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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18. 2020

겨울 숲에... 사는 나무들

(사진:이종숙)


눈을 덮고 누워있는 나무가

추워 보이지 않고 포근해 보입니다.

눈밑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이지 않아 볼 수 없고

볼 수 없어 알 수 없는 것들은

봄을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가을을 털어버리고

말라붙은 채 나무 옆에 서있는

어린 나무와 잡풀들은

서로를 기대고 의지하고 삽니다.



(사진:이종숙)


아무도 걷지 않은

숲 속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걸어봅니다.

지난봄의 아름다운 추억도

한 여름의 화려한 꿈도

눈 속에 파묻혀 잊혀갑니다.

아름답던 가을은

어디로 갔는지 가버렸고

남쪽나라 찾아간 오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봄이 오면 다시 온다며 날갯짓으로

안녕을 고하고 떠났던 날들이 생각납니다.

계곡물에서 헤엄치며

산책하는 사람들과 숨바꼭질하던

장난꾸러기 수달도 보고 싶습니다.



(사진:이종숙)


다 털어버린 겨울나무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얼굴을 내밉니다.

구부러진 가지마다

따스한 햇살을 받고 싶어

목을 길게 빼고 햇살을 나누어 받습니다.

얽히고설킨 인연의 끄나풀로

맺어진 만남은

함께 있음에 고맙고 행복합니다.

추운 겨울을 옆에서

지켜줄 수 있어 따뜻합니다.



(사진:이종숙)


구름 뒤에 있어도

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희미하고

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가 지금

조금 힘들어도

결코 불행하지 않은 것은

내일을 향한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지만

우리를 잡아 이끌어주고

들리지 않는 음성이지만

우리를 감싸며 위로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진:이종숙)


길가에 놓인 나무의자에

하얀 눈이 앉아서 편히 쉬고 있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안부를 묻습니다

어제 누가 다녀가고

오늘은 날씨가 춥다며

건강을 기원합니다.

하얀 모자를 쓰고

아무도 없는 숲 속을

잊지 않고 찾아주어

고맙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사진:이종숙)


그 길을 따라서 걸어가 봅니다.

앞으로 가면 동네가 나오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산책길 끝에 다리가 나옵니다.

다리 밑에는 계곡물이 얼어 있고

즐거웠던 여름날을 기억하며

오랜 세월 서있던 나무들은

누워서 쉬고 있습니다

눈이 녹고 봄이 오면

나무 사이로 물이 흘러 내려가고

이름 모를 버섯을

키우며 살아갑니다.

죽은 나무에 딱따구리 새가

벌레를 잡아먹으며

나무를 열심히 찍어댑니다.



(사진:이종숙)


언덕 위로 올라가면

내리막길이 있습니다.

다 내려가면

다리가 있고 옆으로 올라가는

작은 오솔길이 있습니다.

지난가을 늦게까지 들꽃이 피어있어

올라가 보았습니다. 

이름 모를 보라색 꽃과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벌집을 만났던 길입니다.

커다란 나무에 구멍을 내어

벌집을 만들고 수많은 벌들이

꿀을 나르던 나무였는데

벌들은 어디로 가고

빈집만 동그랗게 남아 있습니다.



(사진:이종숙)


끝이 보이지 않아도

길이 있음을 압니다.

길을 따라가면

다른 길과 만나고 또 헤어집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따라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을 만납니다.

모르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사람들은 또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래도 보이지 않은 저 먼 곳에

겨울 숲에 사는  나무들이 있고

그들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행복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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