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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그들의 마음을 전합니다
by
Chong Sook Lee
Jan 21. 2021
(사진:이종숙)
밤새 바람이 무섭게 붑니다
화가 잔뜩 났는지
세상을 온통 흔들어댑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바람은
윙윙거리며 말을 하고
바다에 사는 파도는 철썩철썩
온몸으로 이야기합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며
힘든 마음을 전하고
눈은 사박사박 내리며
그리움을 전합니다
햇빛은
해맑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
구름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마음속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먹구름이 되고
때로는 새털구름이 되고
때로는 하늘 뒤에 숨으며
숨바꼭질을 합니다
나무는 목이 마르면
가지를 내리고
잎을 늘어뜨리며
목마름을 호소합니다
사람들에게 밟혀도
한마디의 말도 없는 땅은
몸으로 이야기합니다
비가 오면 질척이고
바람이 불면 먼지를 날리고
가뭄이 들면 쩍쩍 갈라집니다
사람처럼 그들도 말합니다
바람도 바다도
하늘도 땅도 다 압니다
사랑을 알고
그리움도 알고
기다림도 압니다
싫어도 참고
괴로워도 참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면
화를 냅니다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으면
뒤집힙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가만히 있는다고
모르는 게 아닙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가 되면
그들도 그들의 말을 합니다
사람만 말하는 게 아니고
사람만 기다리는 게 아니고
사람만 참는 게 아니고
그들도
참지 못하고 화가 나면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라고
더 이상 슬프게 하지 말라고
그들도 그들의 언어로 말을 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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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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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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