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 글을 쓰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마음은 글로 쓰고 눈으로 들어오는 사물은 그림으로 그린다. 생각은 입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전달되기에 숨기려 해도 그림이나 글로 나타나는 사람의 속마음을 감출 수 없다. 눈으로 보는 것을 쓰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생각은 색으로 이어지고 표현한다. 강가에 앉아 도시를 그릴 수 없듯이 눈과 마음은 만나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생각지 않은 일로 기뻐하고 슬퍼한다. 매일 좋을 수 없고 매일 나쁠 수 없다. 글을 쓰는 일도 매일 다른 생각에서 나오고 그림을 그리는 일도 매일 다른 마음으로 그리게 된다. 나무를 그리려다 꽃을 그리고 바다를 그리려다 산을 그린다. 산을 그리려고 했는데 손은 바다를 그리고 맑은 하늘을 그리려 했는데 그려놓고 보니 구름 낀 하늘도 된다. 생각과 마음은 언제나 다르다. 오늘의 계획을 미루고 생각지 못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가 말 한마디로 언쟁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좋은 말도 많은데 심사가 틀려서 엉뚱한 말이 오해를 가져온다. 잘 나가던 친구와 이유 없이 남이 되는 게 인간관계이다. 다 생각과 마음의 장난이다. 머릿속으로 한 생각을 마음이 흔들고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을 생각이 흔들어 놓는다. 어찌 보면 생각과 마음이 같은 편인 것 같은데 매사에 훼방을 논다. 하루에도 골백번씩 변하는 생각과 마음을 육체는 그냥 따라 한다. 한 번은 생각대로 하고 한 번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며 인간들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며 산다. 글을 한 장 쓰는 동안에도 이 생각 저 생각 쫓아다니다 쓰고 나서 읽어보면 갈 지자가 되어 무엇을 썼는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는 글이 된다. 잘 쓰려고 만지작거리며 쓰면 자연스럽지 못하고 잘 그리려고 신경 쓴 그림은 결국에 엉뚱한 그림으로 그려진다.


사람이 생각대로, 계획대로 살면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고 잘못 사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들 잘 살고 다들 성공하면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을 텐데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림 한 장 그리는데도 생각이 많아지고 글 한 장 쓰는데도 마음이 오락가락하는데 인생을 사는 일은 생각과의 싸움이고 마음과의 전쟁이다.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악당도 된다. 생각 없이 쓰기 시작한 글이 장문의 글이 되기도 하고 나무 하나 꽃 한 송이를 그려도 멋진 그림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잘 살아볼까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고 건성건성 사는데도 쉽게 풀리는 사람이 있다. 운명의 장난이 인간을 가지고 논다. 오늘은 바람이 심하게 불지만 내일은 햇볕이 쨍쨍하게 비출지도 모른다. 생각은 바쁘지만 행동은 느리다. 마음은 오만데를 해지고 다니지만 몸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다.



(사잔:이종숙)


오지 않은 미래는 모르기에 상상에 그치지만 지나간 어제는 머리를 떠나지 않고 구석 어딘가에 머물다가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난다. 과거는 이미 죽어서 사라지고 다시 돌아볼 수 없는데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 차라리 낱낱이 생각이 나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두드린다. 아무것도 아닌데 웃음도 나고 별것 아닌데 화도 나고 다 지나간 것들을 다시 들추며 그때로 돌아간다. 사람이 생각이란 요사스러워 그때의 감정은 잊히지 많는다. 사랑했던 감정, 미워했던 마음, 약 올랐던 상황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 죽은 과거의 일이건만 그때로 돌아간 듯 다시 가슴이 뛰고 후회가 된다. 기회를 놓쳐버린 것도 생각이 나고 다시 기회가 올 수 없음에 속도 상한다. 지금에 와서 후회하면 무엇하고 미련을 가지면 어쩌려는지 괜히 없어진 그 시간으로 돌아가 자신을 괴롭힌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그리던 그림을 가지고 놀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엔 다 감춰버리려고 검은색으로 칠해버렸다. 그려놓은 그림은 나름대로 괜찮았는데 괜히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있어 조금씩 고치다 보니 더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이 되었다. 그림은 마음에 안 들면 검은색으로 칠하면 다 가려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다시 시작해도 과거가 있고 새로 시작해도 생각은 오래오래 따라다닌다. 오래전 이민 초기에 와서 고생한 이야기를 남편과 하다가 그때 그렇게 했으면 덜 고생하고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그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해서 오랫동안 고생한 생각을 하면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고생을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더 큰 사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자꾸니 금방 평화가 나를 찾아왔다. 약이 오를 때나 후회가 될 때 내가 하는 '마음 바꾸기 방법'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더 부정적인 사건을 생각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글이 마음에 들지 않고 생각대로 써지지 않으면 없애 버리면 그만이고 그림이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으면 색을 바꾸면 되듯이 후회되는 과거나 아쉬운 미련은 생각을 바꾸면 된다. 생각은 지울 수도 없고 검은색으로 감출 수도 없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면 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어두웠던 생각에 밝은 색을 칠하고 힘들었던 지난날도 예쁜 색으로 바꿔본다. 세상사, 인생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나간 것은 앞으로의 일처럼 밝게 그려가면 오늘이 덜 힘들 것이다. 검은색으로 칠하지 않아도 배색을 잘하면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화사한 색으로 하늘을 그리고 예쁜 꽃을 그리며 흐르는 강을 그린다. 때로는 나도 모르게 우울한 생각을 하지만 되도록이면 좋게 생각하고 이해하며 살고 싶다.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 없고 생활이 사람들을 힘들게 했으리라 생각하면 미운 사람도 불쌍한 생각이 든다. 미움이란 미움받는 사람을 해치는 게 아이고 미워하는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화를 쉽게 내는 사람도, 남의 말을 나쁘게 하고 다니는 사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생각하고 같이 얘기해보면 모르고 있던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다. 아침 내내 구름 뒤에 숨어있던 하늘이 파란 얼굴을 환하게 내밀며 인사를 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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