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잃지 않기 위해 살아간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호숫가에 갈매기가 하얗게 앉아있다. 그중 몇 마리는 망을 보는지 하늘을 낮게 날고, 더러는 졸고, 더러는 무언가를 잔디 위에서 찍어먹고 있다. 사람들은 한가로이 공원을 산책하며 군데군데 앉아있다. 여름이 가을을 데리고 오는 날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바람도 잔잔하여 걷기 좋은 공원에 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곳을 찾았다. 아이들 어릴 적에 많이 왔던 곳이라서 여기저기 추억이 많이 떠오른다.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저만하던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 아빠가 되고 늙어가는 모습이 보이니 세월이 갔다. 정신없이 살던 우리도 이렇게 한가롭게 산책을 하며 옛날을 그리워하는 세월이 무섭다. 호수에 새끼 오리들이 헤엄을 치고 어미 오리들은 새끼들을 바라본다. 한없이 평화롭다.

누군가의 가족이 죽은 누군가를 위해 이곳저곳에 벤치를 놓아두고 죽은 이를 기억한다. 호숫가에 의자가 있어 앉기 전에 내용을 읽어본다. 80세에 떠난 이를 위한 의자다. 죽은 사람이 생전에 좋아했던 곳에 의자를 놓아두고 식구들이나 친구들이 와서 함께 이야기한다. 어찌 생각하면 공동묘지보다 그 방식이 좋은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죽은 사람이야 어디를 가도 상관없지만 영혼이 와서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 행복할 것 같다. 영혼에게 인사를 하고 고맙게 쉬며 호수를 바라본다. 나무가 그림처럼 아름답게 자란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저마다 최선을 다하며 자연에 순종하고 살아간다. 비가 와서 넘어진 나무도 있지만 그 누구를 탓하지 않는다. 호수 옆에 부부 오리 한쌍이 앉아서 호수를 바라본 다. 우리가 지나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앞만 쳐다보고 있다.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꼼짝 안 한다. 동물이 대접받는 곳이니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진:이종숙)



수십 마리의 갈매기와 오리가 서로 어울려 살아 가는데 서로 싸우지 않고 질서를 지키며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화장실이 코로나로 닫히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열려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야 한다. 서로가 노력해야 극복할 수 있다. 노인들이 호숫가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있다. 야외에 있는 의자에서 띄엄띄엄 거리를 지키고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기 바쁘다. 무언가를 가지고 와서 먹고 마시며 한창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보기 좋다. 가운데 구멍 뚫린 화로가 있어 불길이 예쁘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날씨는 따뜻하지만 가스난로로 낭만이 더해진다. 사람들은 각자의 행복을 찾아 걸어간다. 보트 타는 곳이 코로나로 문을 닫아 길을 막아서 다른 길로 돌아가 보니 여러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다.


다음에는 김밥을 싸가지고 나와서 앉아있다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강가로 향한 오솔길을 걸어본다. 강가에 크고 작은 돌이 많다. 이 돌들은 어디서 여기까지 왔을까? 다음에 오면 더 많은 돌들이 쌓일 것 같지만 또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돌들도 많을 것이다. 사람의 계산법과 자연의 계산법은 다를 것이다.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인간의 계산법 그리고 하나도 안 주고 백개를 원하는 인간의 계산 법하고는 다르다. 자연은 한없이 베푼다. 계산하지 않고 베풀기에 모자라지 않는 것이다. 멀리서 사람들이 배를 젓고 이쪽으로 내려온다. 유속이 빨라 금방 우리 앞으로 지나간다. 잘 보이지 않지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를 한다. 멀리 있어도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진 인연에 감사하는 표시다.




(사진:이종숙)




강에 놀러 나온 오리와 갈매기도 만난다. 그들도 싸우지 않고 리더 말을 잘 듣고 헤엄을 치고 평화롭게 논다. 만나면 싸우는 인간 세계하고는 다르다. 강가를 따라 걸어가니 산책길이 나온다. 엄마들과 여러 명의 아이들이 지나간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기 갑갑하여 나왔을 텐데 아직 어린 아기 하나는 피곤한지 길거리에서 뒹굴고 생떼를 부린다. 하늘이 구름이 껴서 하얗다. 그래도 태양은 어딘가에서 우리를 향해 응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동안 기쁜 날도 많지만 힘들게 살 때는 태양이 없는 어둠 속에 사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구름 뒤에 하늘이 있는 것처럼 태양도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면 조금은 덜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흐르는 강물 위에 있는 다리를 건너 걸으며 절벽 위에 있는 멋진 집을 바라본다.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매일 좋은 강 경치을 보며 살아서 좋을 것 같지만 매일 보면 왠지 슬플 것 같다. 강을 끼고 지어져 있는 아파트에 우울증 환자가 많은 통계를 보면 흐르는 물을 보고 있으면 뛰어들고 싶은 생각을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나무들이 사는 이곳에 그 누구도 시샘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고 살아간다. 어느 나무 아래에 버섯이 소복하게 자라고 있다. 여러 가지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세상을 이룬다. 갈매기가 하늘을 나르고 오리들은 잔디에서 걷거나 앉아있고 사람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으로 바뀌어간다. 뛰고 또 뛰어도 빈손이었던 날들이 자연과 함께하며 가슴이 벅찬 날들로 바뀐다. 하늘을 하루종일 한 번도 쳐다보지 못하던 날도 있었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았다. 욕심을 줄이니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하늘을 보고 날아다니는 새들을 본다. 아무것도 없는 그들에게는 걱정도 없을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며 힘들게 살아왔다. 숨을 들이 내쉬며 천천히 걸어간다. 지금까지 뛰어왔던 길에 추억의 꽃잎이 날아다닌다.




(사진:이종숙)




오고 가는 세월과 이별할 때까지 하늘을 바라보자.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저 하얀 갈매기와 오리들이 낮잠을 자는 곳을 지나간다. 서로를 피하지 않고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세상이 좋다. 지난 세월 내게 잘해준 사람들을 생각한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한편으로 서운했던 사람들도 생각해본다. 그들 또한 고마운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깨우침을 주기에 고맙다. 봄과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이 온다. 가을은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안팎으로 준비할 것이 많다. 긴 겨울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가을에 취해서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을 잊고 낭만에 빠져 있다. 게으른 사람 낮잠 자기 좋은 오늘 같은 날에 나도 한번 게으름을 피워본다.


오늘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잃어버린 오늘을 찾지 않기 위해 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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