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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Oct 24. 2020

이유 없는 배앓이로... 단식의 의미를 배운다


(사진:이종숙)




꽉 막혔다. 식사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난리를 치는 내 뱃속이 꽉 막혔다.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하루 종일 굶어도 배가 안고프다. 무슨 일인지 밥 생각도 없고 배도 안 고프고 특별한 통증도 없다. 그냥 윗배가 불편하다. 사람의 몸은 정확하고 면밀한 기계이라서 조금 이상이 오면 바로 느낀다. 어제 아침에 밥을 먹고 두어 시간 뒤에  바람도 쐴 겸 동네 슈퍼에 남편과 함께 걸어갔다. 물건을 사 가지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배가 옥죄듯이 아픈듯하며 식은땀이 날듯하고 비위가 했다. 그냥 걸어가면 괜찮겠지 생각하며 참고 왔지만 집에 와서도 메슥거리고 기분 나쁜 통증이 있었다.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누웠지만 여전히 안 좋았다.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니고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슴이 무겁고 답답했다.


식욕은 전혀 없고 배도 부둥하여 소화제를 하나 먹고 누워서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여전히 배는 고프지 않고 먹고 싶지도 않았다. 다행히 토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나름 안정이 되어갔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배도 안고프다. 평소의 나는 적은 양이지만 하루 세끼 꼬박 챙겨 먹고 간식으로 군것질도 한다. 어쩌다 식사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남편과 나는 떨리는 증상이 있어 식사시간을 되도록 맞혀 먹으려 한다. 이상하게 당뇨병도 없는데 잠시도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한다. 올해는 연초에 지독한 기침감기에 걸려 고생한 것 외에는 무병하게 잘 지냈는데 아프니 이상한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려 고통 속에 살아가는 현대에 의학이 발달하고 약이 발달해도 깊어가는 인간의 병을 다 고치지 못한다. 사람의 몸이 이토록 예민한 것을 보면 병이 날 때까지  많은 시간 동안 방치하며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의 나 같은 경우에는 소화가 안되어 조금 힘들어하는 것이지만 아픈 사람들의 병이 하루아침에 생긴 병이 아닐 것이다. 몸이 하는 소리를 못 듣고 살기 바빠 정신없이 살다 보면 병이 깊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아 많은 고생을 하게 된다. 아파도 웬만하면 아프다는 말없이 그냥 넘기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밥도 안 먹고 누워있는 나를 보며 남편은 걱정이 태산이다. 응급실에 가서 검사해 보자고 하지만 특별한 증상 없이 갈 필요 없어 그냥 있다. 병원에 가면 수속 절차로 사람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아 되도록이면 안 가려고 한다. 2년 전에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응급실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려 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 없음으로 결과가 나왔다. 배는 여전히 아픈데 이상이 없다며 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약을 지속적으로 먹으라며 처방을 해 주었다.


그래도 의사 말이니까 약을 사 가지고 와서 먹었는데 여전히 기분 나쁜 통증이 계속되었다. 아무래도 이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하고 참고 몇 시간이 지나자 등에서 무언가가 솟구치는 듯하더니 수십 개의 물집이 잡혀있었다. 말로만 듣던 대상포진의 시작이었다. 깜짝 놀라서 다시 응급실로 가서 아까 다녀갔다고 했지만 다시 줄을 서야 했고 3시간을 더 기다렸다. 의사 한번 만나기 위해 고생하며 기다리다 5분도 채 안 되는 의사와의 만남에 약 처방을 들고 나오는 내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웬만하면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 의사를 기다리다 죽는 예가 적지 않다. 아픈데도 의사도 못 보고 죽는 사람의 심정이 얼마나 안타까울까 생각이 든다. 세상이 발전하여 살기 좋아졌지만 아픈 사람도 많지만 의사도 많은데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한다.


아픈데도 병원에 가기가 두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이번에는 병이 나긴 했지만 굶으면 될 것 같다. 나이 들면 소화기능도 저하되고 활동도 줄어 먹는 양이 줄어든다. 몸이 힘들면 몸살을 앓으며 쉬고 나면 낫듯이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는 단식도 필요하다. 그처럼 뱃속도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매 끼니 찾아먹고 배가 안 고파도 먹고 심심해서 먹으며 사는데 내가 생각해도 뱃속에 미안하다. 오죽했으면 하루가 지나도록 일을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벽에 일어나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면 막혔던 체증이 뚫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수도라면 기계로 시원하게 뚫을 텐데 그럴 수 없으니 기다려보자.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뇌가 허락해야 할 수 있으니 배가 허락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조금씩 안정되면 그때 먹으면 된다.


평생을 먹어온 밥인데 하루 안 먹었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할 일도 많은데 주저앉을 수 없다. 정리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하루 이틀 굶으며 뱃속을 달래며 시간을 벌어야겠다. 환절기를 타는 나는 가을에 해마다 한 번씩 몸살로 크게 아프긴 했지만 올해는 이유 없는 배앓이로 고비를 넘기려나 보다. 어쨌든 사람의 몸이 참으로 간사해도 이렇게 조금씩 아프다고 엄살을 떨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가만히 있다가 놀라게 하는 것보다 작은 병으로 치료하며 살게 하니 창조주의 지혜를 따를 수 없다. 인간에게 수많은 기회를 주고 수없이 용서하며 인간을 사랑하시는 창조주의 은총에 감사하며 꽉 막혀있는 뱃속 덕분에 단식과 금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평소에 너무 많이 먹으며 혹사한 배게 미안하다. 하루빨리 체증이 뚫려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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