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처럼... 봄이 오는 길은 험난하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바람이 심하게 분다. 세상이 뒤집힐 것 같이 들썩거린다. 세상에 있는 그 무엇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무섭게 분다. 바람이 분다고 그냥 집에 있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아침 식사 후에 산책을 나갔다. 체감온도 영하 19도라고 해서 겨울옷으로 완전무장하고 걸어본다. 산책길은 아직 녹지 않고 얼음길이다. 다행히 스파이크를 하고 왔기에 넘어지지 않고 걸어간다. 아무도 없다. 남편과 나만이 걷는 산책길은 새소리가 요란하다. 봄이 오고 있다고 난리가 났다. 긴 겨울 동안 사람들을 못 봐서 인지 혹시나 우리가 먹이를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인지 우리 곁을 맴돌며 날아다닌다. 새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번 먹다 남은 빵조각이 있길래 손바닥에 놓았더니 새들이 겁도 없이 날아와서 먹고 가던 날이 생각난다. 팬데믹에 여행은 갈 수 없어도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할 수 있어 지루한 줄 모르고 열심히 숲을 찾는다.



강변을 샅샅이 뒤지며 두 번 돌았다. 갈 때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기에 언제나 새롭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좋지만 자연과의 만남은 끝이 없다. 보고 또 봐도 새롭고 언제나 넓은 품으로 나를 환영하며 안아준다. 숲을 걸어가다 보면 볼 것이 많다. 그냥 앞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봐도 매 순간 바뀌고 나무들이 서있는 계곡은 우리네 삶을 닮아 여러 가지가 산다. 며칠 동안 와 보지 못해 궁금했는데 숲도 내가 그리웠는지 바람 따라 몸을 들썩이며 반갑다고 손을 흔들며 춤을 춘다. 추위에 얼어 죽지 않고 싹을 틔우느라 힘들었을 텐데 아무런 불평도 없이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이 볼수록 기특하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마치 숲이 우는 것처럼 우렁찬 소리가 들려 혼자 걸으면 무서울 것 같다. 나무들이 서있는 숲은 눈이 다 녹아 흙이 보이는데 얼마 안 있으면 파란 풀들이 앞을 다투며 나올 것 같다.



(사진:이종숙)


혼자 자라 혼자 꽃을 피우고 혼자 자리를 지키다가 혼자 쓰러지는 모습이 인간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는 사람이지만 결국 혼자 자생하다 혼자 떠나야 함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의 운명이다. 바람은 더 심하게 불고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니라며 존재를 알린다. 이렇게 추우니 오던 봄이 어딘가 주저앉아 겨울이 가기를 기다릴 것이다. 어차피 사람 사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잠깐 멈추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받아 빚을 지고 하던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간다. 그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확진자수는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자영업자의 고충은 날마다 더해가는 현실이다. 세상이 변하고 인심도 변하지만 자연은 그대로다.


오고 가는 세월 안에 얼었던 강물이 서서히 녹고 넘어진 나뭇가지들도 강물 따라 흐른다. 어디로 가는지 가다가 멈추면 그곳에서 앉아서 하늘을 보고 나무들을 본다. 다리를 건너서 걸어본다. 작년 이맘때는 강물이 꽁꽁 얼어서 강물 위로 걸어갔는데 올해는 계절이 빠른지 다 녹았다. 다리 옆에 커다란 소나무에는 사람들이 걸어놓은 새먹이 통이 걸려있다. 새들도 다람쥐들과 친구 되어 사이좋게 먹이를 나누어 먹는데 오늘은 먹이통이 텅 비어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바쁘게 오르내린다. 바람은 심하게 불어서 나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하늘은 구름 뒤에 숨어서 안 보인다. 가파른 길로 가는 길은 빙판이 많다. 굳이 위험한 길을 갈 필요 없이 넓은 길로 걸어본다. 많은 나무들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넘어져있다. 아무도 없는 숲길이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숲에서 금방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사진:이종숙)


이곳도 여러 번 온 길이라서 눈에 많이 익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오리가 강물에서 놀고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 나무들이 울창한 이곳은 여름에도 서늘하여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한다. 주말에는 식구들과 함께 오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는 일부러 조용한 날을 택해서 온다. 언덕으로 올라가 보니 나무 옆에 위령 의자가 하나 있고 조화로 된 빨간색 꽃다발이 꽂혀있다. 살다 간 사람의 이름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의 염원을 읽어 본다.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적혀있다. 영원한 안식을 빌며 가족들의 마음에도 평화가 있기를 바라며 오던 길로 다시 돌아서 걷는다. 가슴이 시원하다. 사람의 손으로 예쁘게 꾸민 정원이 아니라서 더 좋다. 자연 그대로 살다가 쓰러지고, 새로 나오고 자라면서 숲을 지킨다. 멀리 가는 여행도 좋지만 내가 사는 이곳도 가볼 곳이 너무 많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산책이 너무 좋아 앞으로도 꾸준히 다닐 생각이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부담 없이 남편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걷는 숲이 나는 좋다. 며칠 전 의사들의 처방이 달라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아프면 무조건 약을 처방해 줄 것이 아니고 웬만한 병은 자연을 통해 치료가 가능함을 알게 되었단다. 원래 사람이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자연과 멀어지며 문화병이 생기게 된 것이다. 움직이며 자유롭게 자연을 벗 삼아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병이 생긴다고 한다. 이렇게 걸어보면 세상만사를 다 잊을 수 있다. 물론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자연이 주는 좋은 공기로 인하여 마음도 넓어지고 몸도 건강해져서 안달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여유를 준다.


바람이 분다고, 날씨가 너무 춥다고 나오지 않았으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채 오늘 하루를 그냥 보냈을 것이다. 조금씩 구름을 벗고 해님이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이 될 것이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어차피 봄이 오는 길은 험난하다. 한평생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처럼 평탄하지 않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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