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하나의 긴 여행이다. 절벽을 오르는 등반자처럼 오직 오르는 일뿐이다. 도중하차는 없다. 가파른 절벽은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듯이 인생도 옆길을 가지 못한다. “인생은 고행이다”. 누군가의 말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행이 없던 사람은 없다. 기쁨도 슬픔도 다 고행으로 시작하고 그 속에서 삶은 여전히 지속된다.
인간의 본능은 삶에 행복을 거부한다. 끊임없는 희망 때문에 절망하고 좌절하며 희망한다. 배우기 위하여, 앞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살아왔던가. 남들과의 경쟁도 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바 리둥 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살기 위한 만남도 있고, 죽기 위한 이별도 있다. 떠남과 머무름도 슬픔과 기쁨의 교차 속에 이루어진다. 욕망의 울타리에 숨겨놓은 갖은 욕심과 시기와 질투는 쉴 새 없이 들락거리고 평화를 위한 싸움은 평화를 끝없이 거부하며 평화를 내세운다.
인간의 웃음 뒤에 남겨진 찌꺼기들은 위선과 거짓의 허허로운 연극이 펼쳐지고 목적을 향한 계산은 자신 아닌 알지 못하는 어느 낯선 그 누구가 되어 낄낄대며 하늘을 본다. 지붕 위에 닭 보듯한 무관심은 어디에도 흔하다. 몇십 년을 같은 공간에 있을 뿐 서로 대화는커녕 눈길조차 안 준다. 주고받고의 되풀이만 할 뿐 주고 또 주고는 없다. 준 것을 되돌려 받지 않으면 그것으로 단절인 철저한 계산의 관계는 차라리 없는 편이 속 편하다.
겸손은 처량하고 초라한 모습이 된 지 오래다. 머리를 숙이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머리를 들고 사람을 내려다보며 잘못을 하고도 큰소리를 치며 죗값 대신 상을 받으려는 태도가 범람하는 세상이다. 백번 천 번 잘해도 한 번의 소홀함으로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고 한번 싫어진 마음을 돌이킬 수 없는 것 또한 사람의 마음이다. 눈길도 손길도 계산하며 건네지는 사람들의 인심이라서 눈감고 귀 막고 나 혼자 나하고 노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해 본다. 관심 밖의 사람들이 거기에 있을 뿐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만나고 싶지도 않고, 별로 할 말도 없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기 싫다. 반갑지도 않고 안부를 물을 필요도 없고, 전할 필요도 없이 그저 무심히 지나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어느 때보다 더 빨리 지나간다. 그렇다고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냥 마음이 바쁘다. 쓸데없는 시시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죽이 는 것이 견딜 수 없다. 할 일은 많은데 몸은 앉아서 걱정만 한다. 이것 또한 고행이다. 앞으로 사는 동안 머리와 몸이 일치되지 않아 힘든 경우는 더 많아질 것이다.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고 할 때나 갈 수 없는 곳을 가고 싶어 할 때 욕망의 고통이 나를 어느 깊은 곳에 묻어버린다. 헤쳐 나오기 위해 들어가고 들어간 곳에서 더욱더 빠져버린 채 헤어나지 못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것은 거짓이 아닌 듯한 거짓일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이 무서워 고독을 택한 이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 어차피 이 넓고 넓은 세상에 혼자 존재하는 그 태어나는 순간에 혼자 가야 함을 알았어야 했다. 죽기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사는 것인지의 정답은 없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고 죽으니까 죽을 뿐이다.
어느 것에도 선택은 주어진다. 그리고 알고 보면 그 양쪽 모두는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가 보았던 길도, 가는 길도, 또한 가보지 않은 길도 멋지다. 한평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색찬란하다. 아픔도 고통도 기다림도 슬픔도 끝이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에 아름답다. 비록 그 날을 보지 못한 채 떠난다 해도 죽음 또한 얼마나 좋은 것인가. 아픔도 슬픔도 없고 행복만이 있다 하지 않는가. 인생은 고행일지라도 걸어가는 길은 꽃길이다. 꽃이 피기 위해 참으로 많은 비바람을 맞아야 하며 혹한 또한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절망부터 맞아야 하고 행복을 갖기 위해서는 불행부터 껴안아야 한다. 하루하루의 삶이 고단해도 인생의 산이 아무리 높아도 정상을 향해 가야 하고, 위기는 기회라는 또 다른 선물을 주고 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따스한데 괜한 독백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