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렸던 그림을 지우고 다른 그림을 그렸다. 마음에 들어 벽에 걸어 놓았는데 볼 때마다 잘못된 곳이 눈에 보여 고치려고 하다가 다 지우고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이번에 그린 그림은 아주 평화롭다. 특별히 잘 그려진 것은 아닌데도 보고 있으면 평화롭다. 한번 맺은 사람과의 관계도 그림 한편과 같다. 좋았던 시절이 지나고 지운 그림처럼 없어지고 사라진채 잊힌다. 언제 그런 그림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도 없는 것처럼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사귈수록 좋고 말이 없어도 같이 있으면 그저 푸근한 사람이 있다. 사귄 지 오래되지 않았어도 옛날 친구처럼 편하다. 많이 배우지 않았어도 말 한마디로 위로를 받는다. 그런 사람은 옆에 없어도 늘 그립다. 그런 반면에 친한 척하는 사람이 있다. 한마디로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이다. 오래도록 알고 지냈는데 여전히 불편하고 만날 때마다 불안하다.
정이 들지도 않고 어쩌다 같이 있어도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 없고 피할 수는 없는 게 인간이다. 싫어도 내색하지 못하고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한 사람의 친구를 사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원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가 원수가 된다면 뒤 폭풍은 무섭게 불어오기 때문이다. 뒤에서 욕을 하고 모함으로 엉뚱한 소문을 만들어 독화살을 쏘는 경우가 있기에 웬만하면 사람들하고 등을 돌리지 않으며 살아야 한다. 친하던 사람이 작은 오해로 돌아서기는 쉽고, 한번 돌아선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 힘들다. 차라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상태로 친구도 아니고 원수도 아닌 상태가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허울만 친구인 사람들이 많다. 이름만 친구이고 정작 필요하고 중요할 때 멀찍이 서서 외면하는 사람이 있다.
과연 주위에 진정한 친구는 몇이나 될까? 세월 따라 친구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없다. 아이들 어릴 적에 친하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조차 모른다.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관계에서 멀어지고 친해진다. 젊을 때는 아이들 키우며 일을 하면서도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오고 가며 들려서 수다도 떨며 살았는데 시간이 많은 지금은 다들 무얼 하고 살까 궁금하다. 핸드폰 하나로 세상을 들여다보며 사는 세상에 비대면으로 할 일 다 하고 산다. 나이 들어 퇴직을 하면 더 가까워질 거라 믿었던 사람들은 코로나로 안 만난 지 오래되었다. 이러다간 그나마 친하던 사람조차 멀어질 것 같다. 잘 살고 있겠지 하며 무관심하게 되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 같아 좋은 글이나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살지만 사람들의 취향이 다르다 보니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글과 동영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이겨나가기도 하는 것을 보면 한편 카톡이 고맙기도 하다. 원하는 것을 찾아서 보고 좋으면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송이 되어 특별히 안부를 묻지 않아도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렇게 좋은 세상인데 비대면에도 오해라는 것이 있는지 소식을 전하던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없으면 한두 번 연락하다 본심을 알게 된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오해를 한 것인데 그렇다고 뭘 잘못했느냐고 물어보지 못한다. 그저 눈치를 보다가 그냥 끊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살아가는데 믿음과 사랑이 없다면 그 관계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발전도 없다. 아무리 좋았던 사이라도 신뢰가 떨어지면 정도 떨어지고 상대하고 싶어 지지 않는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를 낼 수 있듯이 인간의 마음도 혼자만의 사랑으로 진실한 참사랑을 낳을 수 없다. 사람들은 인기인이 되고 싶어 한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랑을 받는 것도 좋지만 사랑을 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아기를 낳은 엄마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기를 바라보고 기르며 희생하고 헌신한다. 그런 마음은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것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것은 행복하지만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마음이 생기기보다 그저 사랑을 받기만 한다. 진실한 우정은 믿고 기대고 싶은 마음으로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고 힘들 때 서로 도와주며 관계를 쌓아간다. 때로는 지나친 기대로 실망도 하고, 상대의 무관심으로 절망도 하지만 이해하는 마음으로 다 안고 넘어간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은 사랑하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고 무엇이든지 믿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아무리 힘든 상황에도 극복하며 이겨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한 사랑의 마음이다. 그러나 사랑받는 사람은 그런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저 사랑받으니 좋고 사랑받기 위한 행동을 할 뿐 인내도 이해도 없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믿고 의지하던 사람과 멀어지는 이유는 주는 사람은 주기만 하고 받는 사람은 받기만 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주고받으며 정이 생기고 마음이 통하는 것인데 한쪽에서만 하는 일방적인 행동에는 한계가 있다. 한쪽은 진심으로 마음을 주는데 다른 한쪽에서 그것을 이용할 뿐 진심이 통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되지 않는다. 그렸던 그림을 지우면 먼저 있던 그림은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고 새로 그린 그림만 남는다.
먼저 있던 그림은 마음속에 있을 뿐 아무도 볼 수가 없다. 아무리 친하던 사람도 돌아서서 남이 되면 옛날의 우정을 찾을 수 없는 것과 똑같다.
그림도 사람도 믿음과 사랑이 없어지면 보이지 않고 멀어진다. 지워지지 않고 머무르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인데 쉽지 않다. 이해타산으로 삐걱거리다 보면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된다. 진실한 마음은 언제나 평화롭고 꾸밈없어 자연스럽다. 좋은 사람 하나, 친한 친구 하나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세상에 가짜가 많아졌다. 물건도, 사람도, 꽃도, 음식도 진짜 같은 가짜가 많아지는 세상에 진짜가 되어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