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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07. 2020

인연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소중한 인연




인연이란 무엇일까? 인연 안에 필연도 있고 악연도 있고 순간의 스침도 있고 모질게 긴 인연이 있다.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고 이별하고 싶어도 이어지는 인연은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꼭 사람과의 인연이 아니라 물건과의 인연도 있다. 애완견과의 인연, 길냥이와의 인연을 비롯하여 세상에는 여러 인연으로 이어져 얼키설키 엮어져 살아간다.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에 3년 전 헤어졌다 주인을 만난 개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그 개는 주인과 헤어져 3년 동안 다른 곳에 생활했다. 개 주인은 개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며 찾으러 다녔지만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개는 어느 보호지역에서 살고 있었고 주인은 끊임없이 개를 찾아다녔다. 간신히 어느 곳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개 주인은 그 개를 찾아갔다.


보호센터 요원이 개를 데려다가 주인 앞으로 데리고 갔는데 개는 단박에 주인을 알아보고 미칠 듯이 좋아하는 영상을 보았다. 헤어졌던 3년간의 그리움을 강렬하게 표현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주인을 빨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애틋하여 눈시울이 뜨겁게 달았다. 주인에게 안기고 엎어졌다 잦혀졌다 하며 갖은 애교를 떨며 그동안 만나지 못한 애절한 그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개와 주인의 모습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었다. 말 못 하는 짐승도 주인을 알아보고 사랑하는 주인의 마음을 알아 저 난리를 치는 것을 보니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인연은 한 번의 만남으로 평생을 그리워하고 한 번의 만남으로 괴롭게 살아가기도 한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인연도 우여곡절 끝에 이별이 되기도 하고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인연도 우연히 이어지게 되는 게 세상사 같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오래전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가서 헤어진 생각이 난다. 옛날에는 개가 새끼를 낳으면 강아지들을 상자에 몇 마리 가지고 나와 시장에서 파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 먹을 것도 충분하지 않은데 개가 강아지를 낳으면 굶겨 죽이고 싶지 않아 임자가 나타나 팔면 살림에 보탬이 되어 노인들이 시장에 내다 팔곤 했다. 엄마는 우리들이 강아지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 사람들이 가엾다며 강아지를 사다 주셨다. 특히나 막내 동생이 개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좀도둑이 많은 시절이라서 집을 지키라고 문간에 묶어 놓는다. 그래도 도둑들은 용케 강아지 들의 마음을 사는 방법을 알고 도둑질을 해가곤 했다. 한 번은 강아지를 얼마나 꼬셔 놓았는지 문간에 묶어놓은 개까지 끌어가 버린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잘 키워 놓은 개를 보신탕집에 갖다 팔면 꽤 큰돈을 주던 시절이었다.





그 뒤 엄마가 시장에서 셰퍼드 강아지 한 마리를 사 오셨는데 셰퍼드는 새끼도 웬만한 개만큼 크고 먹기도 엄청 잘 먹었다. 엄마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 오셨는데 알고 보니 셰퍼드였는데 보통 집에서 셰퍼드를 기른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먹기도 많이 먹고 먹는 만큼 똥을 많이 니 어린 우리들은 그저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먹고 싸고 짖어 대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하니 동네 사람한테도 미안했지만 좋은 종자라는 것을 안 엄마는 개를 신주 모시듯 했다. 엄마가 살뜰히 살피니 개는 무럭무럭 잘 자랐고 제법 의젓한 어른 개의 모습이 되어갔다. 엄마는 언젠가 그 개가 큰일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일단 갯값을 잘 받기 위해 열심히 먹이고 닦아주며 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던지고 소리 지르며 명령하고 칭찬하며 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커가는 개를 엄마 혼자 감당이 안됐다.


개는 6개월밖에 안되었는데도 커다란 개가 되어 마당에서 뛰어놀며 이것저것 깨기 일 수였고  작은 마당이 갑갑해서 아무 데나 오르내리며 말썽을 폈다. 밥을 주면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똥을 여기저기 싸서 엄마가 묵어 놓았더니 기운이 센 개는 끈을 잡아당기고 이것저것 끌어 다니며 난리를 쳤다. 보다 못한 엄마는 말 못 하는 짐승이 얼나나 갑갑하겠느냐며 끈을 풀어 주었다. 개는 신나서 마당을 돌아다니며 말썽이란 말썽은 다 피웠다. 요즘이야 개 훈련학교가 있어 교육을 시키지만 그때는 개는 개같이 살아야 한다고 그냥 놔뒀다. 엄마가 시킨 훈련은 그저 개한테 자신감만 심어준 것이었다. 말도 안 듣고 망나니 같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주인을 보면 좋아서 머리끝까지 뛰어오르니 아무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오랫안 우리 형제들과 장난치며 친하게 되어 정이 많이 들었다. 엄마 혼자 밥 주고 똥을 치며 엄마는 너무 힘들어 좋은 임자 만나면 그냥이라도 주고 싶어 했다. 막상 그렇게 되니 하루라도 빨리 누군가가 가져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던 중 하루는 엄마가 급하게 집을 나가면서 대문을 잠그지 않고 나가셨다. 안 그래도 갑갑하던 개는 이때다 하고 집을 나갔다. 우리 8 식구는 온 동네를 하루 종일 밤늦도록 개를 찾아 헤맸다. 개 이름을 부르고 이집저집 기웃거리며 혹시나 개를 찾을 수 있을까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어디론가 사라진 개는 보이지 않아 그 뒷 날도, 그 뒷날도 기웃거리며 개를 찾는 행동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우리 개라고 표시해 놓은 것도 아니고 셰퍼드는 비슷비슷하지만 만나면 분명히 머리까지 뛰어오르며 좋아서 난리를 칠 텐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 뒤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토록 정성을 들였는데 엄마 실수로  개를 잃어버렸으니 엄마는 엄마대로 마음 아파하며 미안해했고 우리들은 한동안 개를 잃은 슬픔에 동네를 헤매는 습관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올 것 같아 문도 열어놓고 틈틈이 이웃들에게 부탁하였지만 친구 따라 멀리 가버린 개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얼마 지나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고 그 개와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났지만 길에서 퍼드를 보면 그 개가 지금도 그립다. 자라면서 여러 마리의 개를 가져봤지만 다른 개들은 잊혔는데 그 개만큼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셰퍼드를 보면 아련한 그리움에 몇십 년 전 어릴 적 살던 집으로 돌아가 개와 함께 장난치며 웃는 모습이 생각난다. 어렸기에 특별히 내가 해준 것이라고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들었다.  똥을 여기저기 싸놓은 것을 보면 더럽다고 도망가고 덩치가 너무 커서 안아주지는 못했어도 옆에 있으면 든든했다. 


지금도 셰퍼드는 내 마음에 특별하다. 아무 때나 지나가다 만나면 꼭 내가 잃어버린 개 같아 유심히 본다. 지금껏 살아있을 리가 없지만 어쩌면 후손이 아닐까 하며 나름 위로하며  언젠가 내가 개를 키우게 되면 같은 종류의 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모르겠다. 개들의 의리는 익히 알고 있지만 유튜브 영상을 보며 개와의 인연을 생각하며 우리가 살며 만나는 그 무엇도 이유 없는 인연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때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다. 요즘엔 오리나 닭 그리고 여러 가지 애완동물들이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영상을 볼 때마다 짐승도 사람 못지않게 귀한 것을 알게 된다.


몇십 년 전에 집을 나간 그 개가 생각 나는 오후다. 우리의 삶 안에서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가져다주기에 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사진출처: 안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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