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정의 끝은 어디쯤일까?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세상을 떠나면 그 여정은 끝나는 걸까? 아니면 사후에도 끝없는 여정이 계속되는 걸까? 하루가 열흘 한 달이 되고, 일 년 십 년이 되어 내가 태어난지도 오래 되었고 결혼한지도 4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끊임없는 여정 속에 삶을 지속한다.
막내딸의 결혼식을 위해 빅토리아에 왔다. 두 아들 며느리와 4명의 손자 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별장에 머물며 1주일간의 여정을 계획하고 하룻밤을 보낸다. 울창한 나무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서 있는 숲 속의 세상은 참으로 고요하다. 산 짐승들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지 바람소리 조차 없다.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싱그럽다.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커튼이 평화로이 바람결에 흔들린다.
25년 전에 지어진 집을 둘러보니 참 견고하게 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평생 아니 영원히 살아보겠다고 멋지고 아름답게 지어 놓은 집이다. 숲으로 이어진 출구를 통해 들어가는 입구에는 아름다운 꽃과 멋진 나무들이 있는 정원이 있고 성 모양을 한 이층 빌딩이다. 야트막한 층계를 15개 오르면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 입구가 있고 집에 들어서면 옆으로 커다란 식탁과 의자가 있는 다이닝 룸이 있다. 몇 점의 그림과 꽃으로 장식이 되어 오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그 뒤편으로 커다란 방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세탁실이고 하나는 투숙객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을 저장하는 방이다. 그 옆으로 돌아가면 ㄷ자로 된 부엌이 있고 작은 테이블과 몇 개의 의자 옆에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문을 열고 나가면 숲을 즐길 수 기다란 발코니가 있는데 여러 가지 꽃을 담고 있는 화분들에 주인의 정성이 담겨있다. 부엌 옆으로 문을 열면 층계가 있어 이층으로 올라가면 커다란 방이 3개, 그리고 목욕탕과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다. 발코니로 통하는 문이 달려있어 2층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멋있다. 세상을 지으신 분의 위대함을 노래하고 싶다.
방안마다 옷장과 서랍장이 있고 3개의 조그마한 테이블과 스탠드가 있어 아주 편리하다. 가지고 온 옷가지와 물건들을 정리하고 보니 마치도 오랫동안 살아온 내 집처럼 편안하다. 새로운 여정의 설렘으로 어젯밤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몰려온다. 식구들도 다들 피곤한지 일찍 들어가니 세상은 참 고요하다. 아직 잠못이룬 새들의 노랫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외에는 이 세상이 모두 어둠으로 덮이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며칠 뒤에 하는 딸 결혼식을 위해 온 여행의 첫날밤은 이렇게 저물어간다. 기쁨과 행복은 내가 만들어야 하듯이 멋진 인생 여정도 만들며 가다듬으며 살아야 한다. 부부도 자식도 사랑으로 서로 이해하며 도닥이면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내일을 향한 희망으로 살아가리라. 이 밤이 지나면 사돈과 상견례를 하는 날이다. 언어가 다르니 어떻게 대화를 할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일인데 그 무엇이 두려우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인데 모든 것이 다 잘되리라 생각하며 잠을 청한다.
상견례를 하는 날이다.
청명한 날씨가 좋은 만남을 가져다줄 것 같다. 영상으로 인사를 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설렌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걱정하던 사돈과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아이들과의 인연으로 만들어진 어른들의 인연은 서로 격식에 맞는 인사로 시작되었다. 일본말을 못 하는 우리와 영어를 못하시는 두 분과의 대화는 일본인 사위의 통역으로 인사를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하고 싶은 말이나 반가운 심경을 일일이 통역을 하기에는 번거로워서 희극적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하며 일본말을 영어로, 한국말을 일본말로 통역하여 아무런 불편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었다.처음 몇 번은 어색하고 통역이 엉뚱하여 어리둥절했지만 나중에는 농담도 주고받으며 마치 오랫동안 알아왔던 친구처럼 가까워지게 되었다.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식당에서 식사도 하며 산책을 하다가 가까운 바닷가에서 게 잡이도 하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 굳이 말이 안 통해도 눈치를 봐가며 서서히 말도 통하여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 사는 것이 말이 통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였다. 저녁에는 바다에서 잡아 온 세 마리의 게를 삶고 스테이크와 채소 그리고 튀긴 감자를 같이 먹으며 서로의 취미 생활을 이야기하고 언젠가 시간이 되면 에드먼턴에도 오고 일본에도 가기로 기약하며 헤어졌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언어가 달라도 통역이 되는 앱을 통해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니 더 이상 고마울 수가 없다. 이렇게 좋은 앱을 만든 이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며 두 번째 밤을 맞는다.떠나오기 전 일기예보를 보며 추울까 봐 걱정했는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공기가 따스하다.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비추이는 달빛이 창문을 두드리며 우리 막내딸의 결혼을 축하하는 듯하다. 마침 보름날이라서 그야말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천지를 비추니 결혼하는 두 아이들에게 좋은 일, 기쁜 일이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며 그들의 행복을 간절히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