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또 가다 보면...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바라면서 산다. 갈 수 없는 곳에 가고 싶어 하고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고 꿈을 실현하며 산다.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길을 찾아 고난을 극복한다. 4월은 나에게 많은 걸 가져다준 달이다. 결혼도 했고 이민도 왔다. 두려웠고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던 일을 주저하지 않고 이루었다. 이민의 삶은 고단하지만 하루하루 살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돌아가리라 생각하며 살았던 날들이 있었고 돌아갈 수 없음에 절망하며 살기도 했다. 소망하는 세월이 오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지만 일어섰다. 누군가의 손길은 보이지 않게 다가와 넘어진 나를 다독이며 희망을 주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생각으로 도망가고 싶던 날도 있었고 남편과의 의견 충돌로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던 날도 있었지만 귀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이끌어 주며 기다리라고 했다.


인연을 만나 장래를 기약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모르는 타국에 와서 사는 삶이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어도 풍습도 다른 곳에서 산다는 것은 실로 힘들지만 살게 되었다. 한국 생활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위로하니 견딜만했다. 살아온 날들을 가만히 생각하니 나 자신을 살아온 날은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참고 견디며 살아왔다. 부족해도 아이들에게는 풍요로움을 주고 살았다. 옷을 사줄 돈이 없으면 옷을 만들어 주었고 외식할 돈이 없으면 집에서 맛있게 만들어 주었다. 영화 갈 형편이 안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1불짜리 영화관에 가며 추억을 쌓았다. 책을 사주지는 못했어도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빌려다 주었다. 여행용 차는 없었지만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며 자연과 친해졌다. 늘 부족했지만 늘 평화로웠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배웠다.


차가 없으면 버스를 타고 가고 레스토랑에 가지 못하면 포장마차나 시장에서도 먹을게 많다는 것을 알려줬다. 세상은 여러 가지로 이루어진다. 사람도 집도 차도 다 다르고 나무도 꽃도 같은 게 없다. 하기야 쌍둥이도 다른 점이 있다고 하니 공장에서 기계로 나오는 것 외에는 같은 것이 없다. 내 맘 같으면 참 좋을 텐데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도 없다. 그러기에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고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하기도 힘든다.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욕심 많고 고집 센 것이 조금씩 보이면 흠칫하게 된다. 하나 주고 하나 받으며 정확한 계산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한꺼번에 왕창 주고 나중에 다 뺏어가는 사람이 있다. 받을 거 다 받고 나중에 싹 돌아서 버리는 사람이 있고 주지도 받지도 않으며 사는 사람이 있다. 다들 생각이 있고 이유가 있으니 누가 뭐라 할 수 없다.



떵을 들고 피어나는 튤립(사진:이종숙)


따지고 보면 누구나 생각이 있는 것이지만 사는 것을 보면 무섭기도 하다. 하나 주고 열을 주지는 못해도 서로 주고받으며 살면 되는데 계산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생각보다 참 많은 걸 알게 된다. 줄수록 양양한다는 말이 있듯이 주면 얼마나 줘야 하고 받으면 얼마나 받아야 하며 돌려주면 얼마를 돌려줘야 하는지 구분을 못할 때가 많다. 마음이야 다 주고 싶지만 상대방의 자존심이 상할까 봐 주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준다고 다 받는 것도 잘 생각해야 한다. 사람 사이에 계산 없이 주고받으면 좋은데 그리 쉽지 않다. 아무런 계산 없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로 돌려받을 생각 없이 주고 싶어 주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깝지 않아 무엇이든지 주고 싶다. 맛있는 게 있으면 아낌없이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다. 좋은 게 있으면 주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음에서 우러난다.


주고 싶은 마음속에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넉넉하다. 주고 또 주어도 모자란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끝이 없고 자식을 향한 소망은 변함없다.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는다. 그런 마음은 사랑에서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은 자라 각자의 삶을 사느라 바쁘다. 아이들의 보호자였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보호자가 되었다. 아직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만 머지않아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입장이 될 것이다. 오래 살았다고 세상을 다 알 줄 알았는데 어느새 세상이 낯설어졌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보다 못하는 게 더 많아졌다. 바쁘고 번잡스러운 것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게 더 좋다. 시끄럽고 요란한 것보다 차분한 게 더 좋다. 자연이 나를 데리고 다닌다.


옛날의 나는 없어지고 또 다른 내가 되어 산다. 없어진 나를 찾고 싶지 않다. 계절이 왔다 가듯 그렇게 사는 것이다. 봄에는 봄처럼 겨울에는 겨울처럼 살아간다. 바람 따라 봄이 오고 바람처럼 간다. 꽃이 피나 하면 지고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늙음은 나를 찾아왔다.


비라도 올 듯 하늘은 먹구름으로 덮여있다. 비가 오려나 했는데 바람이 구름을 보내고 햇볕을 보여 준다. 세상만사 다 아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모르고 몰라도 괜찮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게 인생이니 모르면 모르는 데로 사는 게 정답이다. 배우고 잊어버리고 또 배우며 살아간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아가는 길 밖에 없다. 가고 또 가다 보면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다.


(사진 :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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