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며 산다

by Chong Sook Lee


오늘 아침 일출이 고운 빛으로 다가온다. (사진:이종숙)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비록 타인의 눈에 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일지라도 본인한테는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하다. 그것이 돈이건 물건이건 아니면 사람이건 그 소중함이란 같다. 나이 어린아이들도 소중함을 알아서인지 좋아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놀이터에서 주운 조그마한 돌멩이나 나무 조각 같은 것들을 손에 꼭 쥐고 와서 방에 신주 모시듯이 모셔두며 보는 사람들마다 자랑을 한다. 언젠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주워 온 돌멩이를 함부로 버렸다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난 적이 있다. 그 후 아이들 물건은 휴지 하나라도 물어보고 버리는 내 습관이다. 아마도 내가 7살 때 즈음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청색과 하얀색의 물방울무늬로 된 천으로 드레스를 예쁘게 만들어 주셨다. 어린 내 눈에도 내 모습이 예뻐 보여 밑단이 해질 때까지 입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자랐고 원피스도 낡아 입지도 못하면서도 오랫동안을 옷장에 걸어 놓고 있었던 것이 내 생각에 그 옷이 소중했었나 보다. 얼마 전 6살짜리 손녀딸이 집에 왔는데 큰아빠가 동전 하나를 주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안 났나 보다. 얼굴이 빨개 가지고 가방을 뒤집으며 거의 울상이 되어 동전을 찾는데 동전이 뚝 떨어져 나오니까 활짝 웃으며 손으로 꼭 쥐고 '소중한 것을 찾았다'하는 듯한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그것을 보며 6살짜리 어린 애도 소중한 것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것들은 힘겨움속에서도 그렇게 우리들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가족의 소중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를 잃었을 때의 그 비통함을 어찌 표현할 수 있겠나?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낼 때의 슬픔은 얼마나 깊은가?


힘겨움 속에서도 소중한 자식을 위하여 못할 것이 없는 숭고한 부모의 마음처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함...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면 귀한 것이고, 크고 많은 것도 별것 아니다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담아놓고 조금씩 꺼내보는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처럼 우리들의 하루를 이끌어주는 그 마음속의 소중함 이야말로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살면서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도 나이 따라 달라진다. 그토록 애타는 마음도 세월 따라 묽어지고, 보고프던 얼굴도 희미해지는 것을 느낀다. 소중한 것들,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하나 둘 적어진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며 결국에는 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돼서 그런지 소중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세상에 있는 것들은 다 변한다.


내가 변하고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것들도 시시해져 간다. 왜 그렇게 좋아했었는지 조차 기억이 희미하다. 단지 좋아했었다는 생각이 날뿐 그냥 그렇다. 지금 내가 좋아서 하는 모든 것들도 언젠가는 시시해질 것이라는 것도 알아간다. 하루 종일 일하고 힘드는데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던 생각이 난다. 뜨개질이나 바느질 그리고 요리와 빵을 굽는 것은 아무리 피곤해도 했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육적인 피로와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정신을 더 맑게 하고 삶이 윤택해진다.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힘들어도 좋아하는 마음을 이길 수는 없나 보다.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들은 모아 놓게 된다. 모아놓았던 것을 나중에 풀어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그렇게 보물단지처럼 모셔 놓았던 것을 알게 된 적이 몇 번 있다. 결혼 전 친구들과 등산을 다니며 가는 곳마다 기념으로 핀을 사서 모자에 붙이는 것이 재밌었다.



곱게 핀 코스모스가 가을을 지킨다.(사진:이종숙)




등산을 갈 때마다 산 이름이 적힌 핀을 사서 꽂다 보니 모자가 핀으로 가득했다. 남한에 있는 산을 거의 다 가 보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때는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했다. 결혼 후 이사를 다니고 물건을 정리해도 그 모자만큼은 꼭 챙겼고 이민 올 때도 가져왔다. 왜 그것이 그리도 중요하고 좋았는지 모른다. 이민 와서 세 아이를 낳고 기르며 등산은 꿈도 꾸지 못하고 세월이 갔다. 어느 날 살림을 정리하는데 그 모자가 눈에 띄었다. 이민까지 따라온 그 모자는 찌그러져 있고 핀들은 다 녹이 슬어 벌겋게 된 채 모자에 붙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토록 소중히 생각했던 것은 모자도 핀도 아니고 추억을 끌어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핀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 보이기 위해, 자랑하기 위해 그토록 끌고 다닌 모자였다. '내가 다닌 산이 이만큼이야, 나는 이렇게 멋지게 살아' 하며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오늘날의 명품과 같은 것이다. 명풍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이 달라 보이지도 않는데 거액을 투자하여 모셔놓고 상처 날까 봐 벌벌 떨며 잃어버릴까 봐 근심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물건에 신경을 온통 쓰지만 결국 그것도 하나의 물건인데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대대로 물려준다고 장롱 깊숙이 모셔놓지만 세월 따라 명품도 변하고 늙는다. 보통 가방은 비 올 때 머리를 가리고 뛰고, 명품 가방은 가슴에 안고 뛰어야 한다는 말처럼 명품을 모시고 사는 세상이다. 추억을 가슴에 안고 그리움을 안고 살아야 하는데 물질에 얽매여 진짜로 소중한 것이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요즘엔 질보다 이름이 더 중요시된다. 이름이 있기까지는 질도 좋아야 하지만 값이 저렴하면서도 질이 좋은 물건이 많은데도 굳이 거액을 지불하고 이름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


누구나 힘들게 돈을 벌며 번 돈을 원하는 것을 사며 살지만 수입은 얼마 안 되는데 명품만을 고집하며 사는 사람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물론 여유가 있으면 명품 한두 개는 괜찮지만 빚을 내어가며 남에게 보이기 위한 지출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현실이다.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갖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며 산다. 취미생활을 위해, 집을 사기 위해, 아니면 어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을 지키고, 이루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세월 따라 변한다. 지금 내게 소중한 것이 계절이 오고 가듯 자리바꿈을 하며 달라진다.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이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다 보니 여름이 왔다 간다. 이제는 가을이 나와 함께 하며 겨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언젠가 또다시 봄이 올 것을 알지만 지금은 가을이고 겨울이 오고 있다. 건강은 뒷전에 두고 오직 물질의 소중함을 앞세웠는데 지금은 뒷전에 놓아두었던 건강이 먼저다. 건강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하면 이러다가 말겠지가 아니고 신경이 쓰인다. 혹시 몹쓸 병이나 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소중한 그 무엇이 있고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산책을 하는 것도 다 건강을 위한 것이다. 귀찮아도, 하기 싫어도 하루 이틀 안 하다 보면 더 하기 싫어지고 몸도 약해지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처럼 소중한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이 최고다.


지금 내게 소중한 것은 값진 물건도, 많은 돈도 아니고 건강한 몸과 마음이다.



이름 모를 열매가 꽃처럼 피어있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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