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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16. 2020

시간 따라 흘러가고... 시간 안에 산다

(그림:아종숙)



시간이 물처럼 흐른다. 빛의 속도처럼 어디로 가는지 급하게 간다. 잡을 수도 없이 빨리 가는 시간이 가는 길은 어디일까? 한번 가면 쫓아갈 수도 없는 시간은 무엇을 하기 위해 그리도 빨리 가는 걸까? 대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다들 보내야 하는 시간이기에 알려하지 않는다. 오면 오나보다, 가면 가나보다 할 뿐이지 시간과의 만남은 찰나에 불과해서 바라보고 얘기할 수도 없이 스치며 지나간다. 지나간 시간은 흔적을 남기고 간다. 세월 따라 변하는 인간은 말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다 보인다. 사람은 숨기려 해도 숨길수 없는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말 한마디나 글 한 줄로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한두 번은 숨길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다. 얼굴을 보고 손을 보고 걸음걸이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


나이 들 보이지 않게 사람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하지만 감출 수 없다. 악착같이 살아온 사람, 고생하며 살아온 사람, 없어도 인정 있게 나누며 살아온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알 수 있다. 잖아 보여도 인색한 사람이 있고 이해심 많아 보여도 옹졸한 사람이 있다. 겪어보면 인간성이 나타난다. 많이 웃는 사람의 주름과 인상 쓰고 살아온 사람의 주름은 모양이 다르다. 시간은 아무 말없이 그냥 가는 것 같아도 그냥 가지 않는다. 숲 속을 걸으며 계곡을 본다. 여기저기 깎인 모습이 보인다. 오랜 세월 흐르는 물이 계곡의 모습을 변하게 한다. 들어가고 나오고 깊이 파이며 오르내린다. 자연이 시간을 맞고 보내며 만들어진 자국이다. 그처럼 사람도 가만히 보면 삶의 흔적이 보인다. 시간이 한번 흐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다른 시간이 오고 가며 자연의 지형이 바뀐다. 숲 속에 나무들이 자란다. 작은 나무들이 크고 가는 나무들이 굵어지며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


굵은 나무, 가는 나무 할 것 없이 물을 먹고 햇볕을 받아들이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다. 만나고 헤어지고 웃고 울며 시간 속에 살다가 각자의 시간이 되면 어디론가 간다. 살아있는 생명은 시간에 따라 살다 떠난다. 좋아도 싫어도 시간을 거부하지 못하고 거스르지 못한다. 한번 왔다간 시간은 다시 올 수 없고 그 시간을 만날 수도 없다. 사람의 생각이 순간순간 변하듯 시간의 흔적도 변하고 그 흔적은 조금씩 이고 어딘가로 흘러간다. 웃고 우는 모습, 화내고 짜증 내는 모습, 그리고 고통스러워 괴로워하는 모습들이 얼굴에 자리를 차지한다. 인상을 많이 쓰고 신경질을 많이 부리는 사람의 얼굴에 주름이  생긴다. 순간순간이 모여 모습을 드러내고 자리를 잡는다. 한번 자리 잡은 흔적은 지울 수 없다. 성형술이 발달되어 나이 든 사람도 주름이 없긴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다.



(그림:이종숙)


아는 지인의 친정엄마가 나이 들어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세월이 가고 그녀의 엄마 나이는 100살이 되는데 심장은 젊은이의 심장기능이었다. 온몸 전신이 안 아픈데 없이 다 아픈데 심장은 건강하게 뛴다. 몸이 노쇠하여  아무것도 못하고 산송장이 되어가는데 심장은 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손들은 살아계신 엄마의 모습이 처참해서 안타까워한다. 사람이 숨만 쉬고 살 수는 없고 숨이 끊어지지 않은 엄마를 죽일 수는 없다며 장 수술한 것을 후회하던 생각이 난다. 떠나는 시간을 거스르고 보내야 하는 시간을 거부한 결과다. 결국 시간이 가서 인의 엄마는 돌아가셨지만 자손들의 마음은 너무 아팠다. 나이가 들어 몸이 더 이상 음식을 원하지 않으며 식음전폐를 하는 시간이 오면 떠나야 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굶어 죽는 것이 안타까워 코 줄로 연명하며 오랫동안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데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힘들어하는 것을 겪으며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이다.


사람은 매 순간 늙어가고 한번 늙은 사람은 다시 젊어지지 않는다. 각자가 받은 시간에 따라 산다. 인간의 마음대로 생명을 연장할 수도 없고 짧게 할 수도 없다. 어느 날 시간이 와서 손잡고 가자고 하면 뒤돌아 보지 말고 가야 한다. 젊은이들은 젊기 때문에 예쁘고 멋있다. 다 떨어진  청바지를 입어도 멋있고 미장원에 가지 않은 머리로 질끈 묶어도 예쁘다. 그렇다고 영원히 젊을 수는 없다. 때가 오면 누구나 늙는다. 올해도 어느새 한 장의 달력이 남았다. 어영부영하며 하루를 까먹고 산다. 오늘을 살고 보내며 내일을 맞고 또 다른 날을 맞는다.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는 종착역에 가까워지지만 인생의 차를 멈출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앞으로 계속 가야 한다. 가다 보면 봄도 만나고 겨울도 만난다. 겨울 안에 봄도 있어 웃기도 하고 봄 안에 겨울이 있어 울기도 한다. 매 순간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봄을 맞고 여름을 맞는 것처럼 지난해는 없어진다. 오래 살고 싶고 오래도록 젊고 싶지만 시간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번  왔으면 언젠가 가야 한다. 물처럼 흐르고 빛처럼 빠르게 왔다가는 시간 속에 왔다가는 인생이다. 겨울이 빨리 와도 가야 할 때가 되면 가고 봄이 늦게 와도 때가 되면 당연히 온다. 인간들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계절은 올 때가 되면 오고 갈 때가 되면 가건만 인간은 안달을 한다. 매일 내게 온 시간이 왔다 간 것처럼 앞으로의 시간도 여전히 왔다 갈 것이다. 시간이 빠름을 새삼 느끼는 것은 종착역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지 시간의 속도가 빨라진 것은 아니다. 시간이 많고 할 일도 없이 빈둥대며 살면서 시간 타령을  한다. 특별히 할 것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나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시간을 붙잡고 싶다고 한다. 시간은 시간이 할 일을 하듯이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면 되는데도 시간 타령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짧다고 한다. 인간에게 시간은 공평하다. 내 시간은 짧고 다른 사람의 시간은 길지 않다.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

남들보다 더 많이 쉬고 남들보다 더 많이 놀면서 시간이 짧아서 할 일을 못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게 온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지 못하게 할 일을 미리 준비하면 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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