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숲에서... 행복을 만났습니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눈이 멈춘 하늘은 맑고 상쾌합니다
며칠 동안 내린 눈은

산천을 하얗게 덮어버려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지내게 했는데

눈이 그쳐 오랜만에 숲을 찾았습니다

눈 내리기 전에 보았던 모습이

하나도 없고

계곡과 숲이 겨울옷을 입고

우리를 환영하는 듯 손짓을 합니다

겨울이 오랫동안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하나도 낯설지 않습니다

산책길은 눈으로 덮여있고

언제 적부터 누워있는 나무들 위에

눈이 하얗게 쌓여있습니다
잠깐 동안 못 본 숲길이

더없이 정겨운 오후에

그동안 지나치면서

막연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은 차지만

햇볕이 따뜻해서 걷는 동안

전혀 춥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차도를 벗어나

계곡으로 들어서니

바람도 없고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밤기온이 차서

여러 군데 얼음이 밟혀

미끄러질 뻔했지만

나름대로 산책길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전혀 불편함을 못 느낍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고

쭉쭉 뻗은 나무들이

멋들어지게 서있고

산책 나온 개들은 좋아라 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나 합니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데

무심한 인간은 그냥 지나칩니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시간 날 때 온다고 지나칩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엇도 하라 하지 않는데

막연히 기다리라고 합니다

넓은 품으로 안아주는데

나중에 만나자고 비켜갑니다


화내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는

눈 내린 숲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그곳에 서 있습니다

언제나 말없이

우리를 품어주는 숲에서

행복을 만났습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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