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나무로 미래를 짓는 아이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집이 보인다. 아이들이 나무로 지은 집들이 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지만 사람들은 매일 마음속에 희망의 집을 짓는다. 빌딩도 짓고 기와집도 지으며 내일을 향해 걸어간다. 집이 없어 난리다. 집값은 올라가고 돈도 없고 살집은 없고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작은집이라도 내 집이라는 집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요즘 세상에 집을 갖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평생 집 한 채 없이 사는 사람이 과반수이고 집을 지어도 지어도 집이 모자란다. 평생에 내 집 한 채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다. 우리도 지금 사는 곳에 이사 오기 전에 여러 집을 이사하며 옮겨 다녔다. 이곳에 이사 올 때 너무 힘들어 다시는 이사 안 한다는 말이 씨가 되어 31년 동안 살아간다. 앞으로 이 집에서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이사라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숲 속에 지어진 나무집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집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사진:이종숙)


너무 오래돼서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집이 있고 동물이 겨울을 낼 것 같은 음침한 집도 있다. 숲이 훤이 보인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 숲은 순진한 아이들의 마음처럼 정직하다. 숨길 수도 감출 수도 없다. 있는 대로 보여주고 솔직하게 말해준다. 피곤하면 눕고 기운 없으면 기대고 아프면 병들어 죽는다. 숲에는 작은 집들이 여기저기 있다. 아이들이 지은 집들이다. 가느다란 나무를 세우고 연결해서 높고 낮은 나무집을 짓는다. 심심해서 짓고 재미로 짓고 숲 속에 그들만의 특별한 아지트를 갖고 싶어 짓는다. 납작하게 지은 집이 있고 세모로 지은 집도 있다. 아이들이 짓다가 만 집들도 있고 지은 지 오래되어 쓰러진 집도 있다.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집들인데 겨울이 되니 크고 작은 집들이 눈에 뜨인다. 지난여름 숲 속에 몇 명의 아이들이 죽은 나무로 지어놓은 나무집이 보인다.



(사진:이종숙)


코로나로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소일거리로 숲 속에 뒹굴어 다니는 죽은 나무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크고 굵은 나무를 세우고 벽을 만들고 지붕까지 얹어 제법 집 같은 모양이 되었다. 톱으로 자르고 못을 박으며 바람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게 만들었을 때 학교가 개학을 하며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작은 나무 조각에 부시지 말라는 글을 써서 달아 놓고 일단 철수했다.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가을에 남편과 나는 그곳을 지나치며 아이들이 지어 놓은 집이 잘 있나 확인하며 산책을 하곤 했다. 어찌나 잘 지어 놓았는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여전히 멀쩡하게 잘 서서 숲을 지키며 아이들을 기다리는 집이 되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어 눈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집은 그대로 서있다. 몇 개 안 되는 죽은 나무로 지은 집이 꽤나 튼튼하다.



(사진:이종숙)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인다. 크고 작은 새집들이 여기저기 있다. 이파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벌집들도 여기저기 매달려있다. 이미 오래전에 새들도 벌들도 집을 나간 지 오래지만 겨울에 그들이 살던 집을 보니 새삼스럽다. 아무도 모르게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짓고 알을 까고 어른 새가 되어 다들 어디론가 떠났다. 더운 여름에 벌들도 열심히 꿀을 모아들였는데 집을 버리고 겨울 둥지로 가버려 벌집들이 바람에 쓸쓸하게 흔들린다. 다시 새봄이 오면 집을 지어 또 꿀을 모을 것이다. 따뜻한 곳으로 날아갔던 새들도 날아와 새로운 집을 짓고 알을 품으며 새끼들을 낳을 것이다. 집이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기에 집을 짓는다. 희망의 집을 짓고 소망의 집을 지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집이 없어서, 집값이 너무 올라서 집을 못 사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 저렇게 숲 속에 집을 짓고 살아도 될 것처럼 의젓하게 지어진 집이다. 집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호화찬란하지 않아도 아기자기한 모습이 사람들이 들어와 서서 왔다 갔다 할 정도로 큼직하게 지어져 있고 나무토막으로 된 작은 의자도 있어 잠시 쉬었다 가도 되게 되었다. 철없는 아이들도 다 생각이 있어 조목조목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든 것을 보면 정말 기특하다. 지나가다 보니 집에 울긋불긋한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 놓았다. 무언가를 써서 비닐에 싸서 넣어 놓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잠시 다녀갔나 보다. 겨울이 가고 다시 여름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또다시 집을 마저 지으며 웃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서 어른이 되어간다.



(사진:이종숙)


애들은 몰라도 된다 하던 시대는 옛날이 되었다. 아이도 생각이 있고 의견이 있음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었다.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희망도 넣고 미래도 집어넣으며 집을 짓는다. 웃고 걱정하고 내일을 약속하며 못을 박는다. 넘어져도 다시 세우고 비뚤어지면 곧바로 세우며 집을 짓는다. 기둥을 세우는 아이가 있고 벽을 만드는 아이가 있다. 자로 재고 톱으로 자르며 못을 박으며 쓰러지지 않게 붙잡는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걱정을 하고 햇볕 드는 날엔 다시 만나 어제 하지 못한 일을 한다. 서 있던 벽이 밤새 무너져 내리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다음날도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집을 향한다. 하다가 끝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지어놓은 추억의 집은 허물어지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 어쩌면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지라도 그 아이들의 추억은 쓰러지지 않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 길을 걷고 그 집은 숲을 지킨다. 세월은 흘러가지만 그들의 아름답던 시간은 가슴에 남아있다. 누구나 어른이 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가 어른이 된 것처럼 아이들도 어느 날 지금의 모습을 벗고 어른이라는 옷을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며 성장한다. 죽은 나무를 가지고 아이들은 미래의 집을 짓는다. 못을 박고 톱으로 자르며 지붕을 얹고 출입문을 만든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무언가를 만들며 세상을 보는 눈을 밝히고 세상을 향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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