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저마다의 자리에 앉아 쉬고 있다. 넓은 곳에 편하게 앉아 있기도 하고 작은 가지에 앉기도 하고 쓰러져 누워있는 죽은 나무에 기다랗게 누워있기도 한다. 좋아하는 자리를 찾아 앉아 겨울을 내는 모습이 평화롭다. 눈도 자리를 봐가며 앉는데 하물며 사람은 당연하게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안다.
때로는 그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다 그만두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기도 하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갈대가 되어 보기도 한다. 문을 닫고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살기도 했다. 그러나 삶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사는 게 아니라 한다. 자연처럼 순응하며 흔들리며 살라고 한다. 어느 날 마음이 하는 말이 들린다. 좋아하는 대로 살라고 한다. 가고 싶은 길을 걸으라 한다. 눈을 감고 살라한다. 조용하게 마음의 소리를 들어본다. 하던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 하고 싶어도 지금껏 해 온 날들이 생각나서 그만두지 못할 때가 있다.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더 이상 모든 것을 그만두어야지 하면서도 계속하고 살아간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냥 하는 경우도 있고 그만두면 뭐하나 하는 생각에 더 하는 경우도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다 보면 하게 되어 도중하차가 안된다.
하루가 열흘이 되고 열흘이 1달이 되면 그래도 100일은 해봐야지 하며 100일을 넘기고 그러다 보면 6개월 그렇게 1년이 지나면 1살짜리 걸음마하듯 비틀비틀 걸어간다. 골백번 넘어지고 골 천 번 일어나며 걸음도 배우고 요령도 생겨서 넘어지지 않게 된다. 넘어진 것 생각하면 다시는 걷고 싶지 않은데 걷는 게 신기해서, 앞으로 가는 게 재밌어서 걷다 보면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뛰어다닌다. 그만둘까 생각하던 것을 잊고 걷고 뛰다 보니 기어 다니는 것보다 좋다. 누워서 천장만 쳐다보다가 기어 다니며 보는 세상이 제대로 보였는데 걸어보니 뛰어보니 세상은 아름답다. 나도 할 수 있고 남들처럼 걸어 다니며 웃을 수 있다. 걸음걸이가 약간은 뒤뚱거리고 불안하지만 걷고 남들처럼 빨리 뛰지 못하지만 뛰기도 한다. 1년을 기다려서 걸음을 배우고 뛰는 법을 배웠으니 하면 된다.
칭찬과 배려는 남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칭찬을 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시기나 질투는 마음이 악해진다. 남들이 잘 나갈 때 축하하며 기뻐하고 그들을 위해 박수로 응원하면 기쁨이 두배가 된다. 남들이 아파하고 슬퍼할 때 위로의 말 한마디도 중요하지만 가만히 옆을 지키고 있는 것도 커다란 위로가 된다. 극단적인 선택의 유혹이 있을 때 그 순간을 극복하게 해 주면 마음을 바꾸며 다시 살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인간의 마음은 너무나 간사하여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 같은 하늘도 보는 기분에 따라 예뻐 보이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구름이 태양을 가려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구름 뒤에 밝게 빛나는 태양을 볼 수 있다. 좋다 좋다 하면 좋고, 싫다 싫다 하면 만사가 싫어진다. 별것 아닌 인생을 비참하게 살 필요 없다. 나는 나의 씨앗을 뿌리고 거두면 된다.
1등이 아니면 어떤가 상을 못 받으면 어떤가. 상 받는 사람보다 상 못 받는 사람이 더 많고 아무리 잘해도 1등은 딱 하나인데 1등을 하기 위해 애쓰지 말자. 꼴등이 있어야 일등도 있기에 꼴찌도 중요하다. 남들이 알아줘도 좋고 안 알아줘도 내 갈길을 가면 된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색깔이 다른데 같기를 바람은 어불성설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가 원하는 길을 가면 된다. 일등을 하면 좋고 유명해지면 좋지만 그냥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도 좋다. 하고 싶은 일하며 좋아하는 사람 만나며 시시하게 살아도 별 문제없다. 세상에 태어나 한일도 많고 만난 사람도 많다. 가본 곳도 많고 가진 것도 많다. 있는 것도 다 쓰지 못하고 사는데 더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 오늘을 살고 내일은 내일 살면 된다. 내 모습대로 살면 된다.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바라면 나만 괴롭다.
있는 것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 욕심부리지 말자.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며 살면 된다. 일인자가 되려 하지 말자. 일인 자의 자리는 누군가가 차지하게 놔두자. 쳐다보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말자고 생각했더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안 들리던 것들이 들린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테두리에 일희일비하며 살았던 날들이 사라진다. 아무것도 아니고 다 소용없는 욕심일 뿐 가는 길만 가면 된다.내가 보이지 않는 세상에 비 온 뒤 나타나는 무지개처럼 어느 날 나를 볼 수 있게 기다리면 된다. 남의 것은 내 것이 될 수 없고 뺏을 수도 없으니 내 것에 만족하며 살면 된다.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동행한다. 좋을 때 기쁜 만큼 나쁠 때도 견뎌야 한다. 지금 좋다고 끝까지 좋은 것이 아니고 지금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만두고 싶다고 인생에 항복한 것은 절대 아니다.
살다 보면 방황하며 비틀거릴지라도, 쓰러져 다시 일어날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살게 된다. 잘하다가도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유혹에 들기도 하는 게 사람이다. 잘 나간다고 보이는 게 없을 수도 있고 안 풀린다고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수 없다. 한 백 년 살아가는 인생에 찬바람 불어오는 겨울도 있고 꽃피고 새우는 봄도 있거늘 남들이 가진 봄을 부러워말자. 시대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지 말고 오는 대로 맞고 가는 대로 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