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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19. 2020

세상만사... 툭툭 털고 한 세상 재밌게 살자


(사진:이종숙)


별것 아닌 것에 신경 쓰며 산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신경이 쓰인다. 살아있다는 증거리라. 따지고 보면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끼고 살고 없어도 되는 것을 애지중지한다. 결국 내것은 없는데도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발버둥 친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때로는 다 부질없는데 기를 쓰고 한다.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찾으려 하고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그냥저냥 살아가면 그만인데 그러지 못하고 방황한다. 마음을 비우지 못하기에, 욕심이 넘쳐나기에 그렇다. 세상일이란 다 그렇고 그런데 용납하지 않고 내길을 걸으려 하는 마음이 있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들도 원하고 내가 가는 길도 같이 걸어야 한다.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에 어울리며 살아야 하는데 닫힌 마음을 열기가 어렵다. 자연처럼 살아야 하는데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이 자꾸 눈에 보인다.


동쪽 하늘에 뽀얀 먼동이 아름답게 튼다. 깜깜하던 하늘이 제 색을 찾고 하루가 시작된다.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가 시작되듯이 마음도 열어 세상을 받아들인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눈에 보이는 할 일을 하고, 피곤하면 쉬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특별한 일을 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려 하지 말자. 유난스럽지 않아도 된다. 계절이 오고 가듯 그렇게 살면 된다. 까치가 마당에 와서 인사를 한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같은 날이다. 지나가다 들려서 놀 다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내일도 24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며 산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하며 사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람도 직업도 시간이 가면 좋았던 감정도 시들해지고 또 다른  재밋거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변덕스러 인간의 본능이다. 좋다가도 싫어지고 싫어도 하다 보면 좋아지는 게 사람들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여기저기에서 뻐근 뻐근하는 소리가 난다. 귀찮아도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고 나면 몸이 가벼워진 다. 하기 싫다고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찌뿌둥하다. 사람들도 만나고 싶어 만나면 좋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더니 그냥 그렇게 살아진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을 만난 지 참으로 오래되어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이러다가는 이름도 잊어버릴 것 같다. 싫은 사람도 자꾸 만나면 미운 정이 든다는데 사람들을 만나고 살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막연하다. 싫은 사람 좋은 사람 갈라놓고 살았는데 모두가 그립다. 아침마다 하루가 열리듯 아침이 되니 내 마음도 열리는 것 같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만나지 않아도 살 수 있지 만 만나면 더 좋을 것 같다.


눈 덮인 길거리는 버스 조차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집에서 코로나가  가기를 기다리며 자숙하는지 꼼짝 않는다. 세상은 너무나 조용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집과 차 만이 보인다.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던 세상의 원래 모습이 그리워진다. 시끄럽고 정신없어 어딘가 조용한 곳으로 가서 쉬고 싶다고 휴가를 갔는데 지금은 웅성거림이 좋고 술렁거림이 좋다. 몰려다니며 먹고 마시며 놀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미워했던 사람들과도 서운했던 사람들과도 대화하며 웃고 싶다. 사람 사는 것 별것 아닌데 따지고 이기려고 했던 것이 바보스럽다. 마음을 열면 되는 것을 마음을 닫고 고집을 부렸던 날들이 후회스럽다. 세월이 가면 모두가 헤어져야 하는데 작은 것 때문에 짜증내고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다.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평생을 같이 살아도 모르겠다.


이해하면 될 것을 오해하고 내 맘에 안 든다고 짜증 내며 돌아서는데 그렇게 살 것 없이 대충대충 살면 된다. 사람 만나면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인사하면 된다. 인사 먼저 했다고 고개 부러지는 것 아니고 먼저 웃었다고 입이 삐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라지 말고 기대하지 말면 세상 편하다. 하루가 열리듯이 마음도 자동으로 열려서 허심탄회하게 살면 좋겠다. 길어야 백 년 살다가는 인생인데  잘났네 못났네 하며 아웅다웅할 필요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변한 세상이 어디까지 어떻게 더 변할지 모르는데 쉽게 살자. 안경 쓰고 모자 쓰고 마스크 쓴 얼굴로 사람을 만나도 누가 누군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그냥 스쳐 지나간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겨내고 살아남아야 한다. 사람을 못 만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올 줄 아무도 몰랐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서로가 소중함을 배운다. 별것 아니라고 우습게 여겼던 시시한 일상이 간절하다.


코로나로 하여금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지 배운다. 작은 것이 소중하고 가까운 이웃이 소중함을 배운다. 마음을 열면 세상은 아름답다. 어려울 것 없다. 그저 좋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면 된다. 부족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배려하며 살면 된다. 받을 것은 받게 되고 줄 것은 주게 되니 계산 없이 살고 오늘이 힘들어도 희망 속에 살자. 마음이 열린 나와 마음을 닫은 나는 같은 사람이다. 사는 것은 기적이고 내 것도 네 것도 없는 함께 걸어가는 인생이다.


어둠 속에 갇혀서 우울하게 살지 말고 세상만사 툭툭 털고 한 세상 재밌게 살자.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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