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조합... 부추김치와 삼겹살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눈 쌓인 부추밭이 언제 눈이 녹아 파란 부추를 나에게 선물할까? 봄을 기다리다 보면 부추가 보이는 듯 하지만 아직 멀었다. 그 눈이 다 녹고 그 속에서 부추가 나와 내 입을 행복하게 하려면 적어도 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 며칠 동안 괴롭히던 속병이 조금씩 나아지니 상큼한 그 무엇이 먹고 싶다. 겨울이 가기 전에, 봄이 오기 전에 이도 저도 아닌 이때 나는 엉뚱하게 부추김치가 갑자기 먹고 싶다.


봄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입맛은 벌써 봄을 알아보는지 새콤 달콤한 부추김치가 먹고 싶다. 파릇파릇한 부추 한 단 뚝뚝 잘라서 갖은 양념해서 조물조물 무쳐서 하얀 밥에 얹어 먹으면 겨울에 잃었던 입맛이 다시 살아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여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킨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 입맛은 어찌 그리 기가 막히게 계절을 알아보는지 모른다.



(사진:이종숙)


겨우내 먹은 음식이 질렸는지 파릇파릇한 봄나물이 생각난다. 눈 싸인 텃밭에서 봄나물은 말도 안 되고 삶아서 얼려 놓은 취나물을 녹여서 무쳐 먹으며 입맛을 달래고 산다. 지난주에 한국 장에 같더니 소담한 부추가 있어 한단 사 왔다. 냉장고를 보니 사다 놓은 삼겹살이 있다. 삼겹살과 부추무침 생각만 해도 환상의 궁합이다.


아이들이 삼겹살을 좋아해서 아무 때나 와도 먹을 수 있게 얼려놓는다. 여러 가지 반찬이 필요 없이 삼겹살과 상추만 있어도 애나 어른이나 행복해진다. 아이들이 무쌈과 쌈장으로 삼겹살을 싸서 먹는 것을 보면 한국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한국음식이 귀해서 양식으로 키웠는데 어른이 되면서 자연히 한국인의 입맛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근본은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이종숙)


삼겹살을 먹기 좋게 잘라서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넣고 통마늘과 생강, 양파와 소금 후추를 뿌려 볶는다. 지지지지 삼겹살이 익어가는 동안 다듬은 부추를 깨끗이 씻어 손가락 길이로 잘라 그릇에 담고 고춧가루 멸치 젓갈과 설탕 조금 깨소금 다진 마늘을 넣어 풋내 나지 않게 젓가락으로 살살 무친다. 빨간 파란 노란색이 만나서 껴안고 하하호호 웃는 사이 힘을 빼고 누워있는 부추김치가 맛을 보라고 한다.


초 한 방울 넣고 한번 더 뒤집어주고 젓가락으로 부추김치를 입으로 가져간다. 봄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봄이 살아서 춤을 춘다. 잃었던 입맛이 되살아 난다. 밥솥에서 하얀 쌀밥이 김을 폭폭 내며 다됐다고 완료 신호를 보낸다. 아무런 반찬도 필요 없다. 흰쌀밥에 부추김치만 있으면 된다. 봄마다 찾아와 졸라대는 입맛이 부추김치를 만나며 한없이 행복해한다. 삼겹살이 들썩이며 뜨겁다고 한다.


젓가락으로 하나 둘 뒤집어 준다. 노릇노릇 잘 익은 삼겹살이 빨리 먹으라고 아우성이다. 밥 한 숟가락에 삼겹살 하나 부추김치 올려먹는 이 맛은 먹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 코로나로 우울하던 날들이 서서히 물러가고 봄이 온다. 고집 센 동장군이라도 예쁘게 애교를 부리며 다가서는 봄에게 자리를 내어 줄 것이다.



(사진:이종숙)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도 모르는데 지난겨울은 세 번 씩이나 이유모를 배앓이로 고생을 했다.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너무 급하게 먹어서 체했는지 무언가를 먹으면 배가 싸르르 아팠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며칠을 굶다시피 하며 최소한의 양으로 견디며 넘겼다. 소화에 좋다는 새우젓을 넣어 계란국을 끓여 먹으면 나름 진정이 되는 것 같기도 해서 몇 번을 그렇게 먹으며 가라앉히며 배앓이를 견뎠는데 이제야 입맛이 돌아오려는지 배가 고프다.


파릇파릇한 부추김치와 맛있는 삼겹살로 봄을 맞는다. 가지 않으려는 겨울이 가로막아도 봄은 오고,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는 가고, 우리들이 원하고 기다리는 일상을 되찾을 것이다. 아픈 배도 기다려야 나아지는 것처럼 세상사 모든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파란 부추로 입맛을 되찾고 삼겹살로 배에 기름을 보충하면 어느 날 찾아오는 봄을 뛰어나가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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