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생각을 잡을 수 없다. 금방 무슨 생각을 했는데 뭐였는지 모르겠다. 금방 할 말이 있었는데 잊어버려 생각이 안 난다. 이야기를 하다가 왜 그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할 말이 많은데 말이 안 나올 때가 있고 생각은 많은데 글이 안 써질 때도 있다. 삶이 너무 복잡하면 갈피를 못 잡고 우와좌왕 하게 되고 할 일이 너무 없어도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순간순간 변하여서 하고 싶은 말이나 쓰고 싶은 말을 그 순간이 지나면 다른 말을 하게 되고 다른 글을 쓰게 된다. 오래전 시상이 떠오르는데 연필과 종이를 찾고 나면 생각은 저 멀리 도망간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애들이 녹음기를 하나 사주었다. 생각난 말을 녹음해서 나중에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머릿속은 그나마도 허용하지 않았다. 생각이 나고 입으로 말을 하며 녹음기를 켜고 나면 단어 몇 개만 입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산책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 아름다운 세상을 보면 찬미의 노래가 나오지만 종이에 옮겨 적으려면 아무런 생각이 안 난다. 생각은 도망을 잘 간다. 잡으려고 쫓아가며 생각을 더듬어도 한번 도망간 생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글을 쓰려고 앉아 있으면 쓰려고 했던 것과는 다른 글을 쓰게 된다. 자기 전에 하루를 되돌아보고 할 일을 계획하기도 하는데 막상 새날이 오면 늘 생각과는 다른 하루를 맞고 보낸다. 청소를 해야지 했는데 바느질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야지 한 날은 바깥일을 보러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생각은 생각에 불과하여 엉뚱한 일을 하며 살아간다. 생각 같아서는 마음을 읽는 작은 컴퓨터를 목에 걸고 다니며 하고 싶은 말과 생각나는 글귀를 자동으로 입력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나쁜 마음, 나쁜 생각까지 입력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춤하게 된다.
기억력도 많이 떨어졌지만 어떤 때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매일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며 살아서 그런지 그런 매개체가 없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을 보며 당황하게 된다. 누군가 보여주고 가르쳐 주어야 자극을 받게 된 삶이 되었다. 점점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어가고 언젠가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자동문에 익숙한 사람들은 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바라고,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꺼지는 센서 라이트로 편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을 켜고 끄는 것을 잊어버려 가고 있다. 안경에 붙여 쓰는 자석 달린 선글라스를 오랫동안 써 오다가 이번에는 자동으로 안경 색이 바뀌는 것으로 했다. 일일이 선 글라스를 쓰고 벗는 것이 귀찮았는데 렌즈가 알아서 밝기를 조절해주니 너무나 편하다. 생활이 편한 것은 좋은데 인간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문명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진:이종숙)
치매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가 손을 쓰지 않고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생활환경이다. 수작업을 하고 몸을 움직이며 살았던 시대에도 치매가 있었겠지만 요즘은 젊은 사람도 치매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한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비대면이 되어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만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다툼이 줄어들었고 만지지 않으니 세균 감염도 줄어든다. 사람이 사는 세상인지 기계가 사는 세상인지 모르게 될 것 같다. 나이 든 사람들이 기계 작동을 잘 못해서 밥 먹으러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뉴스를 들었다. 손에 익지 않고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찾을 수 없으니 몇 번 하다가 안되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모른다고 안 하다 보면 점점 시대에 뒤떨어지니까 자꾸 하다 보면 익숙해질텐데 나이들면 참을성도 없어지고 미리부터 체념한다.
신 문명을 전부 따라가지 못해도 한두 번 해보다 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안 그래도 세월 따라 발전하는 세상에 코로나로 인하여 상상을 초월한 발전을 하게 되었다. 걸어가다가 뛰어가다가 이젠 날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니 앉아서 세상을 구경하며 산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며 점점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내 마음과 머리에서 생각나는 것을 이용하면 나도 언젠가는 무엇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도망가서 아직 못하고 있다. 목에 걸고 다니며 내 생각을 입력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어쩌면 이미 세상에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다. 멋진 세상을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고맙다. 그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하고 세상을 이끌어가는데 그는 그것을 볼 수 없으니 안타깝기도 하다.
누군가는 만들고, 누군가는 이용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만들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끝없이 이어진다. 아무리 기계가 세상을 휘두른다 해도 인간의 힘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