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ong Sook Lee Jan 31. 2021
(사진:이종숙)
눈이 멈춘 하늘은 맑고 상쾌합니다
며칠 동안 내린 눈은
산천을 하얗게 덮어버려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지내게 했는데
눈이 그쳐 오랜만에 숲을 찾았습니다
눈 내리기 전에 보았던 모습이
하나도 없고
계곡과 숲이 겨울옷을 입고
우리를 환영하는 듯 손짓을 합니다
겨울이 오랫동안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하나도 낯설지 않습니다
산책길은 눈으로 덮여있고
언제 적부터 누워있는 나무들 위에
눈이 하얗게 쌓여있습니다
잠깐 동안 못 본 숲길이
더없이 정겨운 오후에
그동안 지나치면서
막연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은 차지만
햇볕이 따뜻해서 걷는 동안
전혀 춥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차도를 벗어나
계곡으로 들어서니
바람도 없고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밤기온이 차서
여러 군데 얼음이 밟혀
미끄러질 뻔했지만
나름대로 산책길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전혀 불편함을 못 느낍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고
쭉쭉 뻗은 나무들이
멋들어지게 서있고
산책 나온 개들은 좋아라 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나 합니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데
무심한 인간은 그냥 지나칩니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시간 날 때 온다고 지나칩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엇도 하라 하지 않는데
막연히 기다리라고 합니다
넓은 품으로 안아주는데
나중에 만나자고 비켜갑니다
화내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는
눈 내린 숲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그곳에 서 있습니다
언제나 말없이
우리를 품어주는 숲에서
행복을 만났습니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