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시끌하던 새들이 잠을 자는지 세상은 다시 조용해졌다. 가까이에 사는 둘째가 아침을 먹으러 온다고 한다. 엄마가 만드는 아침밥이 최고 맛있다고 하니 뭐라도 해서 줘야겠다. 부활절 연휴라서 코로나가 아니라면 세 아이네 가족들이 와서 신나게 놀다 갈 텐데 멀리 사는 아이들은 못 오고 둘째네 가족과 조촐하게 부활절을 축하하며 아침을 먹기로 했다. 여러 가지를 하지 않아도 베이컨과 소시지 그리고 계란과 감자볶음과 팬케익을 만들면 근사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손주들이 오고 집안에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하니 조촐하지만 기분이 좋다. 사람이 이렇게 오고 가며 살아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깝다. 그나마 백신을 맞아 안심하게 된 것이 다행이지만 백신을 맞았어도 당분간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만남을 자제하는 것은 변함없다.
1년 넘게 코로나와 함께 생활하는데 아프지 않아서 다행히 코로나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특별한 곳에 가지도 않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장이나 조금씩 봐서 집에서 음식을 해 먹으며 건강을 지켰다. 배달 음식도 좋지만 귀찮은 생각 없이 집밥을 좋아한다. 아침은 서양식으로 간단하게 먹고 점심은 한식으로 푸짐하게 먹는다. 오전에 2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오면 배가 고파서 식욕도 좋다. 미리 먹을 것을 생각하여 재료를 내놓고 바로바로 해 먹으면 신선해서 굳이 사람들 많이 모이는 식당에 가지 않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올해는 부활절에 터키를 굽지 않기로 했다. 예년에는 아들 손주 며느리, 딸과 사위까지 12명의 대 식구가 모여 며칠 동안 부활절을 축하하며 잔치를 했는데 코로나로 간소하게 아침 식사만 하기로 했다. 그나마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더 이상 바라면 더 힘들어지니 현실을 받아들이며 조촐하게 보내려 한다. 1년을 기다려 왔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지금이 고비라는데 잘못하다가는 다시 락다운을 하면 더 힘들어진다. 안 그래도 동부는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 되어 락다운에 통행금지까지 한다고 하니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남매를 키우며 열심히 일하는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오랜만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머지않아 좋은 세상이 올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집에서 일을 하고 틈틈이 부업도 하는 아들 며느리가 조금이라도 쉬게 하기 위해 오기 전에 완벽하게 준비를 해 놓으니 편하게 먹는다. 우리야 매일이 주말이라서 쉬고 싶을 때 쉬면 되는데 손주들이 아직 어리니 잠시도 쉴틈이 없는 아이들을 보면 뭐라도 도와주고 싶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는 더 힘들었겠지만 다 잊어버려 생각도 안 난다.
(사진:이종숙)
부모형제의 도움 없이 세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들이 기적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길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아이들도 없을 것이다. 그때와 지금은 천지차이다. 아이들은 신나게 친구들하고 놀고 밥때나 되어야 집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누구와 노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유로운 세상인데 자유를 박탈당한 듯 산다. 베이비 시터도 없이 어린애들을 그냥 집에 놔두고 일을 다녔는데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세월이 40여 년이 지났으니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하여청정지역이라는 이곳도 많이 달라졌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를 굳이 따진다면 인간의 책임이 많다. 절제 없이 지나치게 살아오는 동안 지구가 오염되어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세상이 위험해지고 있어도 무시한 인간에게 지구는 오랫동안 기회를 주었지만 알아듣지 못한 건 사실이다. 작년에는 부활절을 비롯해서 추수감사절도, 성탄절도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채 넘겼다. 올해는 그래도 백신 덕분에 아침 식사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확진자수는 많아도 가게문을 닫지 않고 상인들의 재량에 맡기는 상황이다. 음식점이나 술집은 주인들이 알아서 문을 닫을 수 있고 들어갈 수 있는 인원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너무 오래 끌어 사람들은 다들 지쳐가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동하며 짜증을 낸다. 작년 이맘때는 거리가 귀신이라도 나올 것처럼 흉흉했는데 올해는 다행히 다들 잘 적응하며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모습이다. 확진자수는 자꾸 많아지지만 개개인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도 많이 좋아진 것이다.
(사진:이종숙)
동네에 있는 성당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다. 부활절 대축일에 는 미사도 몇 대씩 있고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선물을 주고받는다. 청년들이 부활계란을 만들어 팔고 아이들은 부활절 토끼가 놓고 간 계란과 초콜릿을 찾아가며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이 다 컸는데도 어릴 적 추억을 못 잊어 만나면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좋아서 나는 열심히 여기저기에 숨겨 놓는다. 별것 아닌 것들도 특별하게 생각나는 것은 어릴 적 추억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손주들이 아이들의 바통을 이어받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세월은 이렇게 추억을 남기고 간다. 오늘도 언젠가는 추억의 날이 될 것을 생각하니 더 신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쇼핑센터를 가보면 서로가 거리두기를 하며 양보하는 것이 눈에 뜨인다. 코로나가 갈지 안 갈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거리두기는 필요한 것 같다.
이렇게 살다 보면 오염된 지구가 조금은 깨끗하게 되어 다시는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인간을 괴롭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전쟁과 전염병으로 안 하여 많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코로나 샅이 끈질긴 것은 없다고 한다.
지나간 것들은 잊히고 지금 눈에 보이고 당하는 것은 더 참기 어렵다. 그래도 백신의 연구로 어느 정도의 일상을 찾아가기에 오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아이들이 보내오는 손주들의 사랑스러운 사진을 보며 그리운 마음에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다. 가는 세월이 아쉽지만 빨리빨리 세월이 가서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