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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Oct 25. 2020

처음은 어렵지만... 연습하며 나도 현대인이 된다


(사진:이종숙)



요즘 아이들은 정말 똑똑하다. 세상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어린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받으며 유튜브로 여러 가지를 배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잘한다. 세상이 빨라져서 손주들을 가르칠 수 없이 우리가 그들에게 배워야 한다. 옛날에는  어른들한테 여러 가지를 배우고 어른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았는데 이제 거꾸로 됐다. 아이들은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 인공지능을 접하며 손과 머리에 익혀 나가고 나이 든 사람들은 몇십 년 뒤진 상태에서 새로운 문명을 배워야 하기에 어렵다. 독감주사를 맞는 시기다. 한국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사망한다는 뉴스를 들으며 은근히 걱정이 된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믿을 곳은 어디인가 하는 마음이 든다. 너도나도 독감 예방 백신을 편리하고 복잡하지 않은 곳으로 가서 맞고 싶어 한다.


우리는 해마다 쇼핑센터 안에 정부가 설치해놓은 곳으로 가서 맞았는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여러 사람이 밀집된 실내에 있지 못하기에 올해는 없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다리는 것이  싫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마침 큰아들 동서가 약사로 일하는 곳에 예약하려고 했다. 이메일로 내용을 적어서 보내려는데 안 보내져서 큰아들한테 이야기했더니 동서가 집으로 와서 맞혀주겠단다.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얘기하며 약속을 잡았는데 마침 그날 그 동서와 함께 일하는 동료가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았다며 동서도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려면 이틀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약속을 취소했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다음 날 약국에서 이메일이 왔는데 다음날 약속이 잡혔다며 오란다.


이거 주사한대 맞는데 너무 복잡한 생각에 어쩔까 멍설이다 아들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이메일을 무시하고 동서한테  연락이 오면 그때 맞으란다. 아무래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아이들이 더 잘 아니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동서에게 전화가 왔는데 다음날 와서 맞혀주겠다고 해서 고맙게 맞았다. 매사를 세심하게 챙기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날에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 코로나 때문모든 것이 복잡해서 노인들은 힘들다. 그냥 시간 날 때 가서 한대 맞고 오면 되는데 예약을 하는 번거로움을 거쳐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많다. 비대면의 세상이 되어 사람과의 만남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컴퓨터나 전화에 문제가 생기면 인터넷을 찾아가며 해결해야 한다. 전문용어를 모르는 우리들은 아이들의 신세를 져야 한다. 안 그래도 바쁘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안 물어보려고 인터넷을 찾으며 고심한다.


어제 하루 종일 무슨 문제인지 브런치에 글을 올렸는데 사진이 안 보이고 백지상태 여서 이것저것 해봐도 안된다. 카톡에 공유해 놓은 사진도 안 보여서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아이들도 모르겠단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세상이 좋아졌는데 더 힘든다. 1 더하기 1은 2인데  1 더하기 1이 셀수 없는 무한한 숫자가 되는 세상에서 산다. 인터넷을 찾으며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 보니  수없이 많은 것들이 끝없이 나온다.  하나를 물어봤는데 끝없이 나온다. 나중에는 내가 물어본 질문은 잊어버리고 다른 것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세상이 초 단 위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 요즘 날씨도 추워지고, 해도 짧아져서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봐도 봐도 볼 것 천지다. 돌려도 돌려도 새로운 것들이 수없이 나온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를 하나 골라서 보기 시작했다.


요즘 드라마는 옛날에 나오던 드라마가 아니다. 이리 번쩍 저리 번쩍 눈이 바쁘다. 안방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앉아 훌쩍거리며 보았던 '여로'나 '대장금' 그리고 '허준' 같은 드라마가 아니다. 머리가 빨리 돌지 않으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정겨운 드라마가 인기 없는 세상이 되었다. 죽이고 빼앗고 숨기고 감추며 서로가 속여야 승자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옛날 드라마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았지만 점점 더 삭막해지고 극악해진다.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역전시키는 드라마가 인기 있으니 자꾸만 그런 쪽으로 발달된다. 인간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인간을 지배하고 명령한다. 위로를 받고 공감하며 삶을 나누던 시대에서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하여 오직 이기기 위한 삶으로 변한다. 끈끈한 정도, 미련도 없이 승자만이 세상을 차지하게 된다면 어떤 세상일까 궁금하다.


아프지 않기 위해 독감주사를 맞는 것인데 이런저런 사고가 생기니 과연 무엇이 옳은지 헷갈린다. 맞아야 한다. 중지해야 한다며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이 하는 일들은 믿을 수 있는 게 점점 없어지고 인공지능을 믿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없고, 사람을 믿을 수 없고, 사람을 피해 다녀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간다. 코로나가 없어져도 다시 모든 것들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세상이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두 손 두발 묶어놓고 살 수 없다. 새로운 것들이 조금은 어설프고 불편하지만 연습하면 된다. 코로나 초기에 만남과 외출을 자제할 때 황당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산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아온 듯 적응하며 산다. 물건을 직접 보고 사고팔시대가 아니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살아지는 세상이다.


젊은 사람들이 쓰는 신조어는 이해 못하지만 드라마를 보며 배운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공존하며  함께 친구가 되어간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포옹하던 시대가 갔고 주먹으로 악수하며 안부를 묻고 마스크를 쓰고 미소하는 시대가 왔다. 예방 주사도 예약하며 정해진 시간에 가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살짝 맞고 와야 한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던 따뚯한 시대가 가까이 가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하는 세상이 되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세상은 돌고 돈다. 헐레벌떡 쫓아가지 않으면 세상을 잡을 수 없고 좋은 세상을 만나지도 못한다. 드라마도 세상을 따라간다.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야 드라마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안방에 앉아서 삶의 애환을 주고받으며 살던 때가 아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4차원의 시대가 되었다. 신형 텔레비전의 리모컨이나 스마트폰 작동이 어려워서 쩔쩔맸는데 지금은 그냥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한다.


처음엔 어렵지만 자꾸 연습하며 나도 현대인이 되어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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