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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17. 2020

보이지 않는... 손길로 살아가는 우리들


(사진:이종숙)


세상살이 어렵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마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인간관계는 영원한 숙제이다. 싫어도 좋은 척할 때가 있고 좋아도 좋다고 말하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할 때도 있다. 좋은 게 좋아서 두리뭉실 넘어가다 보면 줏대 없는 사람이 되고, 바른말을 할라치면 냉정한 사람이 되기 일수인 세상에 사람을 사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오다가다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우정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고, 몇십 년을 가까이 보면서도 친구가 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미움을 받는 사람이 나에게는 유독 잘해서 친하게 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남들에게 잘하면서 나한테 냉정하여 친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주위에 친한 사람이 많아도 진실한 친구가 없어 외로워하는 사람이 있고, 주위에 아무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의외로 친구가 많은 경우가 있다.


누가 과연 진실한 친구일까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많은 것 같다가도 몇 안되고 얼마 없는 것 같아도 많은 게 인간관계이다. 잘 나갈 때는 많던 친구가 일이 안되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줄 때와 내가 사람을 알아볼 때는 천지차이다. 친하지 않았던 사람과 친하려 애쓰느니 혼자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사람도 많다. 숱한 세월 동안 멀리서 바라만 보던 사람과의 친분 쌓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금 할 수 있다면 옛날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싫은 사람이 좋아질 수 있음은 거의 불가능하다. 차라리 밤하늘의 별을 따는 것이 쉬울 것이다. 마음으로 터 좋아져서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사이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간사한 게 사람인지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차도 손익을 따진다. 이익이 없을 것 같으면 망설임 없이 외면해 버린다. 얼음보다 더 냉정한 인간관계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인정을 베풀어도 손해가 있을 것 같은 친구한테는 계산을 하고 거리를 둔다. 사람들은 왕따를 무서워하지만 인간사회는 누군가를 교묘히 왕따 시킨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남도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인을 함정에 빠뜨리고 고소해한다. 가깝기 때문에 잘 알기에 더 잘해주고 배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세상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배신당하는 경우보다 잘 아는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사기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잘 알기 때문에 믿고 설마 하며 신뢰하며 당한다. 살다 보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사고가 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 앞에서는 웃으며 친절해도 돌아서서 욕하며 이간질하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본다. 각자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남이 더 재미있게 노는 것 같으면 쫓아가서 뺏는다. 먼저 가지고 놀던 애는 자기 것을 뺏으려는 아이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울고불고한다. 이미 장난감은 다른 아이가 가지고 노는데 버려진 장난감이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에 다른 장난감을 집어 들고 천천히 재미있게 논다. 장난감을 버린 아이는 뺏은 장난감이 별로 재미가 없는 것을 알고 버린 장난감을 다시 뺏는다. 결국 각자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사이좋게 논다. 남과 친한 사람을 빼앗기 위해 이간질을 하고 결국엔 친한 사람을 갈라놓고 다른 하나와도 가까워지지 못한 채 양쪽 다 원수처럼 살아간다. 남의 것을 탐낸다고 내 것이 될 수 없다. 내 것이라 믿었던 것도 세월 따라 내 곁을 떠나는데 세상에 온전한 내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의 것을 탐내는 대신에 내 것을 지킬 때 진정한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장난감이 아니다. 버렸다 다시 갖고 노는 장난감이 아닌데 남의 사람을 빼앗으려 한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마저 떠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 관계다. 좋았던 사람도 친했던 사람도 세월 따라 변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나를 좋아하지 않기도 한다. 실망도 하고 체념도 하며 세월 따라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지금 좋아도, 지금 싫어도, 인연이 데리고 다니는 게 인간관계다. 아무것도 아닌  얄팍한 인간의 감정으로 세상을 살면서 울고 웃는다. 사람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마음속에 털어놓지 못한 아픈 이야기가 나온다. 상처 받고 아파하고 괴로워하며 사는 약한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인간관계도  사회생활도 어쩌지 못하는 애매한 경우가 너무 많지만 세월 속에 흘러가고 묽어지며 잊고 산다.



(사진:이종숙)


우습게도 인간은 남이 가진 재능까지 뺏고 싶어 질투를 한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때 한두 가지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일찍부터 재능이 보여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기도 하고 보이지 않고 알지 못하던 재능이 나중에 나타날 수도 있다. 살다 보면 무언가 잘하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것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취미가 되고 특기가 되기도 한다. 얼마나 노력하는데 달려있다. 조금 좋았다가 싫어지기도 하고 많이 좋아했다가 싫증이 나기도 한다. 어릴 때 좋아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좋아할 수 있고 싫어하기도 한다.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형편에 따라 새로운 취미가 생기기도 한다. 오늘 내가 모른다고 실망할 것도 없고 지금 내가 잘한다고 으스댈 것도 없다. 재능은 언제나 있지만 어떻게 발굴하고 노력하는데 결과가 달라지는데도 남이 가진 재능에 시기 질투로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어차피 뺏을 수 없는 남의 것인데 그래 봤자 본인만 손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며칠 전 영상으로 본 이야기가 생각난다. 공부는 꿈에도 생각 못한 채 평생을 살아오며 가난 때문에 한글을 배우지 못해 갑갑한 평생을 살아오신 할머니들이 무료로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에 가서 한글을 배운다. 기억 니은을 배우고 아야 어여를 배우며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은 마지막 수업시간에 자신에 대한 편지를 쓴다. 생각은 많아도 글을 모르기에 표현하지 못했던 서러운 마음을 한 자 한 자 적어서 발표를 하며 읽어나간다. 읽는 할머니도 울고, 듣는 할머니들도 울며 할머니가 쓴 이야기를 듣는다. 그토록 쓰고 싶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쓰며 가슴속에 쌓여있던 한은 눈물이 되어 흐르며 치유된다.


할머니들은 이제 문맹자가 아니다. 은행도 혼자 가고 병원도 혼자 가서 서류를 적고 해야 할 일을 한다. 일이 있을 때마다 누군가와 함께 다니며 미안해하던 할머니 들은 삶이 재미있고 행복하다. 길거리의 간판을 읽고 편지를 읽으며 삶의 의미를 느끼며 행복해한다. 가진 사람 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아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한글이지만 그 할머니들에게는 생명과 같은 자존심이다. 모르기 때문에 겪었던 설움이다. 모르기 때문에 숨고 싶던 할머니들은 이제 무서울 게 없다.




무언가를 배우며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재능만 믿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재능이 있다고 잘난 체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며 그 재능을 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가진 것 없다고 노력 없이 묻어버리는 사람이 있고 그나마 작은 재능이라도 있음에 감사하며 노력하여 보이지 않는 재능을 찾아내는 사람은 하늘이 복을 내린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 살아간다.


세상살이 그 어느 것도 의미 없는 일은 없다. 사람을 만나 친하게 되는 것도, 가까웠던 사람과 멀어지는 것도, 우리가 모르는 어떤 뜻이  있다. 남을 해치며 뒤에서 모르게 하는 세상의 모든 일에는 그 어떤 것도 숨길수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언젠가는 잘못이 드러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알기에 세상은 돌아가고 옳고 그름은 하늘이 정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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