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하늘처럼... 무지개를 만들며 살고 싶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벌건 대낮에 소나기가 퍼부었다. 동쪽 하늘에 예쁜 무지개가 활짝 웃는다. 아침부터 구름이 꽉 차 있던 하늘이 생각난다.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는데 구름들은 험하게 인상을 쓰고 하늘을 다 가렸다. 파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온통 회색으로 칠해놓고 뭐 잘한 게 있다고 인상을 쓰고 있다. 울고 싶으면 울고 화나면 천둥번개라도 치며 신경질을 내지 인상만 쓰고 있으면 뭐하겠다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울지도 않고 신경질도 내지 않는 구름의 마음을 알 길이 없다. 살면서 나도 그런 경우가 간혹 있다. 괜히 이유도 없이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나는데 그게 무엇 때문인지 모르고, 안다고 해도 섣불리 누군가에게 내색하고 싶지 않아 인상만 쓰고 있는 경우다. 원하는 무엇이 뜻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아 신경질이 나는데 속으로 꾹꾹 누르며 참는다.

울고 싶기도 하고, 신경질을 부리고도 싶지만 상대가 마땅치 않아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이 오늘 아침의 구름 모습이다. 울고 싶은데 핑계가 없어서 못 우는 꼴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누군가 옆에서 약 올리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감정의 소나기를 엉뚱한 사람한테 퍼붓는다. 갑자기 옆에 있다가 당한 사람은 벌건 대낮에 엉뚱하게 소나기를 맞은 꼴이 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이유 없는 신경질은 없다. 무엇이 되었던 이유가 있는데 뚜렷이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는 일이 잘 안되고, 잘되던 일이 꼬이며 삶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우를 겪으며 산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신경을 바짝 세우게 된다.

소나기를 뿌린 하늘은 맑게 개어 상쾌하다. 바람도 선선하고 나무들은 파릇파릇 비를 맞고 새로 태어 난 듯 싱싱하다. 한바탕 울고 눈물을 흘리면 찜찜하고 우울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풀어지듯이 하늘도 비를 뿌리더니 말끔하고 세상이 밝아졌다.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하는데 상대가 없어 못 울고 신경질 내는 마음과 똑같다. 아이들도 기분 좋을 때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해해대며 좋아하는데 기분 나쁠 때는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핑계 잡아 울어버린다. 사람의 감정처럼 복잡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멀쩡하다가도 우울해지고 기분 좋다가도 싫증이 나기도 한다. 사람 사는 것이 마냥 좋을 수 없건만 평소에 잘 참다가도 작은 일에 화를 내게 된다.


(사진:이종숙)



별것도 아닌 것에 화를 내고 나면 미안한 것을 알지만 순간을 못 참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다 이해하고 사람 좋은 척 하지만 역시 사람의 속은 밴댕이 속처럼 작나 보다. 그렇게 친하게 다니던 사람도 한순간에 원수가 되는 것을 보면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맞는 소리다.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상대방의 말투가 삐딱하면 벌써 사이는 금이 가게 된다. 친한 사람 둘 사이에는 의례히 이간질하는 사람이 있어 결국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흔한 일인데 이유도 모르고 소나기 세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오기 전에 구름 저 편에서 천둥과 번개가 시끄럽게 떠들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사이가 벌어지기 전에 조짐이 있다.

오해하고 다시 풀어지고 결국엔 다시 오해하고 돌아서는 것이 인간관계다. 멀쩡한 하늘에 어디선가 구름이 하나둘 모여들고 결국 하늘을 덮으며 비바람을 불어와 비를 뿌리고 맑은 하늘이 되는 것처럼 사람들도 그렇게 오해에서 삼해를 빼고 이해를 했으면 좋은데 한번 싸운 관계는 평생 회복이 안된다. 속이 들여다 보이니 전처럼 가까워질 수 없게 되고 서로를 피하며 남이 되어간다. 비가 이렇게 오는 날에 우리 인간들도 하늘의 마음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화가 나면 구름 속에서 으르렁 거리다가 비나 눈으로 쏟아내고 다시 맑게 개는 하늘처럼 사람도 우당탕 싸우고 툭툭 털고 화해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우리 인간도 계절처럼 같이 어우러져 사이좋게 살면 좋겠다.



(사진:이종숙)



봄에는 너도나도 싹을 틔우며, 앞서고 뒤서며 꽃을 피운다.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서로가 예쁘게 치장하며 땅으로 떨어져 겨울을 맞는다. 남이 안되기를 바라는 시기도 없고, 남보다 더 잘 되기를 바라는 질투도 없고, 남보다 더 가지려는 욕심도 없다. 있는 대로 행복하고 최선을 다하며 한 세상 살다가 때가 되면 갔다가 봄에 다시 오면 된다. 그렇게 왔다가는 계절처럼 살면 좋을 텐데 서로 경쟁하며 살아간다. 조금 더 있는 것도 못 보고, 조금 더 잘난 것도 못 보는 작은 마음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의 마음은 너무 복잡하다.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으며 서로 칭찬하고 고마워하고 살 때 행복이 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마음속에 행복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 행복을 찾아 지구를 돌아다닌다. 쏟아지는 소나기가 멈추자 동쪽 하늘에 예쁜 무지개가 뜬다. 비가 가져다준 것인지, 햇볕이 가져다준 것인지 해와 비가 만나서 만들어진 무지개가 환한 얼굴로 하늘을 밝힌다.


하늘처럼, 계절처럼... 우리도 무지개를 만들며 살고 싶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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