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더 좋은 오늘 하루를 만났다. 봄이 어느새 바짝 다가와서 하늘은 높고 푸르다. 응달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지만 봄의 모습이 완연하다.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마음은 날아갈 듯 가볍다. 이렇게 좋은 오늘을 만난 것은 정말 커다란 행운이다. 어제 하지 못한 것을 하고, 어제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성공이란 별것 아니고 하루하루의 삶을 발견하는 것이다. 오고 가는 하루라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오나보다, 그냥 가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하루는 내 인생의 전부다. 하루가 없다면 수십 년의 삶도 없다.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 오늘을 가져다주는데 의식하지 못한 채 어제도 그렇게 보냈으니 오늘도 그렇게 흘려보내고 만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하루도 무관심하면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알아주지 않고 관심 없는 사람의 관계는 금방 끝이 난다. 만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관계는 무의미한 관계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필요해 의해서 만남을 지속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단지 필요에 의한 만남은 이해관계가 끝나면 그것으로 막을 내린다. 돈도 좋고 명예도 좋지만 친구 없는 사람은 외롭다. 세상에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다. 계산을 하며 다가오고 계산이 끝나면 떠나는 사람이 있고, 순수하게 만날수록 좋은 사람들이 있다. 우연히 만나 좋은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고 절친한 친구가 괜한 오해로 멀어지는 경우도 많다. 세상은 점점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사귀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세상은 좋아졌는데 다들 외롭다고 한다. SNS로 외로움을 달래고 친구를 만들며 하루 종일 컴퓨터만 쳐다보고 산다. 전화 통화가 민폐가 되어간다. 메시지로 물어보고 간단하고 짧게 답한다. 그것도 모자라 신조어를 만들어 은어처럼 사용한다. 젊은이들의 대화를 못 알아듣고 대화가 안되니 소통이 안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말이 안 들리고 뜻을 모른다. 그러다 보면 재미없고 안 보게 된다. 한국어가 자꾸만 사라져 가고 외국어도 아닌 한국어도 아닌 파생어가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여전히 한문을 버리지 못하고 영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영어도 중국어도 아닌 한국식 영어로 대화한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언어라는 한글이 오염되어가고 이상한 말로 대화하며 못 알아듣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세상이다.
세계로 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외국생활을 해서인지 식단도 풍습도 한국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외국 풍이 자리를 잡고 고전적인 모습은 찾기 힘들어졌다. 외국인지 한국인지 모르게 서양화된 모습이 익숙해져 간다. 떠날 때의 모습만 그리워하다가 어쩌다 보는 고국의 모습에 많이 놀랐다. 발전한 모습에 옛날의 모습은 상상도 못 하고 자부심도 생긴다. 한국인지 외국인지 별 차이가 나지 않을뿐더러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오랜 세월 이곳에 살아왔어도 캐나다는 내가 사는 곳이지 '우리나라'라고 하지 않는다. 고국을 떠나와 캐나다에 산 세월이 41년이 되어도 나의 조국은 한국이다. 한국이 잘되면 행복하고 한국이 문제가 생기면 걱정을 한다.
잘 모르는 한국사람도 잘되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기생충과 미나리 수상 소식에 나도 기쁘다. BTS가 수상에 떨어졌지만 더 잘할 것을 믿고 응원한다. 세상은 다 때가 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되리라 믿는다. 그들이 열심히 걸어왔기에 좋은 날들이 찾아올 것이다. 한국이 잘되고 이웃이 잘되고 자식들과 형제들이 잘되면 바랄 게 없다. 힘들었던 날들이 지나고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선 나라이기를 바란다. 멀리 살면 효자가 된다더니 고국을 떠나 살다 보니 애국자가 되었다. 길거리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멋지게 노래하는 트로트 가수들이 자랑스럽고 경찰을 도와 범인을 잡는데 앞장서는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타국에 살아도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말을 하며 살아가는 게 좋다.
아이들이 서슴지 않고 한국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 행복하다. 오늘을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는 삶이 좋다. 겨울이 지나가야 봄을 만날 수 있듯이 오랜 세월 기다려온 지금의 삶이다. 앞이 보이지 않던 날들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내일이 두려웠던 날들도 지나가고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며 지난날들을 추억한다. 상상할 수 없었던 암흑의 날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온다. 희망과 기쁨을 가득 안고 하루라는 이름으로 매일매일 태어난다. 삶은 이렇게 계절처럼 이어진다. 봄이 오고 가을이 오고 , 겨울 다음에 또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사랑을 가지고 우리를 만나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