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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02. 2020

코로나가... 뺏아간 아이들의 핼러윈데이


사진:이종숙)



귀신이 나올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동네가 을씨년스럽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꼼짝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핼러윈데이는 거의 취소가 되어 동네가 깜깜하다.




해마다 10월 마지막 날인 오늘은 집집마다 불을 켜고 귀신 쫓는 핼러윈 데이라서 동네가 환하게 불을 켜놓는다. 호박을 여러 가지 마귀 얼굴로 자르고 촛불을 밝혀 문간에 놓는다. 마당에 귀신이나 해골 같은 음산한  장식을 해놓는다. 아이들은 커다란 자루를 하나씩 들고 '트릭 올 트릿'을 외치며 신나게 동네를 누벼야 할 밤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크고 작은 아이들이 분장을 하고 소리 지르며 벨을 누를 텐데 온 동네가 죽은 듯이 조용하다. 코로나는 '핼러윈 데이' 마저 아이들에게 빼앗아갔다. 다들 집안에서 귀신놀이를 하는지 동네는 정말 귀신이 나올 듯 아무도 없이 깜깜하다. 핼러윈데이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특별한 날이다. 가면을 쓰고 분장을 하고 마귀를 쫓고 귀신을 막으며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하루 저녁 100여 명 넘는 아이들이 와서 캔디를 받아가기 때문에 해마다 이맘때는 캔디 몇백 개는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리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고 나는 집에서 오는 아이들에게 캔디를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감자칩과 사탕 과자 초콜릿 등을 좋아하고 어떤 때는 모금을 하기 위해 조그만 통을 가져오는 아이들도 있다. 캔디 대신 돈을 받아 자선 단체에 보내기 위해 희생한다. 아이들은 멀리 또는 가까운 동네를 다니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얻은 노동의 대가로 캔디를 얻어온다. 집집마다 다 다른 캔디를 주는데 아주 작은 것 하나씩 주는 곳도 있고 커다란 초콜릿을 주는 집도 있다. 한 해는 아이들이 어릴 때 부자동네를 가면 캔디를 많이 받는다며 가자고 해서 데려갔다. 그런데 부자동네는 집들이 커서 몇 집 안 갔는데 아이들이 지쳐버렸다. 캔디는 얼마 얻지 못하고 몸은 피곤하고 아이들이 힘들어 집에 그냥 온 적이 있다.


그 뒤부터는 절대로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는 가자는 소리를 안 하고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타운 하우스를 돌아다니며 많은 캔디를 얻었다. 타운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많고 아이들의 취향을 잘 알아 아이들이 평소에 먹고 싶던 캔디를 많이 얻을 수 있어 행복해했다. 또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인심이 좋아 아이들에게 한주먹씩 집어주어 집에 올 때는 커다란 자루로 하나씩 들고 와서 펼쳐놓고 맛있게 먹곤 했다. 이곳의 아이들의 핼러윈 캔디 자루는 베갯잇으로 한다. 베갯잇은 크고 많이 들어가고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얻어온 캔디쏟아놓고 종류별로 나누기도 하고 몇 개인지 세기도 하며 행복해한다. 보통 10월 말에는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온다. 한 해는 눈이 무릎까지 왔지만 아이들이 나가고 싶어 했다.


아이들이 입을 옷을 만들어 입히고 얼굴에 분장을 시키고 아이 셋을 데리고 동네 한 바퀴 돌은 적이 있다. 날씨가 영하로 25도가 되는 추운 날이었는데 굴뚝에는 하얀 연기가 펑펑 나오고 눈은 무릎까지 왔지만 아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동네를 돌았다. 나갔다오니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가 되었지만 커다란 자루로 하나 가득 캔디를 얻어온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잘 갔다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휴일은 부활절과 핼러윈 데이 그리고 크리스마스날이다. 그중에 핼러윈데이는 아이들의 가장 행복한 날 중에 하나다. 그날은 친구들과 어울려 이집저집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공짜로 캔디를 얻어 신나게 먹는 날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핼러윈 파티를 크게 하며 선생님들학생들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옷을 입고 무서운 가면을 쓰고  분장을 하고 와서 재미있게 논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학교나 어린이집에서는 방역 수칙을 지키며 나름대로 조촐한 핼러윈 파티를 했다. 몇몇이 앉아서 파티한 사진을 아이들이 보내주었다. 예전에는 부모들과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까지 가서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아이들의 흥을 돋우어 주었는데 올해는 선생님이 아이들 몇 명과 야외에서 작은 파티를 하는 사진이다. 오랜만에 삼촌이 왔지만 집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마당에서 불을 지피며 손주들이 나름대로 코로나식의 핼러윈 데이를 보내는 사진도 보냈다. 나름대로 지혜로운 방법으로 이렇게 지나간다. 불평과 불만이 가져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아는 슬기로운 인간의 지혜는 또 다른 방식의 코로나식 핼러윈을 대처하는 방식을 만들어 내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삶은 자연 같아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조용히 흐른다. 어제의 세상이 사라지고 오늘의 세상을 받아들이며 산다.


오늘을 몰랐듯이 내일 또한 모르지만 바람이 부는 대로 꺾어질 듯 하지만 꺾어지지 않는 갈대가 되어 살아가면 된다. 가면을 쓴다. 아무도 못 알아보는 깜짝쇼를 한번 해본다. 큰손자는 늑대가 되었고 큰 손녀는 하늘을 나르는 마귀가 되었다. 둘째 손자는 스파이더맨이 되었고 작은 손녀는 호박이 되었다. 너무나 예쁘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야 하지만 꿈만은 잃지 않고 멋지게 아갔으면 좋겠다. 누구나 그날은 평소에 되고 싶은 무언가가 되어 그날 하루를 즐긴다. 최대한으로 무섭고 흉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은 당연히 좋아하지만 치과의사가 제일 좋아하기도 한단다. 아이들이 캔디를 많이 먹어 11월은 일 년 중에 매상이 제일 많은 달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던 날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코로나 때문에 그런 날이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집에서 각자가 사 온 캔디를 먹으며 스마트폰 하나씩 들고 앉아 시간을 보낸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함께 하는 놀이가 없어지고 거리를 지키며 스치며 살아간다. 핼러 이에 만남을 25퍼센트 줄이라는 정부의 시책에 따라 아무도 오지 않는 쓸쓸한 10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11월을 맞는다. 추수감사절도 쓸쓸하게 보냈고 핼러윈데이도 이렇게 지나갔다. 얼마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극성이다. 아무도 오고 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생각하면 벌써부터 쓸쓸하지만 이렇게 만나지 않음으로 코로나를 근절시킬 수 있다면 당연히 만나지 말아야 함을 알지만 왠지 모르게 슬퍼진다. 어쩌다 세상이 이리되었는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었던 날들이 그리워진다. 사람들을 만나고 귀신 복장을  하고 사람들과 장난치며 핼러윈 파티를 하던 날이 많이 생각나는 밤이다.


일 년 내내 아이들이 기다리던 핼러윈 데이의 밤이 한없이 깊어간다. 어서 빨리 코로나로부터 해방이 되어 아이들의 핼러윈데이가 예전으로 돌아갈수 있었으면 좋겠다.


Happy Halloween!!!

Trick or Treat!!!

Halloween Apple!!! 하며

외쳐대던 동네 아이들이 보고 싶다.

그들의 익살맞은 분장이 그립다.

빼앗긴 그들의 핼러윈 데이를 되찾아 주고 싶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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