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체하는... 봄

by Chong Sook Lee


원추리가 신나게 나온다.(사진:이종숙)


세상에 나온 모든 것들이
잘난 체하는 계절입니다
땅을 뚫고 나왔다고
내가 먼저 나왔다고
자랑합니다
눈이 거의 녹았다고
아직은 너무 춥다고 말하며
먼저 본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자랑해도 예쁘고
잘난 체해도 밉지 않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봄을 즐기는
구석에 피어난 들꽃 한송이도
아직은 일어날 기력이 없다며
구부리고 있는 부추도
다 예쁩니다.
봄은 제 잘난 맛에 사는
계절이라고 말합니다
나도 덩달아
잘난 체하며 뽐내고 싶어 집니다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은
아직도 청춘입니다
새로 피어난 아름다운 꽃이고
땅을 들고일어나는 새싹입니다
새봄에는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새로운 세상이 보이고
설레고 눈부십니다
어제의 봄 보다 더 기쁘고
내일의 봄보다 더 눈부십니다


오늘 내게 찾아온 봄은
생전 처음 만나는 봄이라
더 사랑스럽습니다
맘껏 자랑하고 잘난 체하기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터질듯한 움들이 새 옷으로 갈아있고
땅속에 있던 새싹들이
땅을 덮으며 새로운 세상을 만듭니다


만나지 못했던 기다림을
꿈에서 조차 그리웠던 마음을
살며시 고백합니다
최고의 모습이 되어
저 잘난 맛에 살고
제 자랑에 빠지고
잘난 체하며 사는 봄
이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떠나가지만
밟히면 밟히는 대로
꺾이면 깎이는 대로
아픔을 참고 떠나가지만
다시 오는 봄에는
새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어제의 슬픔을 잊고
사랑만 생각하며 기쁨으로 옵니다


원망은 안 하렵니다
후회도 없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잘난 체하는
아름다운 봄이고 싶습니다

뜨거운 사랑을 받는

사랑스러운 봄이고 싶습니다



부추가 땅을 헤치고 자리를 잡는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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