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ong Sook Lee Jan 15. 2020
무언가를 기다리며 산다.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고 이룰 수 없는 내일의 행운을 기다린다. 누군가의 편지를 기다리고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린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기다리고 오지 않은 내일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바쁘다. 기다리느라 바쁘고 그리워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 누구도 편지를 쓰지 않고 전화도 걸지 않으며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선택받기를 바란다. 외로운 듯 외롭지 않다. 표현하지 않은 외로움.. 하지만 나는 홀가분하다. 때때로 누군가가 생각이 나지만 그리 간절하지는 않다.
나만의 세계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나는 내가 그렇게 살 수 있게 연락하지 않은 사람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한없이 행복하다. 연락하고 만나고 편지를 쓰고 전화를 걸고 하는 일들의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신경 쓸 일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
무관심의 아름다움이다. 한 때 나는 사람들이 나를 초대하지 않아 서운했고, 나에게 연락하지 않아 미웠고,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아 싫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감사하고 고맙다. 나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를 나로 있게 해 준 그들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나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싫어도 해야 하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이 된 것이다. 보이고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진정한 내가 나의 삶을 사는 것이다. 만남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만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혼의 만남이 있을 때 진정한 만남이다. 보지 않는다 해도, 듣지 않는다 해도, 옆에 있지 않는다 해도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그리움이나 후회나 미련 같은 감정은 우리가 만들어낸 예쁘고 애절한 포장지일 뿐 실상 그 안에 있는 우리의 심장은 표현할 수 없이 뜨거울 수도 있고 얼음처럼 차가울 수도 있다. 그저 뜨거운 물에 손을 데었을 때처럼 또는 얼음물에 뼈가 시림을 느꼈을 때처럼 순간 견딜 수 없지만 시간이 가면 무뎌지듯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죽음을 생각하지만 큰 일도 잘 이겨 나간다. 오늘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해도 또 사랑을 한다. 끝이라고 믿었던 이 순간은 영원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기다림도 또한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계절처럼 인간관계도 변하고 바뀌며 또 다른 감정 속에 세상을 산다. 아무에게도 연락이 없어도, 비록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그리움과 사랑의 힘으로 살아간다.
만나서 좋고 만나지 않아서 좋다. 그리움은 보이지 않고 가슴속에 숨어 있다가 꽃처럼 언젠가 피어난다. 그처럼 겨울 속에 봄이 자란다. 혼자인 듯 그러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 와의 뜨거운 교류가 흐르듯이 그 속에서 나는 끝없이 감사하고 고마워한다. 무관심 속에 자라는 관심을 믿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