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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Oct 15. 2020

몸이 하는... 소리를 들어보자


(사진:이종숙)


살다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한마디 말도 안 나올 때가 있다.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은데
한자의 글도 쓸 수 없을 때가 있다.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해야 할 것이 많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나는 나인데
내 몸은 꼼짝 않고 가만히 있다.
그럴 때 나는 내 몸의 말을 들어준다


살면서 몸이 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살았다
내가 내 몸의 주인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몸은 영혼과 육체가 함께 행복할 때
행복하다
영혼이 행복하면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몸이 망가지면 영혼도 망가진다


몸의 소리를 무시하고
정신줄 놓지 마라 하지만
정신이 모르는 몸의 구역이 있다.
휘청거리다가 넘어지고
넘어지면 아프다
아프면 기운 없고 삶이 싫어진다


몸은 참고 기다린다

몸은 침묵한다
머리와 몸은 전깃줄처럼
얽혀 있어 그중에 하나가 삐딱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기저기 모르던 문제가 생기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까지고 찢어진다
몸이 반란을 일으킨다
그냥 좀 놔두라고 반항한다
그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몸의 소리를 가만히 들어야 한다




하늘을 본다
여러 가지 모양의 구름도 본다
세상을 보고
바람소리도 들어본다
지쳤던 몸이 본다
힘들었던 몸이 듣는다
무언가 가슴속에 느낌이 온다
 다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세상이 하는 소리가 들린다

급 할 것 없이 쉬었다 가도 된다
일등이 안돼도 괜찮다
꼴찌면 어떤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등수가
뭐 그리 대순가
가만히 듣고 있으면
잘살고 있다고 속삭이는 말이 들린다


그거면 만족한다
그거면 행복하다
숨차게 뛰어도
천천히 걸어도
종착역에 간다
누구나 거기서 만난다


종착역에는

일등도 꼴찌도 없다

다 만나서 웃고 논다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

쉬었다 가자

몸이 하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가자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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