나면 죽는 것이다. 밤에 잘 때 감사하는 기도를 한다. 하루를 살게 하고 내일 돌아오는 길을 잃을지라도 살아 있는 동안 내게 해 준 모든 것에 감사함을 전한다. 사람들은 잠자듯 세상을 하직하기를 원한다. 아프지 않고 잠자며 떠나기를 바란다. 내일은 영혼이 나를 찾아올 때 만나는 하루이기에 내일을 원한다고 가질 수는 없다. 희망하고 소망할 수는 있지만 내일이 오고 안 오고는 영혼이 나를 잊지 않고 와야만 만날 수 있다.
육신은 하루의 피로를 풀며 잠을 자고 영혼은 피곤한 육신을 나온다. 어느 날 영혼이 한 사람을 아주 떠나갈 때 육신의 주인은 손을 펴고 땅으로 간다. 주먹을 힘껏 쥐고 평생을 살기 위해 애쓰던 육신은 이제 하나의 자유로운 영혼과 함께 편안히 잠이 든다. 인간은 한바탕의 신나는 긴 꿈을 꾸며 살아간다. 한평생 살면서 좋기만 한 사람이 없듯이 괴롭기만 한 사람도 없이 누구나 희로애락 속에 살아간다.평생 힘들게 살다 간 사람도 기뻤을 때가 있었고, 행복하기만 했던 사람도 슬프고 괴로웠을 때가 있다. 고통에 쩔쩔매기도 하고 기다림에 지쳐 살아갈 희망이 없어도 다시 일어난다. 아무것도 아닌 삶에 분노하고, 눈물지으며 아쉬워하고, 힘들어한다. 숨 한번 못 쉬면 그만인데 발버둥 치며 살아간다.
황혼이 구름을 예쁘게 물들인다.(사진:이종숙)
미워할 것도 사랑할 것도 없고, 원망도 후회도 필요 없다. 영혼이 보면 정말 웃기는 이야기 인지 모른다. 한밤중에 나가버린 영혼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만인데 안간힘 쓰고 사는 육신이 한심 할 것이다. 영혼이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는데 육신은 영혼을 잊고 산다. 사람들은 마치 내일이 당연히 올 것이라 믿고 오늘을 흐지부지 보낸다. 아침에 하루를 부탁하고 저녁에 감사하는 것을 잊고 살아간다. 내일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오늘이다. 오늘이 오기 전에는 오늘은 오지 않는다. 어제가 되어버린 오늘과 아직 오지 않은 내일 사이에 살아간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사이에 살다가는 인생 안에서 좋고 싫고의 차이도 없고 사랑과 미움의 차이도 없다. 조금씩 생각을 바꾸면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맞을 수 있듯이 세상을 살게 된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은 오늘 안에 있고 미움도 사랑 안에 있다. 자.. 이제 나는 오늘을 보내기 위해 잠을 잘 것이다. 내 영혼에게 자유를 주어야 할 때이다. 내 몸을 빠져나간 영혼이 들어와 나를 깨우면 내일을 맞고, 들어오지 않으면 나에게 내일은 없다. 다행히 영혼이 들어오면 고맙고 안 와도 고맙다. 언젠가는 고별을 해야 하는 영육 간의 운명이다. 지금껏 나와 함께 해주어서 고맙고 나는 다시 온 곳으로 가면 된다. 시작도 끝도 없는 자연으로 돌아가면 된다. 내일은 내일이 되어야 만날 수 있는 희망일 뿐 내일이 내게 오고 안 오고는 나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