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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Oct 18. 2020

나무처럼... 걱정 없이 살고 싶습니다


(사진:이종숙)




나무에 몇 개 남은 단풍잎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아침 내내 심한 바람이 불었는데

용케도 안 떨어졌습니다 

며칠 더 버텨보려는가 봅니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여기저기 수북이 쌓여있다가

바람이 불면

동고동락하던

친구들과 헤어집니다.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하기에

바람 따라 여기저기 흩어집니다.


봄에 같이 태어나서

여름내 같이 놀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싫지만

힘없는 낙엽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 갑니다.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낙엽도 있고

나무 아래에 숨어

겨울 준비를 하는 낙엽도 있습니다.

머지않아 하얀 눈이 내리면

눈을 이불 삼아

눈밑에서 친구들과

긴 잠을 잘 것입니다.


바람을 피해

어디선가 뛰어온 토끼도

소나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사방을 살핍니다.

적이라도 있나

겁 많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긴 귀를 쫑긋거립니다.


털이 조금씩

하얀색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눈처럼 하얘지면

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름대로 살아가게끔

만들어졌습니다.

바람이 또 세상을 세게 흔들고

굴러다니는 낙엽들은

또 다른 이별을 해야 합니다.


그 흩어진 낙엽들은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까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 건

사춘기 때부터였지만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답을 모르면서 삽니다.

죽을 때 까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며

살아왔는데

선두가 되지 못한 채

계속 달리기만 합니다.

선두를 향해 갈 뿐이지

선두의 자리는

항상 누군가가  지깁니다.

선두는 항상 바뀝니다.


내가 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차지가 됩니다.

그래도

선두를 향해

같이 뛰어갑니다.

어차피 선두는

외로운 자리를

혼자 지키기 위해

함께하는 생각을 못합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야 합니다.

나는

선두가 되지 못하지만

이웃이 있고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낙엽이 우르르 몰려다니다

여러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헤어져도 어쩔 수 없지만

함께하면 더 좋습니다.


화려하던 단풍잎은

거의 떨어져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초라합니다.


머지않아 눈이

그 초라한 모습을 덮어주

눈꽃을 피울 것입니다.

자연은

한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합니다.


나무는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그곳에 서 있을 뿐입니다.

견디고 버티다가

더 이상 안되면

그냥 넘어져 쓰러집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나무는

편하게 누워 하늘을 쳐다봅니다

나도 나무처럼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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