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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Oct 10. 2020

세월은... 나의 영원한 동행자



인생의 가을을 맞았습니다. (사진:이종숙)




세월은 모든 것을

바꿔놓는 요술쟁이입니다.

봄을 만들고

겨울을 보여주고

가을을 뺏아 갑니다.


피 끓는 젊음을 주었다가

파뿌리의 머리카락을 나게 합니다.

팽팽한 피부에 주름을 선사하고

꼿꼿한 허리를 굽게  하면서도

여전히 나를 따라다닙니다.


세월과 동행하며

나는 나이 들어갑니다.

나는 세월의 그림자가 되고

세월은 나의 친구가 되어

티격태격하면서도 헤어지지 않습니다.


싫어도 좋아도 함께 가야 합니다.

때로는 세월이

너무 게을러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부지런해서

따라가기가 숨이 찹니다.


천천히 가라 해도 빨리 가고

빨리 가라 해도 천천히 가며

말을 듣지 않는 세월 때문에

속이 상하지만

그래도 군말 없이

내 옆을 지켜주는 세월이 좋습니다.


내가 젊어도

내가 늙어도

세월은 날 사랑합니다.

계절처럼 오고

갈 때를 알고

속도를 줄이거나

과속하지 않습니다.


욕심 많은 나는

세월이 느리다고 투정하고

너무 빨리 간다고 불평하지만

세월은 그저 말없이

내 옆에서 웃고만 있습니다

가는 날까지 가보자고 손을 잡습니다.


내 맘대로

먼저 갈 수도 없고

나중에 오라고

혼자 갈 수도 없습니다.

세월과 나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랍니다.


세월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세월이 있으니

떼려야  수 없는

천생연분입니다.

세월 따라 내가 가고

나를 따라 세월이 갑니다.


무심한 세월이라

욕을 해도

답답한 세월이라고

짜증을 내도 세월은 말이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나와 함께 있을 뿐입니다.


어느 날

내가 세월과 이별하는 날

세월은 나의 손을 놓을 것입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사이좋게 지내야 합니다.

세월이 간다고

야속해하지도 말고

세월이 온다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세월은

어차피 나와 함께 걸어야 하는

운명의 동행자입니다.

세월 따라 이곳까지 왔고

세월 속에 살다가

세월과 함께 떠납니다.

세월은

어제의 나를 버리고

오늘의 나를 데리고

내일의 나를 만들며 걸어갑니다.


알 수 없는 내일이지만

세월 따라 걸어갑니다.

세월은

요술쟁이라서

언제나 나를 멋있게

만들고 함께 걸어갑니다

봄처럼 예쁘고

여름처럼 싱그럽고

가을처럼 아름다운

나와 세월의 길을 걸어갑니다.


세월은... 나의 운명의 동행자입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입니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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