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뿌옇다. 아직 못다 내린 비가 있나 보다. 하루가 날 찾아왔으니 하루를 살아보자. 매일 나를 찾아오는 하루라는 시간이니 잘 대접해서 보내야 한다. 잘 자고 일어났으니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냉장고를 열어본다. 매일매일 비슷한 음식이지만 아침이 되면 배도 고프고 무엇이라도 만들어서 먹어보면 맛있다. 매일 같은 것을 먹다가 싫증이 나면 오믈렛이나 팬케익으로 바꿔가며 먹는다. 보통 베이컨 3줄과 계란 2개, 토스트 한 조각 그리고 감자볶음 몇 알이 전부이다. 오래전 식당 할 때부터 먹어온 아침 메뉴인데 식당을 그만두고도 여전히 똑같이 만들어 먹는다. 이민 왔을 때는 쌀이 귀하던 시대라서 빵을 먹기 시작했으니 40여 년을 서양식 아침을 먹는 셈이다. 처음에는 한국음식을 구하기 어려워서 먹기 시작했는데 먹다 보니 습관이 되어 입맛 없는 아침 식사로 부담 없이 먹는다.
간혹 아침에 한식을 먹고 싶어 한식으로 먹고 가면 사람들 상대하는 식당에서 혹시 김치 냄새가 날까 봐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아예 식당에서 양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아이들 역시 아침에 학교 갈 때 시간도 없고 밥맛도 없는데 한식은 복잡하고 반찬을 주면 깨작거리다 몇 숟가락 떠먹고 가기 때문에 빵 한쪽이라도 먹이기 위해서는 양식이 편했다. 한식을 고집하며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재료가 시원찮은 이곳에서 하루 세끼 한식으로 만들어 먹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국에서 조차 양식으로 아침을 먹는 시대가 되어 밥이나 반찬을 내놓고 국을 끓여 먹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 따지고 보면 한식같이 편한 것도 없는데 냄새가 나는 단점 때문에 안 먹어 버릇하다 보니 당연하게 되었다. 감자를 깍두기 마냥 잘라서 마이크로 오븐에 6분 정도 익히면 말랑말랑 해진다.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감자를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어 살짝 볶아 내고, 계란 프라이에 베이컨을 익혀서 빵 한 조각과 함께 먹는다. 오믈렛이 먹고 싶으면 계란 두 개나 세 개에 좋아하는 야채를 잘게 썰어 넣고 야채 오믈렛을 만들거나 소시지나 베이컨 또는 햄과 야채를 넣어 오믈렛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먼저 한쪽을 익히면 속이 대충 익지만 한번 더 뒤집어서 안쪽도 살짝 익힌 뒤에 취향에 맞는 치즈를 넣어 반을 접고 뚜껑을 덮으면 치즈가 녹아내릴 때 그릇에 꺼내놓고 먹으면 맛있다. 밀가루를 넣지 않고 계란으로 만든 부침개의 맛 같아서 고소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손쉽게 팬케익도 만들어 먹으면 부드럽고 달콤해서 밥맛없는 여름에 해 먹으면 좋다. 계란과 밀가루와 설탕과 기름 그리고 베킹 파우더 조금 넣고 우유를 양에 맞게 넣고 섞어서 기름 바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한국자씩 부어 만들어서 시럽이나 버터를 넣어 먹으면 온 식구가 좋아한다.
식당에 가서 사 먹으면 쉽지만 요즘에 그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니 집에서 번갈아 해 먹으면 그리 불편하지 않다. 이렇게 해 먹는다고 하면 식당을 오래 한 사람이라 눈감고도 한다고 말을 하지만 자꾸 하다 보면 쉽고 맛있다. 복잡하게 간을 맞추고 손으로 주물럭거리지 않아 오히려 간편하면서도 편하게먹을 수 있는 것이 양식이 아닌가 한다. 서양 친구들은 사람을 초대해도 부엌이 정돈되어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양식을 요리하다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준비를 해서 무엇이든지 오븐을 이용하여 만들고 그릇 몇 개에 요리한 것을 담아 조금씩 각자 그릇에 담아 먹게 하기 때문에 별로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고기와 야채 그리고 감자는 오븐에 넣어 익히고 샐러드는 잘라서 드레싱하고 놓고 피클 종류만 꺼내 놓으면 된다. 간단하게 차려서 먹으며 담소하는 이곳 생활방식이 몸에 배어 불편 없이 살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먹던 음식이 생각나서 이것저것 만들어 놓고 먹는데 시간 없고 바쁠 때는 양식을 많이 해 먹었고 지금도 자주 해 먹는다. 이민 온 지 오래된 사람도 한식만 고집하며 사는 사람도 많지만 현지 음식을 맛 들이면 나름대로 괜찮다. 자극성 있는 한국음식을 못 잊어 밑반찬으로 만들어 먹지만 양식은 양식대로 맛있다. 고기를 굽고 감자를 삶아 으깨서 버터와 우유를 넣어 만들어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오랫동안 살아서도 그렇겠지만 한국음식이 귀할 때 와서 살았기 때문에 적응이 된 것 같고 아이들도 좋아한다.오늘은 치즈 오믈렛과 평범한 아침을 준비해 먹어보았다. 감자도 맛있고 베이컨도 바삭거리게 잘 구워졌다. 계란 두 개를 프라이해서 놓고 감자와 베이컨 그리고 토스트를 곁들여 치즈 오믈렛과 함께 먹었다. 여러 가지 같지만 막상 만들면 그리 복잡하지 않다.
베이콘을 몇 개 구워내고 감자를 익혀 프라이팬에 익히고 오믈렛과 계란을 프라이팬에 만들면 된다. 토스트는 기계에 빵을 넣고 스위치 한번 누르면 알아서 구워 나오니 특별히 신경 쓸 것 없다. 토마토도 올리브 오일에 소금 후추를 넣고 볶아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여 자주 먹는데 오늘은 토마토가 없으니 그냥 있는 것으로 충당한다. 매일 먹는 음식도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으니 그럴싸해 보인다. 하루의 시작이 아침식사에 달렸다고 하니까 맛있게 해 먹으면 하루를 잘 버틸 것 같아 재밌게 생각하고 만들어 먹는다. 아이들도 어쩌다 오면 일류 호텔에서 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다. 한국사람인데 한식을 먹어야 하는데 재료가 시원찮다는 핑계로 먹기 사작한것이 이젠 습관이 되어 버렸다.
백세시대에 이곳에서 나이 들어가는데 나중에 요양원에 가더라도 양식을 평생 동안 먹었으니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치찌개의 맛은 결코 잊지 못하지만 간혹 해 먹는 양식도 먹을만하다.오래전 요양원에서 한국분들이 양식을 못 드셔서 고생하고 생활하시는 분이 여럿 있었다. 한인회나 노인회가 돈이 많으면 한인을 위한 요양원을 설립하면 좋은데 이민 역사가 짧은 한인들로서는 아직 어렵다. 다음 세대가 되어 자리를 잡으면 가능하리라 생각하며 나이 들어 음식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으려면 이렇게라도 자꾸 먹어보면 좋겠다. 처음에 와서 양식이 비위에 맞지 않아 아침에 멸치에 고추장을 찍어먹으며 향수를 달랬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흐르니 입맛도 바꿔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