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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22. 2020

우왕좌왕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사진:이종숙)


겨울 아침의 햇살이 눈부시다. 춥지만 보기에는 왠지 춥지 않을 것 같아 뜰을 걸어본다. 나무에 쌓여있던 눈은 거의 떨어졌고 말라 얼어붙은 이파리들만 을씨년스럽게 붙어있다. 겨우내 조금씩 떨어뜨리고 봄이 와서 새잎이 밀어낼 때까지 버티기도 한다. 자연을 바라보면 인생도 보인다. 해야 할 일을 제때에 하지 않은 것으로 오랜 시간 마음이 찝찝한 것처럼 어쩌면 가을에 잎을 떨구지 못한 나무도 내 마음 같을 것 같다. 돌아보니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세월도 있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제멋대로 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칭얼대지 않고 그냥 놔둔다. 세상과 싸울 수도 없고 자연과 다툴 수도 없다. 겨울이 왜 이리 빨리 왔냐고 할 수 없고 봄이 왜 이리 늦게 오느냐고 할 수 없듯이 삶이 왜 이리 힘드냐고 되물릴 수도 없다. 요즘엔 '테스 형'한테 짜증 내며 '왜 이리 힘드냐'라고 노래라도 부를 수 있지만 세상사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내게 올 것은 기어이 오고 갈 것은 끝내 가는 인생이니 반갑게 맞고 좋게 보내면 된다. 앞뜰에 게으른 나무는 가을을 놓치고 나뭇잎을 고스란히 안고 서있다. 바람이 불어도 눈이 와도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지 낡은 나뭇잎을 끌어안고 겨우내 새들을 품는다. 이파리가 많이 있어서  비가 오면 비를 피하고 추운 날엔 다른 나무보다 따스한가 보다. 날씨가 오늘은 많이 풀려서 새들이 나무에서 짹짹이며 시끌시끌하다. 어디선가 날아온 참새들은 날씨 좋은 날을 기막히게 알고 그 나무로 몰려온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가지마다 앉아서 재미있게 놀다 간다. 낡은 나뭇잎이라도 비바람을 막아주고 눈보라를 피해 주어 새들이 와서 먹을 것도 찾아먹고 사랑도 하고 장난도 치며 놀다 가는 모습이 정겹다. 40년 전에 남편과 둘이 뱃속에 큰애와 함께 캐나다에 이민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12명이 되었다.


한번 모이면 저 작은 나무에서 오르내리며 노는 새들처럼 우리 집에서 재미있게 논다. 이리저리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며 노는 손주들이 나무에서 노는 새들 같다. 세월이 흐르고 나무도 늙고 사람도 따라다닌다. 봄이 좋다고 겨울을 건너뛸 수 없고 봄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니 자연이 가져다주는 계절 속에 기쁨을 찾으면 되고 봄이 아니더라도 겨울 속에 있는 봄을 찾으면 된다. 어제가 좋았다고 오늘도 좋을 수 없듯이 오는 대로 받아들이고 가는 대로 보내면 된다. 새들이 저토록 좋아하며 감사하는데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따지지 않고 순응하는데 주어지는 행복이다. 별것도 없어 보이는 나무속에 그들의 사랑이 넘친다.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며 무엇이 그리도 재밌는지 까르륵거리며 신난다. 삶이란 어쩌면 저런 것인지 모른다. 따지지 않고 오는 대로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그런 삶이 축복을 받는다.



(사진:이종숙)


하루를 살아도 백 년을 살아도 한번 왔다 언젠가 가는 것인데 그저 저 새들처럼 기쁘게 살다 가면 된다. 끊임없이 떠들어 대는 새들의 수다에 취한 겨울 아침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정신없이 떠들더니 갑자기 조용해진다. 아침을 먹고 휴식을 즐기는 시간이 되었나 보다. 일찍 일어나서 먹을 것 먹고 놀고 하니 피곤할 것이다. 그 옆에 서있는 전나무는 나이가 들어 가지 몇 개는 병이 들어서 누렇게 말라 간다. 몇 년 전 유행했던 벌레로 한동안 힘들어했는데 다행히 가지 몇 개만 죽고 나머지는 아직 건강하다. 아직도 숲이나 동네나 그 벌레로 많은 나무들이 죽어 서 있다. 우리 집에도 몇 년 전에 커다란 전나무 하나가 병이 들어 결국 죽어 나무를 베어 버렸는데 그 나무가 서있던 자리가 텅 비어 쓸쓸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무들이 병들어 죽고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지구의 모습이다.


자연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결과 인지 아니면 창조주의 뜻인지 모르지만 자꾸 오르는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사람을 질리게 한다. 인간들이 살면서 무엇을 그리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부족한 것 없이 풍요롭고 자유분방한 삶이 가져온 것인지 모르지만 형벌이라면 무시무시하다. 시대마다 사회적 고통을 동반하지만 사람들이 아프고 죽는 이번 같은 상황에 무엇이 답인지 모르겠다. 세계가 코로나의 두려움으로 하루하루 망가져가고 있는데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저 막연하기만 하다. 하라는 대로 해도 안 되는 것인지, 하라고 해도 안 해서 그런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닦으며 청결한 생활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여전히 퍼져나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 아래 전염병이 오고 가고 전쟁을 하며 세상에 필요한 인구조절을 하게 되지만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여전히 나뭇가지에 앉아서 졸고 있는 참새들의 짹짹 소리가 나고 까치들은 담에 앉아 세상을 살핀다. 나무들은 새들을 품고 새들은 세상을 품으며 하늘 높이 날아다닌다. 하늘이 땅을 내려다 보고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은  하늘의 보호 아래 살아간다. 무엇이 어찌 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해결해준다. 우왕좌왕하며 갈팡질팡 하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이고 우리의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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